지난 8월 19일 남중국해 하이난다오(海南島) 동쪽 215km 상공, 비행중인 미 해군 소속의 P-8A 포세이돈(Poseidon) 해상초계기 앞에 중국군 전투기 J-11이 나타났다. 중국판 Su-27 전투기로 불리는 J-11 전투기는, 7~10m 까지 가까이 비행하며 P-8A 해상초계기를 위협했다. 또한 J-11 전투기는 무장을 장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바닥 부분을 P-8A 해상초계기 정면으로 향하게 한 채 90도로 횡전비행까지 선보였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위험천만한 돌발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P-8A 해상초계기는 미〮중 갈등의 최전방에서 작전하는 항공기로, 현존하는 해상초계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잠수함의 천적 해상초계기

망망대해의 바다, 이러한 넓은 바다에서 은밀하게 작전하는 잠수함을 수상함이 탐지하고 격침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항공기의 광범위한 초계능력과 잠수함 탐지기술이 접목된 해상초계기가 탄생하게 된다. 해상초계기는 잠수함 킬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잠수함에게는 공포의 무기이다. 해상초계기는 잠수함 보다 훨씬 빠르고, 공중에서 잠수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어뢰나 폭뢰로 공격 할 수 있기 때문에 잠수함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또한 해상초계기는 잠수함을 잡는 대잠전 뿐만 아니라 적의 수상함을 공격하는 대함전 그리고 해상초계 임무까지 수행하는 다목적 항공기이다.

해상초계기의 베스트셀러 P-3 오라이언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해상초계기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P-3 오라이언(Orion)이다. 지난 1960년대 초부터 생산된 해상초계기로 총 700여대가 생산되었다. 냉전시기에는 서방세계를 대표하는 해상초계기로 알려졌으며, 미 해군 그리고 우리 해군을 포함해 10여 개 국가의 해군과 공군에서 운용되고 있다. 여객기를 개조 개발한 P-3 해상초계기는 해상초계기 뿐만 아니라, 특수한 용도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다양한 파생형들이 존재한다. 총 20여종의 파생형을 자랑하는 P-3 해상초계기는 지금도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개량사업을 통해 P-3 해상초계기의 성능은 좋아졌지만, 대신 중량증가로 인해 항속거리와 비행시간이 줄어들었다. 또한 기체도 노후화되기 시작해, 운용유지비용은 갈수록 증가했다. 결국 미 해군은 지난 1980년대부터 P-3 해상초계기를 대체할 신형 해상초계기를 도입할 계획을 추진한다.

미 해군의 다목적 해상초계기 사업

1980년대 중반 미 해군은 운용중인 P-3 해상초계기를 대체하기 위한 LRAACA(Long-Range Air ASW-Capable Aircraft)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1988년 당시 록히드사(현 록히드 마틴)가 제시한 P-3G 해상초계기가 선정되었고 이후 P-7이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는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와 개발비용의 급속한 증가로 결국 1990년 말 P-7 해상초계기 도입계획은 취소된다. 결국 2000년에 미 해군은 다시 한번 P-3 해상초계기를 대체하기 위한 MMA(Multi-mission Maritime Aircraft) 즉 다목적 해상초계기 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에는 미국의 보잉사와 록히드 마틴사가 뛰어들었으며 영국의 BAE 시스템즈사도 참가했다. 미국의 보잉사와 록히드 마틴사로 경쟁이 압축된 가운데 지난 2004년 미 해군은 보잉사가 제시한 737 MMA를 다목적 해상초계기 사업의 기종으로 결정한다.

P-3C보다 빠르고 강력해진 해상초계기

지난 2009년 4월 25일 첫 비행에 성공한 P-8A 해상초계기는, 보잉사의 중단거리 여객기로 유명한 보잉 737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날개 양쪽에 터보팬(Turbofan) 엔진1) 을 장착한 P-8A 해상초계기는 P-3 해상초계기에 비해 최대비행속도가 시속 100km 이상 빨라졌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훨씬 넓은 구역을 초계할 수 있고, 잠수함의 출현이 예상되는 의심 해역으로의 진출시간도 단축되어 작전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 또한 상승고도는 10,000m 이상으로 높아져, 해상 뿐만 아니라 내륙 깊숙한 곳의 정찰활동도 가능해졌다. P-8A 해상초계기에는 AN/APY-10 레이더가 탑재되는데 잠수함의 잠망경이나 스노클(Snorkel)2) 과 같은 작은 목표물을 정확하게 포착하며, 지형지물이 복잡한 연안지역에 대한 탐지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8A 해상초계기는 특이하게도 잠수함 탐지에 핵심적인 MAD(Magnetic anomaly detector) 즉 자기이상탐지기를 장착하지 않는다.

차세대 해상초계기로 주목 받는 P-8A 포세이돈

자기이상탐지기는 해상초계기와 해상작전헬기에 장착되는 장비로, 잠수함이 발생시키는 자기이상 영역을 탐지하여 잠수함의 위치를 식별하는 장치이다. 자기이상탐지기가 장착되지 않는 대신 P-8A 해상초계기에는, 디젤 잠수함의 배기가스를 탐지해내는 탄화수소 탐지체계가 장착된다. 탄화수소 탐지체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부 해상초계기에서 스니퍼(Sniffer)라는 이름으로 잠시 사용되었는데, 정확도가 높은 자기이상탐지기가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2009년부터 생산된 P-8A 해상초계기는 100여대 이상 생산되어 이후 미 해군의 P-3 해상초계기를 교체할 예정이다. P-3 해상초계기를 대체할 P-8A 해상초계기는 많은 나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 해군 외에 인도해군이 지난 2013년부터 P-8A 해상초계기의 인도형 버전인 P-8I 해상초계기 8대를 운용 중에 있으며, 호주공군도 향후 8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일본에 배치된 미 해군의 P-8A 해상초계기는, 지난 2014년 4월 동해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에 참가해 국내언론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제원

전장 39.47m / 날개 폭 37.64m / 높이 12.83m / 최대이륙중량 85,820kg / 엔진 2 X CFM56-7 터보팬 엔진(27,000 lbf) <출처: 미 보잉사>

글  김대영 | 군사평론가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방관련 언론분야에 종사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겸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해군발전자문위원 및 방위사업청 반 부패 혁신추진단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주석

터보팬(Turbofan) 엔진
터보 제트 엔진의 터빈 뒷부분에 다시 터빈을 추가하여 추진력을 더 증가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엔진

스노클(Snorkel)
잠항(潛航) 중인 잠수함의 디젤기관을 운전하기 위해서 흡입관과 배기관을 해상에 내밀어, 해상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배기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