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에 매설되어 압력이나 접근을 통한 자극을 받으면 폭발하는 무기인 지뢰는, 오늘날 지상군에게 가장 위협적인 무기 중 하나이다. 다른 무기들과 달리 지면에 묻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폭발하기 직전까지는 확인 조차 쉽지 않다.

명나라가 개발한 기발한 화약무기

지뢰가 전장에서 모습을 보인 것은 1277년 중국 송나라 때이다. 당시 송나라는 몽골의 칩입을 받고 있었고, 놀라운 기동성을 자랑하는 몽골 기마병을 막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방어무기가 필요했다. 당시 송나라는 이후 인류의 역사를 뒤 바꿔놓을 화약을 개발했고 이를 응용해 오늘날의 지뢰와 유사한 무기를 개발한다. 송나라에서 개발된 지뢰는 이후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건너간다. 지뢰는 유럽에서 공성전1) 무기로 사용된다. 성이나 요새를 포위 공격할 때 성벽 밑으로 터널을 파고 성벽 아래에서 폭발물을 터뜨려 성벽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다. "Land Mine" 즉 지뢰라는 이름은 이러한 유래에서 나왔으며, 이후 지뢰는 공성전 무기에서 사람을 노리는 대인지뢰로 발전하게 된다.

현대적인 무기로 거듭난 지뢰

고성능 화약이 들어있는 현대적 지뢰는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등장했다. 지뢰는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맹위를 떨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은 양 진영의 군인들이 참호를 파고 들어가면서, 지루한 소모전의 양상으로 진행된다. 양측은 서로의 참호를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돌격을 감행했고, 기관총과 더불어 지뢰는 효과적인 방어무기로 사용되었다. 철조망 그리고 호와 같은 장애물들이 자체적인 살상력을 갖지 못하는데 비해, 지뢰는 자체적인 살상력과 파괴력으로 적의 전진을 효과적으로 지체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 기관총이 더해지면 돌격하는 보병들은 추풍낙엽 (秋風落葉)처럼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대전차지뢰와 대인지뢰

지뢰는 장갑차와 전차를 파괴하는 대전차지뢰와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는 대인지뢰로 분류된다. 대전차지뢰는 보통 수백kg의 압력에서 반응한다. 대인지뢰에는 폭풍지뢰와 파편지뢰가 있다. 폭풍지뢰는 치명적인 폭발압력으로 다리 아래를 망가뜨려 일명 “발목지뢰”라고도 불린다. 예전 미국에서 생산했던 M-14 대인지뢰가 대표적인 폭풍형이다. 파편지뢰(산탄지뢰)는 대체로 폭발 반경이 넓어 살상력이 강력하다. 그 중 도약형은 두 개의 뇌관이 있다. 센서를 건드리면 뇌관이 파편을 공중으로 수십cm에서 수m까지 튀어 오르게 만들고, 두 번째 뇌관은 장전장치를 풀면서 날카로운 금속 파편이 수십m까지 날아가 인명을 살상한다.

대인지뢰의 혁명 클레이모어

대인지뢰 가운데도 가장 혁신적인 것이 바로 클레이모어(Claymore)이다. 일반적으로 지뢰는 땅속에 묻히지만 클레이모어는 지면에 설치된다. 반달 모양으로 휘어진 클레이모어는 내부에 플라스틱 폭약과 쇠구슬을 내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뢰는 폭발효과가 지면아래에서 수직방향으로 향하지만, 클레이모어는 폭발하면 쇠구슬이 일시에 한 쪽 방향으로 퍼지기 때문에 매우 큰 살상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지뢰와 달리 별도의 점화장치가 있어, 적절한 상황과 시간에 폭발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960년부터 미 육군에 배치된 M18 클레이모어는 베트남 전 당시 엄청난 양이 사용되었는데, 적절한 지형과 숫자만 맞는다면 적 1개 소대를 전멸시킬 수도 있어 많은 미군 병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뢰의 폐해

지뢰는 현존하는 무기 가운데 가장 비인도적인 무기로 꼽힌다. 지뢰로 희생당한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기 때문이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전 세계 60여 개국에 1억 개가 넘는 대인지뢰가 사용되고 있거나 혹은 방치돼 있다. 이러한 지뢰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사람은 매년 2만60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민간인이며 특히 이 가운데 75%는 지뢰를 장난감으로 오인한 어린이들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지난 1997년 캐나다의 오타와(Ottawa)에서 대인지뢰의 사용을 금지하는 대인지뢰의 사용 및 비축 그리고 이전금지 폐기에 관한 국제협약을 체결한다. 지난 2003년까지 150개국이 서명했지만, 아직까지 40여 개국이 넘는 국가가 가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비무장지대2)의 지뢰는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스마트 지뢰

무분별한 지뢰 피해를 막기 위해 세계각국은 민간인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시키면서,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스마트 지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스마트 지뢰인 원격운용통제탄을 국내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원격운용통제탄은 적이 침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설치해 무선으로 원격조종이 가능한 적을 탐지하고 제압한다. 기존 재래식 대인지뢰는 탐지 및 회수가 쉽지 않아 민간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원격운용통제탄은 기존 대인지뢰와 달리 표적을 선별해 공격하기 때문에 설치 자체로는 위험성이 없고 제거나 해체가 쉽다. 회수한 탄은 재사용도 가능해 대인지뢰 관련 국제협약에 저촉되지 않는다.

글 김대영 군사평론가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방관련 언론분야에 종사했으며, 현재 KODEF 연구위원, 인텔엣지㈜에서 국방조사팀 팀장, <디펜스 타임즈 코리아>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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