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병이 아닌 보병부대에서 운용 되는 화포 박격포. 견인포나 자주포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작은 고추가 더 맵다”라는 속담처럼 보병간의 전투에서 박격포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로 손꼽힌다. 특히 외부의 지원 없이 보병부대가 자체적으로 화력지원을 할 수 있으며, 높은 각도로 포탄이 날아가기 때문에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특히 적합한 무기이다. 또한 107mm 박격포를 제외한 81mm, 60mm 박격포는 사람 손으로 운반이 가능해 기동성도 뛰어나다. 하지만 이점 때문에 박격포, 특히 81mm는 육군을 전역한 예비역들 사이에서는 155mm 견인포, 90mm 무반동총, 장간교 조립과 함께, 최악(?)의 4대 보직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공성전 무기로 개발된 박격포

1453년 오늘날 터키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은 난공불락의 요새로 보호받고 있었고, 오스만제국은 콘스탄티노플의 두꺼운 성벽을 파괴하기 위해 각종 화포를 개발했다. 당시 개발된 가장 대표적인 화포로는 길이 8m, 무게 300kg에 달하는 우르반(Uruban)이었다. 이와 함께 성안을 공격할 수 있는 화포도 개발되었는데 바로 박격포였다. 박격포는 당시 요새 너머의 콘스탄티노플을 향해 거대한 돌덩이를 날렸고, 동로마 제국의 사기를 저하시키는데 일조한다.

이러한 박격포는 우리 역사 상에도 존재한다. 바로 조선시대 때 개발된 완구(碗口)라는 화포이다. 일명 댕구라고도 불리었는데 조선 태종 때 최해산이 만들었다. 크기에 따라 대, 중, 소 또는 소소완구로 구분되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경주를 수복할 때 대완구에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를 발사하여 큰 효과를 거둔바 있다. 공성전에 사용되었던 박격포는 지금의 박격포와 달리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예를 들어 1832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박격포는 구경이 무려 975mm에 달했다.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점차 작아진 박격포

이러한 초대형 박격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존재했었다. 독일군은 소련의 세바스토폴을 점령하기 위해, 600mm 구경의 자주박격포 칼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길고 지루했던 참호전을 거치면서, 참호 속에서도 적의 참호를 공격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박격포의 필요성이 제기 되었다. 이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는 크기와 구경이 줄어든 동시에 구조가 간단한 박격포가 등장한다. 37~150mm 구경의 다양한 박격포가 개발되었으며, 전쟁이 끝나고 냉전시대로 접어들면서 박격포는 또 한번 변화를 맞게 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은 60mm, 81mm, 4.2”, 120mm 등으로 구경이 통일되었으며, 반면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은 82mm, 120mm, 160mm, 240mm 등으로 규격화되어 갔다.

 

일반 포탄보다 뛰어난 살상력을 자랑하는 박격포탄

박격포는 고각 사격이 가능해 고지 후방이나 참호 공격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박격포탄은 발사 시 압력이 낮기 때문에, 일반 포탄 보다 탄 체의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어 폭발 시 파편이 더 많이 발생한다. 또한 지면에 떨어질 때 수직에 가까운 각도를 이루게 되어, 포탄 파편이 거의 원형 모양에 가깝게 형성되어 적에게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 반면에 야포에서 발사되는 포탄은 폭발 시 발생되는 파편이 완전한 원을 이루지 못하고, 파편 자체가 지면으로 흡수되면서 하트모양을 형성해 박격포탄과 달리 위력이 감소되는 특성이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박격포탄에 정확도를 향상시킨 스마트 박격포탄이 등장하고 있다. 정밀유도 박격포탄인 스마트 박격포탄은 GPS나 적외선 유도장치를 장착해 족집게 식으로 적의 진지나 전차를 공격한다.

 

1949년 군원장비로 최초로 도입된 육군의 박격포

우리 육군이 박격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48년과 1949년에 걸쳐 주한미군이 철수하면서 남기고 간 장비를 인수하면서부터이다. 당시 미군은 M2 60㎜ 박격포 400여문과 M1 81㎜ 박격포 200여문을 한국에 인계했다. 이 가운데 M1 81㎜ 박격포는 무게가 60㎏에 달하지만 사거리는 3㎞로 비교적 짧았다. 1952년에는 M29A1이라는 신형 81㎜ 박격포가 나왔다. 우리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며 이를 처음 도입했다. 1966년 한국군 파병 부대에 신형 장비 지원이 결정되면서, 구형 M1 박격포를 점차 대체하게 된다. 1980년대에는 이를 다시 개량한 M252 81㎜ 박격포가 보급되었다. 19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는 M252 81㎜ 박격포를 바탕으로 KM187이라는 한국형 박격포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KM187은 무게를 줄이고 사거리를 4.6㎞에서 6.3㎞로 약 1.4배 가량 늘렸다. 60mm 박격포의 경우 미군의 M19 박격포를 운용하다 1985년 이를 개량한 KM181 박격포가 개발된다.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침몰4.2” 박격포

육군의 박격포 가운데 가장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KM30 4.2”(107㎜) 박격포는, 베트남전 파병을 계기로 미국에서 M30 4.2” 박격포를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한 것으로 외형과 성능은 사실 원형과 큰 차이가 없다. KM30 4.2” 박격포는 105㎜ 견인포 보다 구경이 2㎜가량 더 크다. 박격포 가운데 가장 화력이 세며 40m에 이르는 살상 반경을 자랑한다. 최대 사거리 6.8㎞에 분당 최대 20발을 발사할 수 있다. 하지만 300㎏이 넘는 중량으로 인해 사람 손으로 운반 불가능하고 K200 장갑차나 BV-206 전술차량에 주로 장착되어 운용된다. 하지만 장비노후화와 짧은 사거리로 인해 시급히 대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KM30 4.2” 박격포를 대체할 신형 120mm 박격포가 개발 중에 있으며, 지난 2011년에는 국내방산업체가 프랑스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사격 통제장치, 항법장치 등 최첨단구동시스템을 일원화시킨 120mm 강선형 박격포를 개발한 바 있다.

 

글 김대영 /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인텔엣지(주) 국방조사팀 팀장, 디펜스 타임즈 코리아 편집위원
http://www.cyworld.com/undercoverbrother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주석

완구(碗口)
조선시대에 사용하던 화포(火砲)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비격진천뢰는 선조 때 화포장인 이장손(李長孫)이 창안한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폭탄으로 비진천뢰, 진천뢰로 불리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