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11월 30일, 소련군 25개 사단이 국경을 넘어 핀란드로 향하면서 겨울전쟁이 발발했다. 핀란드 성인 남성 인구의 50퍼센트에 해당하는 55만의 소련군은 핀란드 공략을 누워서 떡 먹기로 생각했다. 일부 병사는 여름철 군복을 걸치고 참전했고 지휘관들도 “너무 전진하다 국경을 넘어 스웨덴까지 들어가는 실수는 하지 마라”라고 지시를 했을 만큼 자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결국 이듬해 3월 13일 강화조약을 맺으면서 전쟁은 형식상 핀란드의 패배로 종결되었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핀란드는 3만의 인명 손실을 보았지만 침략자인 소련은 무려 10배가 넘는 30만 명이 사상하고 3,500여 대의 기갑 장비가 파괴 또는 포획 당하는 참담한 결과를 얻었다. 특히 기후와 지형을 적절히 이용한 핀란드군의 유격 전술에 소련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를 반복했다.

이때 소련군에게 많은 피해를 입힌 무기는 핀란드군의 수오미(Suomi) KP/-31 기관단총이었다. 가까이서 난사하는 핀란드군의 기관단총 공격에 소련군은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 일쑤였다. 이에 충격을 받은 소련은 수오미 기관단총을 참고하여 새로운 기관단총 개발에 나서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최고의 기관단총 중 하나로 평가 받는, 그러나 우리에게는 결코 유쾌한 기억으로 다가올 수 없는 ‘따발총’ PPSh-41(Pistolet-Pulemyot Shpagina-41)다.

 

악몽에서 얻은 교훈

혹독한 경험을 겪었지만 그렇다고 기관단총이 소련에게 생소했던 것은 아니었다. 소련도 1930년대 초반에 PPD-34, PPD-40같은 기관단총을 개발했지만 이를 이용한 전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여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하여 경찰용으로나 기관단총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외세의 제한을 받지 않은 소련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밀경찰인 내무인민위원회(NKVD)에서만 기관단총을 사용하였다.

사실 기관단총은 화력이 약하고 사거리가 짧으며 정확도도 좋은 편이 아니다. 오로지 연사를 중시한 근접전용 화기이므로 보수적인 군 지휘관들 입장에서 볼 때 효율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이런 생각은 비단 소련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1차대전 때 툭하면 백병전을 벌였던 서유럽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사거리가 긴 총으로 원거리에서 사격하며 긴 총에 칼을 꽂고 돌격하는 것이 전투의 정석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더구나 기관단총은 대량 보급하기에 너무 비싸 차라리 그 돈으로 더 많은 수량의 소총을 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러했던 소련에게 핀란드에서의 경험은 좋은 약이 되었다. 소련의 총기 설계자인 슈파긴(Georgy Shpagin)은 평가는 좋았지만 너무 구조가 복잡하여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았던 PPD-40의 단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관단총 제작에 나서 PPSh-41을 완성하였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기관단총

슈파긴은 노리쇠와 총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프레스로 찍어내는 방식을 이용하여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PPD-40의 평균 생산 시간이 13.7시간인데 반하여 PPSh-41은 그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부품도 10개나 적었다. 더구나 기존에 널려있는 모신나강 소총의 총열을 반으로 절단하면 2정의 PPSh-41의 총열이 되므로 전시 자원 활용에도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1940년대 말 제작에 성공한 PPSh-41은 독일이 소련을 기습 침공한 1941년 중반부터 대량 생산에 나섰다. 1941년 11월에는 수백 정밖에 생산되지 못했지만 1942년 봄 무렵에는 하루에 3,000정 이상을 전선에 공급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설계가 워낙 잘되어 약간의 시설과 비 숙련 노동자를 투입해도 충분히 제작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결론적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생산이 가능한 총이었다.

단순한 블로우백 작동에 오픈볼트 방식이어서 야전에서 유지, 보수가 간단했고 신뢰성이 좋았다. 실수로 총을 떨어뜨렸을 때 오발사고가 빈번히 발생했을 정도로 충격에는 민감했지만 그 대신 사격 하나는 감탄할 만큼 잘 되어 최대 분당 900발을 사격할 수 있었다. 러시아 겨울의 혹한에 독일군 무기들이 얼어붙었지만 PPSh-41은 문제없이 작동하였다. 독일군이 PPSh-41에 느낀 충격은 대단했다.

 

적들도 선호했던 무기

독일군도 MP40이라는 좋은 기관단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공기도 얼어붙는 눈보라 속에서 쉬지 않고 총탄을 쏟아내는 PPSh-41는 경이의 대상이었다. 더구나 전쟁 중반까지 MP38, MP40 같은 기관단총은 하사관 이상에게나 보급되었기 때문에 소련군 사병들이 갈겨대는 기관단총은 독일군 사병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당연히 노획한 PPSh-41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더구나 독일군의 7.63×25mm 마우저 96탄이 PPSh-41용 7.62×25mm 토카레프탄과 크기가 얼추 비슷했기 때문에 탄 보급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처럼 독일군이 PPSh-41을 노획하여 애용하다 보니 나중에는 독일어로 된 매뉴얼이 일선에 보급되었고, 비록 실패했지만 9mm 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해 보기도 했을 정도였다. 어느덧 PPSh-41는 독일군에게 또 하나의 제식무기 아닌 제식무기가 되었다.

PPSh-41의 특징 중 하나가 대용량의 드럼 탄창인데 71발을 적재할 수 있었다. MP40의 탄창이 32발을 삽탄할 수 있었으므로 독일군이 탄창을 한 번 갈아 끼는 동안 계속 사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탄창 2개를 함께 장착한 MP40/II 등장을 촉진시키기도 하였을 만큼 독일군에게 끼친 영향이 지대했다. 하지만 정작 소련군은 MP40을 상당히 선호했는데 다루기 쉽고 안정성이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일선의 장병들에게는 남의 떡이 커 보였던 것이었다.

 

탄창으로 인해 얻은 별명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특정 무기에 별명이 붙은 이유도 바로 이 드럼 탄창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에 아군은 북한군이 사용한 PPSh-41를 ‘따발총’이라 불렀다. 탄창의 모양이 마치 머리에 짐을 얹을 때 사용하는 ‘똬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함경도 지방의 사투리로 똬리를 ‘따발’이라 한다. 엄청난 연사를 가해대는 따발총은 개전 초기에 기관단총을 보유하지 못한 국군을 상대로 강한 위력을 발휘하였다.

북한군은 전원이 PPSh-41로 무장한 자동총중대를 사단 직할로 편성하여 주로 정찰, 개척 임무에 투입하였다. 당시 북한군의 주력 화기는 모신나강(Mosin Nagant) 소총이었지만 국군이 가장 먼저 접촉한 북한군 선도 부대가 이처럼 PPSh-41을 사용하다 보니 그만큼 인상적이었던 것이었다. 어느덧 따발총은 한국전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무기가 되었다.

600만 정 정도가 생산된 PPSh-41은 2차대전에 많은 수량이 여러 공산국가에 공여되었고 중국, 북한, 베트남 등에서 카피 생산되었다. 소련 입장에서 PPSh-41은 독일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구한 자랑스러운 기관단총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침략자의 가장 선봉에서 동족을 향해 총탄을 날린 원한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따발총’은 전혀 다른 불쾌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제원
탄약 7.62×25mm 토카레프 / 작동방식 블로우백, 오픈볼트 / 전장 843mm / 중량 3.63kg / 발사속도 분당 900발 / 유효사거리 200m / 급탄 71발들이 드럼 탄창 또는 35발들이 막대 탄창

 

글 남도현 / 군사저술가,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히틀러의 장군들》 등 군사 관련 서적 저술 http://blog.naver.com/xqon1.do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