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9.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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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세계]

바다 위의 비행기지

니미츠급 항공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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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11월 14일 목재로 만든 임시 활주대가 설치된 순양함 버밍햄함에서 유진 엘리는 항공기를 힘차게 발진시켰고 4km 떨어진 지상으로 안착했다. 세계 최초의 항공기 발함이 성공한 순간이었다. 2개월 뒤인 1911년 1월엔 활주대와 착함 장치가 설치된 순양함 펜실베니아로부터 항공기 이착륙에 성공했다. 사상 처음으로 항공기가 활주로가 있는 함정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모함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세계 최초의 항공기 발함의 순간(1910년)

배에서 항공기가 뜨다


그뒤 2차 대전을 겪으면서 항공모함은 해상전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미드웨이 해전 등을 통해 거포를 장착한 전함의 시대에서 항공모함의 시대로 바뀌었음을 과시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간에 냉전 군비경쟁이 시작돼 두 초강대국이 팽팽히 맞섰지만 항공모함 분야에선 미국의 압도적 우위가 계속됐다. 구 소련은 미 항공모함과 이를 호위하는 순양함, 구축함 등 미 항모 전단을 무력화하기 위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대형 수상함·초음속 폭격기 등으로부터 발사되는 대함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했다.

남지나해에서 작전 중인 미 니미츠 항모 전투단

미 원자력 항모의 주력 니미츠급


냉전 종식 이후에도 미국은 11~12척의 대형 항공모함 체제를 유지하며 경쟁상대가 없는 세계 최강의 항모 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운용중인 항공모함은 모두 원자력 엔진으로 움직이는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이다. 흔히 핵항모 또는 핵추진 항모로 불린다. 미 원자력 항모의 주력은 니미츠급으로 불린다. 1번함이 태평양 전쟁 때 유명한 해군제독인 니미츠 제독의 이름을 딴 것으로 만재 배수량이 9만t이 넘는다. 2010년 7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동해상에서 벌인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에 참가한 미 7함대 소속 항모 조지 워싱턴호도 니미츠급으로 6번함이다.


같은 니미츠급이라도 뒤에 건조된 신형함으로 갈수록 크기가 조금씩 커졌다. 만재 배수량이 1번함 니미츠는 9만 1400t이었지만 4번함 루즈벨트는 9만 6400t으로 커졌고, 5번함 에이브러햄 링컨에 이르러선 10만t에 육박하게 됐다. 니미츠급 항모를 자세히 뜯어보면 왜 항모를 ‘움직이는 바다 위의 도시’, ‘바다 위의 비행기지’라 부르는지 알 수 있다. 보통 길이 332m, 폭 76m, 높이 62~72m로 20~24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다. 비행갑판의 넓이는 축구장 3배 크기다. 닻 하나의 무게가 27t, 닻을 매단 쇠사슬 한 마디의 무게는 160kg에 이른다. 건조에 들어간 강철재의 무게만 5만 4000t에 달한다고 한다.


건조 비용도 엄청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보통 45억 달러가 들었지만 가장 최신형인 조지 부시(CVN-77)의 경우 62억 달러(7조 4000억원)에 달한다. 연간 운영유지비는 어느 범주까지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000억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항모 1척에 타고 있는 장병들의 숫자도 여느 군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함정 승무원과 조종사 등을 합쳐 5600~6300여명에 달한다. 많은 병력이 장기간 생활하다보니 일상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러 개의 식당은 물론 함내 방송국, 우체국, 병원, 교회 등도 갖고 있다.


함내 군의관은 11명으로 치과의사 5명, 기타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병상은 53개 정도다. 우체국에선 매년 45만kg의 우편물을 처리한다. 이발소도 마련돼 있는데 매주 1500명이 이발을 한다. 승무원들이 먹고 마실 식량은 6000명이 70일간 식사를 할 수 있는 정도를 탑재한다. 항모에 타고 있는 장병들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양은 계란이 2160개, 물이 1500t, 세탁량은 2500kg, 야채는 360kg에 이른다. 함내에 TV는 3000대 이상이, 전화기는 2500대 이상이 설치돼 있다.

미 항모 니미츠급 1번함 니미츠

1척에 웬만한 소국에 필적하는 공군력 탑재


니미츠급 항모 1척에 탑재되는 항공기 전력도 웬만한 소국의 공군력과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통 80여대의 각종 항공기가 탑재되는데 여기엔 FA-18 C/D ‘호넷’, FA-18 E/F ‘슈퍼 호넷’, EA-6B 전자전기, E-2C ‘호크 아이’ 조기경보통제기, C-2 수송기, SH-60 헬기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니미츠급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개량한 CVN-78 제럴드 포드를 건조중이다. 제럴드 포드는 신형 위상배열 레이더 SPY-3 레이더와 전자기식 캐터펄트(사출기) 등을 갖출 예정이다.


미국 외에도 러시아가 애드미럴 쿠즈네초프급을, 영국이 인빈서블급을, 프랑스가 샤를 드골(원자력 추진)을, 이탈리아가 주세페 가리발디·카보르 등을, 인도가 비라트·비크라마디차·비크란트(건조중) 등을, 브라질이 상 파울로를, 스페인이 프린시페 드 아스투리아스를, 태국이 차크리 나루에벳 등의 항모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도 과거 우크라이나로부터 도입한 바르야그를 개조한 것 등의 항모를 머지 않은 장래에 진수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용원 / 군사전문기자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유용원의 군사세계] 항공모함(상)
[유용원의 군사세계] 항공모함(하)


 

▌주석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원자력 연료로 추진하는 항공모함. 약 20년 이상 가동할 수 있는 원자로를 탑재하여 재래식 항공모함에 비해 거의 무제한의 거리를 연료 보급 없이 항해할 수 있다. 최초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은 미국의 엔터프라이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