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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23일 오후, 입소식을 마친 뒤, 나를 포함한 입영장정 무리는, 입소식 행사를 했던 연병장 옆에 있는 한 건물로 이동하여, 그냥 줄을 선 채로 멍하게 있었다. 예전에, 입소식 행사후, 부모님들이 보이지 않는 순간부터...기습적으로 얼차려를 준다는 이야기에, 바싹 긴장하고 있었지만, 뜻밖에도 훈련소 기간병들이나 간부들이 입영장정들을 얼차려 하지는 않았다. 어두컴컴하고 습기에 젖어 퀘퀘한 냄새가 나는 복도와 계단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릴 뿐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났고, 그 목소리를 따라 사람들은 앞으로 이동하였다.  

그 뒤, 길어보였던 어두운 복도를 쭉 따라서, 생활관 내부에 차례차례 들어갔다. 그리고...또 다시 생활관 침상에 앉아서, 멍 하게 앉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쉽게 트지 못하고, 잡담을 하다 걸리면, 크게 혼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냥 얌전하게 앉아서, 또 다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생활관 모습은...군대 관련 각종 프로그램...그리고 Bemil에서 본것과 똑같은 침상형 생활관이였다. 다행히도...Bemil이랑 기타 인터넷에서 본 것에 익숙해져서, 별 감흥은 없었다. 대신 ㄷ자 구조로 옆 생활관과 이어져 있는 독특한 구조였을 뿐이였다.

  잠시 후, 생활관에 전투복을 착용한,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 사람은 바로, 훈련소 입소대대 분대장이였다. 시간이 흐른지 5년 가까이 되는데...아직도 그 분대장 이름을 기억한다. ‘서XX 상병’(약간 목소리 톤이 어릴 때 S본부에서 저녁에 상영한 만화 ‘구슬동자’의 등장인물 ‘옐로우봉’ 목소리를 맡으신 성우 ‘오인성’씨 목소리와 비슷했다.)그리고...다른 한 분도(이름은 잊었지만, 두 사람 인상이 비슷했음.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 닮은분. 육고기소스를 좋아했다.). 처음엔, 훈련소 조교라는 인상에 기가 눌렸다만, 일부 서류 작성하고 제출하거나, 피복류 지급과 환복 등 단체가 움직여야 할 때 한정으로, 엄하게 행동했고, 대기시간 내내 입영장정 앞에서, 입소대 후임이나 간부와 이야기 하거나, 입영장정들에게 대화를 걸면서 각종 이야기를 하는 등 뭔가 여유로움과 뭔가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당황했다. 어쨌든! ‘서XX 상병’은 입소대에서, 3~4일 동안, 각종 검사, 보급품 수령, 서류 작성 등을 하는 3박 4일 동안 우리들을 담당하는 *분대장* 이였다.

(* 다른 사단 신교대나 보충대에선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육군훈련소에서는 조교들을 ‘조교님’이라 호칭하지 않고, ‘분대장’이라고 부르게 하였다.)

서XX 분대장(이하 서상병)의 통제하에, 생활기록부, 설문지 등 서류를 작성후, 건물 복도 중앙에 컴퓨터와 함께 비치된 단말기에 ‘나라사랑카드’를 교통카드 찍는것처럼 찍은 뒤, 행정병과 분대장으로부터 군사특기번호 안내를 받았다. ‘편성부대보급(21XX)’ 그리곤, 앞 사람을 따라 보급품 창고에서 보급품을 받게 되었다. 전투모(빵모), 활동화, 활동복(하계활동복 2벌), 세면백(지퍼를 살짝 열어보니 각종 세면도구가 가지런히 있었다.), 휴지(알지오 휴지), 의류대(더블백) 등 기본적인 생필품과 피복을 지급 받고 의류대(더블백)안에 차곡차곡 넣었다. 잠시 후 생활관으로 복귀하자마자, 서상병의 통제하에 입고있던 옷을 다 갈아입고, 보급받은 속옷과 활동복으로 갈아입었다.(기존에 입고 있던 옷들은 우체국 택배 상자에 다 담았음.) 좀 전 까지의, 학교 수련회 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군 입대를 한 것처럼 보이는 듯 했다. 

 서상병과 분대장들이 자리를 비울 때, 누군가 말을 열기 시작했다. 분대장들이 기습하여 얼차려 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옆에 앉아있는 사람과 말을 트었다. 89년생 형 두 분(유형, 서형), 90년생 형 한분, 그리고 나와 동년배 (전XX)인 사람과, 대충 말을 살짝 트었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우리들은 같은 전우조로 3박 4일을 잠시 보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갈 때 쯤, 서 상병이 돌아와서 생활관에 있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2~3일간 ‘배식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였다.  

 조금 일찍 먼저 밥을 먹고 난 뒤, 다른 장정들에게 식사배식, 식기류 세척, 식당청소 등등 취사병을 보조해주는(?)업무였다. 그나마 좋은 점은 먼저 따뜻하게 지어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한 가지 였다. 먼저, 군 입대전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짬밥=맛없어’라고 했다. 과연 어떤 맛인지 약간 기대반/실망반으로 분대장 인솔하에 식당으로 갔다. 처음 밥을 먹은 순간...이렇게 맛있는 밥은 처음이였다.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초,중,고 시절부터 대학교 기숙사 시절 먹었던 급식이랑 비슷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진출처 : http://armynuri.tistory.com/615?viewbar

(물론, 당시 위, 식단의 밥이 나왔다는게 아닙니다. 단지 참고자료일 뿐...)

김치부터, 국, 반찬도 뭔가...학교 급식 스러운 느낌이였다. 진짜 맛이 없진 않았고, 진짜 학교에서 먹었던 밥 스러운 느낌과 비슷했다. 한가지 차이라면...학교식당에서 밥을 먹는것은, 수저 + 젓가락이였다면, 군대에선 무조건 '수저' 한개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는 점이다.

바로 이 포크달린 수저. 이거 하나로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했죠. 젓가락으로 사람을 해할수 있어서, 없앴다. 빨리빨리 먹고 전선에 투입해야 해서, 젓가락 식사를 금지시켰다 등 이야기가 있었지만...누군가 이야기 하기론, 물자 관리(젓가락 2개=1세트인데, 2개중 1개 분실시 젓가락 사용 불가.)등의 이유라고 하더군요.

그리고...문화충격(컬쳐쇼크)를 받았던게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아이스 크림이 부식으로 나온 것이였다.

롯데에서 생산한 '와'라는 사각형 바닐라맛 떠먹는(?)아이스크림...

입대 첫날, 필자는 이 '와' 아이스크림이 첫 짬밥을 떠 먹는 날 나온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저 문화적 충격을 받고, '아! 국방부가 그래도 서비스는 해주네'라 대충 자기위로(?)를 하고 난 뒤, 밥을 다 먹은 나는 전우조랑 같이, 서상병(분대장)이 시켰던 배식조 담당 임우인 '식기'일을 하러 갔다.

(* 밥 먹기 전에, 식기 보관함에서 식판을 옮기고, 다 먹고 난 후엔, 식판을 씻겨낸 뒤, 식기세척기에 넣어서 깨끗하게 씻겨낸 후, 식기 보관함에 다시 넣는 일이였음. 시간 남아 일이 일찍 끝나면...분대장의 이끌림에 따라...식당청소나, 짬밥처리 등을 하기도 했음.)

출처 : http://www.kitchentopmall.com/Shop_new/recycle/product_view.php?uid=532&start=&g_code=&b_code=&l_code=&m_code=

대충 이렇게 생긴 자동세척기에 넣기 전에 앞서, 옆에 있는 식기 세척공간에서, 수세미로 밥풀이나, 기름때를 1차로 씻겨낸 뒤, 자동세척기에 넣었다. 다 씻겨진 식판은 다른 인원이 차곡차곡 쌓아서, 다시 원래 식기보관함이 있던 장소로 가져다 놓는다.

배식조가 다 끝난 후, 분대장 서상병의 인솔하에, 다시 생활관으로 복귀했고, 잠깐 쉬는듯 하였으나, 생활관 청소와 샤워(타임비누 한개로 샤워함.)를 하고 군입대 첫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는 아니고, 취침 직전, 서상병은 불침번 근무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자는듯 마는듯 하는 상태에서 잠깐 졸다가 불침번을 서고, 다시 잠에 들었다.

Ps. 군입대 이야기 2편을 4달만에 했네요. 그 동안 너무 힘든일, 별의 별 일이 있어서...작성하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이곳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3편부터는 짤막한 입소대대 이야기를 마저 다 하고, 교육연대로 넘어간 시점에서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