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올린바와 같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해군 양성을 위한 노력은

청일전쟁 전에 강화도에 해군사관학교를 세우고

영국에서 교관을 초빙해 사관생도 양성을 시도한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의 이 근대적 해군창설을 위한 첫 시도는 국내외적인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좌절되고 맙니다.

그후 다시 해군 이야기가 나온건 대한제국이 선포된 후인 1900년대 초반.

앞서 올렸던 강화 해군사관학교에 대한 사진들은 여러분이 처음 보셨던 것이라 한데 반해

대한제국 해군에 대한 사진들은 이미 대한제국군 얘기를 하며 여러번 올렸던 사진들이라

보신 사진들일 것입니다.

이 내용은 제 개인적으론 처음 듣는 애기인데 대한제국이 최초의 근대식 군함 양무호를 도입하게된 계기는

신하들이 고종의 즉위 40주년을 맞아 서구열강국들이 자국 군함을 타고 인천으로 들어오면서 축포를 쏜다는데

대한제국도 축포를 쏴야하지 않겠느냐는 건의 때문 이었다는 겁니다.

즉 국가방위를 위한 애국충정에서 나온 생각이 아니라 신하들이 황제를 기쁘게 하기 위해 내놓은

다소 즉흥적인 성격의 아이디어 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신하들은 그런 생각으로 근대적 배의 도입을 건의했을지언정 고종의 생각은 그렇지만은 않았다는게

당시 역사에 대해, 특히 대한제국 해군에 대해 연구한 사람들의 생각 입니다.

즉 강화 해군사관학교가 폐지된후 고종으로선 다시한번 근대적 해군창설의 계기로 삼으려는

생각 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 대한제국이 일본으로부터 양무호를 도입한 과정은 

사기나 마찬가지인 바가지 였습니다.

고종이 처음 근대적 군함을 도입하려 시도했던 대상도 바로 일본 이었습니다.

조선 때 고종은 개화사상에 불타오르는 젊은 승려인 이동인에게 밀명을 내려

일본에서 근대적 군함을 사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이 조선의 근대적 군함 구입을 용인할리 없습니다.

이동인이 조선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나타나 군함구입을 위해 일본으로 갈 배를 주선해 달라고 하자

일본은 놀라 개화파를 없애지 못해 안달인 조선의 수구대신들에게 이를 알렸고

결국 이동인이 수구파가 보낸 자객에게 암살 당함으로서

고종의 근대적 군함 구입을 위한 첫 시도는 좌절됩니다.

그리고 다시 오랜세월이 흐른후 대한제국이 근대적 함선을 구입하려 한다는 정보가

일본에게도 들어온 것입니다.

양무호는 1888년 영국 미들스보로의 R. Dixon사가 건조한 화물선으로 처음 이름은 Pallas 였습니다.

일본에선 1894년 미쓰이물산이 석탄운반선으로 쓰기 위해 25만원에 구입했고

이름은 S.S. Kachidate Maru 였답니다.

그런데 총톤수 3432톤의 이 배를 미쓰이물산이 대한제국에 얼마의 가격에 판지 아십니까?

자그만치 55만원 입니다.

일본이 영국에서 20만원 대에 구입한 배를 대한제국엔 55원에 팔았으니

대한제국은 양무호를 자그만치 35만원에 가까운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구입했던 것입니다.

배를 사려는 마음만 급했지 국제정세에 대해선 영 어두웠던 대한제국 관료들의

형편없는 협상 이었던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관료들의 국제사회에서의 협상능력은 늘 문제가 되고있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군함으로 도입된 양무호는

자그만치 35만원에 달하는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도입 하였습니다.

미쓰이물산의 중역회의 기록에 보면 그들이 대한제국에 판 양무호 가격의 차액인

35만원의 세부내역이 나와 있습니다.

선체수리비 20만원, 무장설치비 4만원, 화약고 신설비 1만원, 테리크 장치비 2만원, 구조 수리비 7만원

인천까지의 운항비 1만원으로 35만원의 차액이 나왔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배와 거기에 장착된 장비들이 좋은것도 아니었죠.

양무호는 연료인 석탄을 많이 잡아먹는데 비해 효과는 잘 나지 않는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배 였습니다. 

그래서 미쓰이물산은 도저히 채산성이 나지 않는 이 배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차에

대한제국이 걸려든 것입니다.

양무호에 장착된 함포도 경제성이 없는 중고함을 일본의 쓰루가조선에서 개장공사를 하고

청일전쟁후 용도페기된 644톤의 포함에서 뜯어낸 배 만큼이나 노후화된 포를 양무호에 달았던 것입니다.

양무호의 함장인 신순성은 1895년 조선이 일본에 보낸 제2차 관비유학생 64명중 한명으로

일본에 갔다고 합니다.

그중 해군유학을 위해 간 학생은 5명 이었는데 일본을 비롯해 어느 열강국들도

자국의 해군사관학교에 타국인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던 때라

해군유학생 5명은 군사학교 대신 상선학교에 입학 합니다.

청일전쟁 때 대령으로 나니와의 함장 이었고, 러일전쟁 땐 연합함대의 사령관 이었던 도고제독도

영국 군사학교가 아닌 상선학교 출신 이라고 합니다.

일본 상선학교에 입학한 조선 유학생 5명중 3명이 중도탈락 하고 신순성과 박완서 2명이 졸업을 하고

항해사 자격을 취득해 귀국 했다고 합니다.

신순성의 형은 미국 교관들에게 훈련을 받았던 연무공원 사관생도 였다고 합니다.

신순성의 형도 외국인 교관에게서 근대식 군사훈련을 받으며 조국을 지키기 위한 인재로 양성된

애국심 강한 젊은이중 한명 이었던 겁니다.

신순성도 그런 형을 보며 자신도 미래에 근대식 교육을 받고 나라를 위해 일할 것을 꿈꿨고

그런 미래에 대한 동경이 국비유학생으로 일본으로의 유학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양무호의 함장 신순성도 그당시의 여느 조선의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근대식 교육 이라는 신세계에 대한 동경과 꿈을 가지고 일본으로 유학을 가

항해사 교육을 받고 온 몇 안되는 근대식 항해교육을 받은 조선인 학생 이었습니다.

처음에 국가방위를 위한 해군창설을 목적으로 도입한 것도 아니라

고종의 즉위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 축포를 쏘기 위한 용도로 도입한 배가

성능도 별로인 고물을 엄청난 바가지를 쓰고 샀다는게 알려지자

전국민적인 비난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이에 정부는 비난여론을 무마하고 여전히 해군에 대한 생각이 있는 황제의 뜻도 있었기에

강화 해군사관학교 이후 오래간만에 다시 급하게 강화 해군사관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주먹구구식으로

해군창설을 선포하고 해군 승조원의 모집을 공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갖은 시행착오를 거쳐 대한제국 최초의 군함이란 이름을 가진 양무호는

그나마 제대로 대한제국 해군함으로서의 역활을 하지도 못합니다.

양무호는 별다른 해양방위의 임무도 수행하지 못하다가

1904년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대한제국은 엄정중립을 선언 하지만

일본은 청일전쟁 때 조선에 그랬던 것처럼 러일전쟁 때도 대한제국을 무력으로 강점합니다.

게다가 엄연히 대한제국 해군함 이었던 양무호를 자기들 마음대로 가져다가

일본해군 소속으로 러일전쟁에 참전 시킵니다.

그런 기가 막힌 일은 양무호에 양무호 승조원들을 교육, 훈련 시킨다는 명목으로

일본해군 중좌가 있었기에 가능 했답니다.

러일전쟁중 일본해군 소속으로 러시아군을 정탐하는 정보함으로 운영된 양무호는

대한제국 정부가 항의하자 일본은 전쟁중 양무호의 파손을 막기 위해 일본이 보호하고 있었다는

변명을 늘어놉니다.

이렇게 양무호를 일본에게 뺏기고 정작 바가지 쓰고 큰 돈을 주고 그 배를 산 대한제국에서

양무호의 승조원으로 임명한 함장 신순성과 승조원들은 대한제국 해관 예산으로 발주한 2번째 함

광제호의 승조원들로 옮겨갑니다.

대한제국 최초의 군함 양무호의 함장 신순성을 비롯한 승조원들은

러일전쟁 때 일본에게 양무호를 뺏기자 두번째로 도입된 함인 광제호로 옮겨갑니다.

위사진은 1906년 찍은 광제호 승조원들의 사진 입니다.

러일전쟁후 양무호는 아예 무장을 철거당한채 원래 화물선의 모습으로 대한제국으로 돌아오지만

앞서 말했듯 경제성이 없는 배라 대한제국에서 제대로 쓸만한 데가 없었습니다.

양무호의 용도를 고민하던 대한제국 정부는 부산에서 선원교육을 위한 해원양성소로 사용하기로 하고

1907년 7월에 황성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해원양성소 훈련생들의 모집광고를 냅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양무호의 사진은 이 때 찍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양무호에 의한 선원교육 효과 마져도 미미 했다고 합니다.

결국 경제성 없는 배 양무호는 대한제국 해양안보의 첨병 역활도 성원양성소의 역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1909년 11월 공매에 부쳐져 일본으로 팔려감으로서 한국국적의 역사를 끝냅니다.

다시한번 시도됐던 우리나라의 근대적 해군창설 시도가 대한제국 정부의 무계획적인 즉흥적 처사와

러일전쟁을 비롯한 일본의 방해공작등 강화 해군사관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외에서 몰아닥친

여러가지 악재 때문에 비참하고 씁쓸한 결말을 맞은 안타까운 역사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