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인천상륙의 용사들은 어디로 갔는가?


몇년 전에 인천의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동상에 경례를 붙이는 노병을 만난 적이 있음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집이 속초라는 그 노병은 인천에 살고있는 딸의 집을 찾을 때마다 의례히 이 장군의 동상을 찾아온다고 하다군요.

"상륙작전에 참가하셨다면 어느 곳에 상륙하셨는지요? 저 쪽 대한제분 쪽(래드비치)인지요? 아니면 불루비치 방향인지요?"

"그건 기억이 나지 않소, 여하튼 엄청 죽었다오"

"만일에 저쪽 대한제분 방향이면 1연대 3대대 소속이셨을텐데...."

"글쎄..여하튼 내 동료들은 다 죽고 나만 살아있소..."

그 노병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나는 나의 경박함을 얼마나 후회했는지....나는 그 노병을 통하여 잊혀진 역사의 한 편린을 주워보고자 추궁했지만...그 노병에게는 이미 인간이 가장 마지막 까지 간직하는 기억....뼈에 새겨진 고통의 기억만이 잔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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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궁금함은 이것이었습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에 상륙하여 서울을 탈환한 해병 제 1 연대 용사들은 어디로 갔을까?
3년이나 이어진 극한의 전투에서 최초의 멤버들은 얼마나 살아남았을까? 무적해병의 이름으로 최악의 전장만을 찾아다닌 그들이기에 더우기....


<태동기>
1949년 4월 15일 진해의 덕산 비행장에서 신현준 해군중령과 380명의 용사들이 모여 "해병대"를 창설합니다.

8월 들어서 병력을 증원하여 2개 대대규모로 편성한 후 김성은 소령을 지휘관으로 하는 1개 대대를 적색분자가 준동하던 진주에 파견했는데 나는 이 대대를 제 1 대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동년(1949년) 12월 29일에 해병대는 공비의 토벌을 위하여 제주도로 파견되어 모슬포에 제 1 대대와 제 2 대대를 주둔시키고 제주읍에는 본부중대와 지원중대가 주둔했습니다.


<전쟁의 시작>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터지면서 물밀듯이 내려오는 북괴군을 저지하기 위하여 김성은 중령의 휘하에 있던 고길훈 소령이 1개 대대를 이끌고 제주도를 출발하여 7월 16일 군산에 상륙해 호남지방으로 남하하는 북괴군과 7월 20일 까지 사투를 벌립니다.....나는 이 대대를 제 2 대대로 간주합니다.

전투를 벌리면서 여수에 도착한 고길훈 소령의 제 2 대대는 김성은 중령의 제 1 대대와 합류, 7월 29일 이후 진주와 마산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합니다.

8월 17일, 북과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남하하여 통영으로 내려오자 장평리 해안에서 해병대 최초의 단독상륙작전을 감행하여 적을 섬멸하고 통영을 지켜낸 후 인천 상륙작전 때 까지 이 지역을 사수했습니다.

이 시기에 해병은 "제 3 대대"가 편성되고 9월 들어서는 별도로 "독립 5 대대"가 편성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천 상륙작전>
1950년 9월 15일, 오후 18시 00분! 해병 제 3 대대는 미 해병대와 더불어 래드비치 해안(북정동-지금의 대한제분)에 상륙하며 곧 이어 제 1 대대가 합류합니다.

다음 날, 김종기 소령이 지휘하는 제 2 대대가 옐로우 비치(인천항) 해안에 상륙하여 북정동 방향으로 북상하여 본대와 합류한 후 북정동 방향에 있던 제 3 대대가 남측 방향으로 내려와 인천시내의 잔적을 소탕하게 되지요.
즉,
제 1 대대와 제 2 대대는 곧바로 주안방향으로 적을 추적하며 서울로 향하고,
제 3 대대는 인천시내의 잔적을 소탕한 후 서울로 진격하게 되었으며 10일이 지난 9월 25일에는 독립 제5대대가 인천항을 통하여 상륙하여 서울진격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로 진격>
제 1 대대는 행주산성 부근에서 한강을 도하하여 수색방면에서 서울로 진공하면서 104고지와 연희동 전투를 치루며 서울시내로 진주하여, 서울을 점령 후 청량리, 망우리 방면을 거쳐 팔당, 덕소 방향으로 적을 추적하고,

제 2 대대는 마포 부근에서 한강을 도하하여 서대문 인근의 한성중학교를 점령하여 숨을 고른 후 용산과 서울역 근방의 적을 소탕하면서 중앙청으로 돌진, 9월 28일 드디어 중앙청에 태극기를 휘날리고 동대문을 나와 의정부 방향으로 적을 추적하고.

제 3 대대는 서울의 남부로 진격하여 잔적을 소탕한 후 청량리, 망우리 방면을 거쳐 남양주 천마산 방향으로 적을 추적합니다.

독립 제 5 대대도 제 1 대대와 함께 금곡, 마석 방면으로 진격하게 되는 것입니다.


<해병은 다시 다시 인천으로>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국군중에서 서울을 가장 먼저 점령한 해병은 돌연 다시 인천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이 감당할 수 있는 더 벅찬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제 1 대대는 10월 7일 인천에 집결하여 인천을 떠난 후 10월 18일 동해안의 묵호에 상륙하여 태백산맥을 타고 북상하는 잔적을 토벌하고,

제 2 대대는 10월 18일 인천을 출발하여 당일로 목포에 상륙, 잔적을 소탕하고 11월 23일에 목포에서 출항, 11월 30일 동해안 북방 함경남도 원산에 상륙합니다.

제 3 대대와 제 5 독립대대도 인천을 떠나 10월 26일 제 2 대대보다 먼저 원산에 상륙합니다.

원산에 상륙한 해병은 남진하여 강원도 고성에 사령부를 두고 태백산맥을 통하여 북쪽으로 올라가는 잔적을 소탕하면서 평양/원산 라인 이북에서 활약하는 유엔군의 북진작전을 엄호하게된 것입니다.



<통한의 후퇴>
예기치 않은 중공군의 반격으로 북진한 해병은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제 1 대대와 제 3 대대는 고성/ 간성 지구에서 적의 포위망을 뚫고 눈보라치는 200리길을 행군하여 원산에 당도, 방어작전에 들어갔다가 제 3 대대는 중공군의 포사거리 안으로까지 들어가자 12월 7일 LST-805함으로 부산으로 철수하였고,
제 1 대대 역시 중공군이 원산시내까지 진격하자 LST-806 함으로 부산으로 철수 하였으며,

제 2 대대와 독립 5 대대는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하며 후퇴하는 미 해병 1사단과 국군 7사단을 엄호하다가 12월 15일 함흥의 연포 비행장에서 수송기 편으로 철수하여 진해에 집결합니다.


<반격, 그리고 북상>
이듬 해 1951년 초, 해병은 모두 진해에 집결하여 있었는데 1월 24일 독립 5 대대는 안동에 투입되어 안동/대구간 통로를 확보하고 인근의 잔당을 소탕했으며,

제 1, 2, 3 대대는 1월 26일 진해를 출항, 동해안의 영덕 하저동에 상륙하여 패잔병을 소탕하고 LST 편으로 영덕을 떠나 2월 15일 묵호에 상륙 후 영월(2/17~3/15),홍천(3/18~4/3)으로 북상하며 4월 24일 화천에 이르러 5월에 화천 저수지를 탈환하고 지역을 지키다가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에 밀려 전 연대가 남하하여 용화산 일대에방어진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도솔산 전투>
그 해 6월 4일 인천 상륙작전의 동료였던 미 해병 5연대가 양구군 해안면의 "도솔산" 탈환에 실패하자 임무를 교대한 해병은 17일 동안의 혈투를 벌려 적 2개 사단을 격퇴하고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무적 해병"의 휘호를 하사 받습니다.

아침안개 사이로 햇살을 받으며
돌가루 먼지 속에 그리던 긴 밤
땀투성이 얼굴을 들어 볼 때엔
도솔산 고지고지 발 아래 있네---<도솔산의 노래에서>


<펀치볼 전투>
도솔산을 점령한 해병은 8월 21일 부터 도솔산에서 바라보이는 오목한 분지(PUNCH BOWL)를 점령하기 위하여 3주간의 대혈전 끝에 김일성 고지와 모택동 고지를 점령하고 피어린 펀치볼을 빼앗습니다.
도솔산 전투와 펀치볼 전투의 이야기는 나의 부족한 필설로는 언급하기가 두렵습니다.


<제 1 전투단과 통한의 휴전>
그 이후 전선은 교착상태에 들어가고 지루한 휴전회담이 계속되던 1952년 3월 17일, 동부전선을 지키던 해병대는 수도서울을 방어하기 위하여 장단(사천강) 지구로 이동하여 서울패스로 공격하려는 중공군 2개사단을 격파하고,
10월 1일 제 1,2,3 대대와 독립 5 대대를 통합하여 제 1 전투단을 창설하고 개성~문산간 축선을 지키다가 53년 7월 27일 휴전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난 3 년간 이룩한 해병의 위대한 공적 뒤에는 고지의 구비마다 뿌려진 전우의 피와 눈물이 있었습니다.

<묻노라...전우의 생사를>
나는 이름없는 고지의 참호에서 적진을 노려보는 해병 용사들에게 한 개피의 담배를 권하여 이렇게 묻고 싶은 것입니다.....'인천 상륙 당시의 전우들중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용사가 누구입니까?...........


<감사의 말씀>
자신의 생명을 바쳐 우리의 지금의 삶을 지켜준 용사들에 대하여 드리는 감사의 말을 전쟁 다시 민의원 의장 신익회의 이름으로 작성된 감사문을 옮겨 대신하는 바 입니다.


"해병대 장병 여러분!
이번에 중공군의 광란적 추계공세를 격퇴섬멸하고 수도방위의 서부 사천강 작전에서 성공하신 귀단 장병 일동에 대하여 우리 민의원 일동은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일시에 삼백발의 포탄과 로켓탄이 쏱아질 때가 있는 중에도 밤이나 낮이나 의연히 진지를 지키신데 대하여는 전 세계의 감격이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전공은 위기에 선 조국의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켰으며 민족의 사활이 달린 전쟁의 전도에 새로운 광명을 비친 것입니다.
포탄에 상한 다리를 이끌고 피와 담으로 젖은 군복을 입은 대로 살아남은 한국 군인들을 우방의 미국 군인들이 얼싸인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어찌 군인동지들 뿐이겠습니까.

우리 의원들도 또한 다 같이 보도를 읽고 울면서 이 감사문을 보내는 바입니다........민의원을 대표하여 신익회 의장




....... P.S ...............

1. 이 글은 인천상륙 작전에 참가한 해병 제 1연대 1,2,3 대대 및 독립 5 대대의 그 이후의 행적을 추적해보는 관점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오류의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2. 참고문헌 한국 전쟁사 (육군사관학교 편찬)
인천 1950 고든.L. 리트먼 저 도서출판 플래닛 미디어
한국 전쟁사 부도 (육군사관학교)
해병대 50년역사 화보집 (해병 사랑회)
참전실록 (해병대 3-4기 전우회) 외

3. 해병대의 이동경로를 지도상에 표현하려했는데 포토샾이 서툴러서 시간이 좀 걸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