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한국해양전략연구소)

[179호] 명확한 전략 드러내지 못한 ‘정책 결과보고서’

  작성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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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12-12 15:12:59





명확한 전략 드러내지 못한 ‘정책 결과보고서’
― 美 국무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평가




강원대학교
교  수

정 구 연



미 ‘인도-태평양 전략’ 발전 궤적 보여준다는 점에 의의
제도 넘은 가치차원 비전 구현할 포괄적 전략부재 아쉬워

  지난 11월 4일 공개된 미 국무부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공유된 비전 추진’(A Free and Open Indo-Pacific: Advancing a Shared Vision) 보고서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의 비전을 제시한 이후 국무부가 수행해온 일종의 정책 경과보고서(progress report)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과보고서인 만큼, 그 자체로서 명확한 전략이 담겨있지는 않기에 향후 미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비전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지 명확한 로드맵을 담고 있지는 않다. 특히 지난 6월 미 국방부가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s,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를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범정부적(whole-of-government) 접근법에 근거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번 국무부의 보고서 역시 파트너 및 지역 제도에 대한 관여, 경제적 번영 제고, 굿거버넌스 형성, 평화와 안보 구축, 인적 자본투자 등 부처 간 협력이 필수적인 다섯 영역에 대해 논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 달성을 위한 포괄적인 전략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고서의 가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역내 경제•안보•거버넌스 가운데 어떠한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접근법이 적절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현에 얼마나 효과적일 것인가는 불확실하다.

  우선 이 보고서는 국무부의 업무 특성상 강대국 경쟁•위협인식과 이에 대한 대응— 특히, 대중국 견제의 의도는 최대한 희석시켜 언급한 반면 역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관여와 외교적 접근법에 대한 논의를 우선순위로 놓고 있다. 이를 통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비전이 외부로부터 역내에 이식된 것이 아닌 역내 국가들과 공유된 비전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동시에 중국 일대일로 정책의 대안으로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Better Utilization of Investment Leading to Development Act” 법에 따라 새로 설립한 국제개발금융공사(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기구를 통해 미국의 개발금융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민간자본의 역내 신흥시장 진출을 독려하여 개발효과를 극대화하고, 동시에 중국의 부채외교(debt diplomacy)를 대체할 투명성을 담보하는 금융질서를 안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The Blue Dot Network’— 즉, 정부와 민간기업•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인프라구축 플랫폼 역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겨냥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러한 이니셔티브에 할당된 113백만 달러의 예산을 공개한 바 있으나, 중국이 일대일로정책을 통해 역내 투자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라는 점, 그리고 미 행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을 통한 이니셔티브라는 점에 있어 역내 국가들은 상기 이니셔티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곧 시작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공개조사 및 청문회로 인해 더욱 그러하다. 또한 양자적 차원의 무역과 인프라구축에 방점을 두는 반면 지역경제 아키텍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은 부재하기에 일련의 경제 이니셔티브가 과연 일대일로를 대체할 지역경제질서 구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미국의 독점적 이익을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 보고서가 경제영역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반면 굿거버넌스 형성과 평화와 안보 구축 영역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 있으며 그 경과보고 역시 매우 간결하다. 위 두 영역은 ‘규칙기반 국제질서’(rule-based order) 구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역내 민주주의 후퇴의 징후가 현저해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경제영역에 더 많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터키•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친화성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에 있어 경제영역 이상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대양진출 및 해양에서의 강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역내 국가의 역량제고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동 및 유럽보다도 작은 국무부의 대외 군사원조 배분 상황과 항행의 자유 작전 이외의 대안 부재는 중국의 기정사실화 전략을 포함한 전략적 점진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전략이 부재함을 드러낸다.

  요약하건대, 미국 국무부의 이번 인도태평양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발전 궤적을 보여준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비전을 구현할 포괄적 전략은 부재하다는 점, 그리고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행할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와 역량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미국은 역내 국가들과의 소통을 좀 더 늘려 나가야할 것이다. 특히 양자가 아닌 다자적 차원에서, 그리고 제도를 넘은 가치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약력

정구연 교수(ckuyoun@kangwon.ac.kr)는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UCL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객원교수 (2014-2015) •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2015-2017)으로 근무하고 현재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 관심주제는 미국의 동맹안정성과 해양안보, 그리고 소다자주의 디자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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