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한국해양전략연구소)

[161호] 미-이란 사태를 보는 2가지 시각

  작성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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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6-11 09:47:15


미-이란 사태를 보는 2가지 시각



1. 미국의 對이란 무력시위의 전략적 의미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박 창 권


  최근 미 트럼프 정부는 페르시아만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여 이란에 대한 군사력 시위를 적극 전개하고 있다. 미 해군은 링컨 항모타격그룹(Lincoln Carrier Strike Group)을 지중해에서 페르시아만 해역으로 이동시켰으며, 대형상륙함 알링톤(LPD Arlington)도 역시 이 해역에 배치했다. 또한 B-52 폭격기와 패트리어트 포대, 그리고 1,500명의 병력을 중동 지역에 새로이 배치토록 하였다. 미국은 비록 이러한 군사력 전개가 이란의 도발에 대한 방어적 목적의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란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무력충돌로 확전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2018년 P5+1(중국·프랑스·러시아·영국·미국+독일)과 이란 간 체결한 이란 핵협정(JPCOA)을 파기하였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에 나섰으며, 지난 5월에는 2018년 한시적으로 이란과의 석유거래 금지를 유예하였던 주요 국가들에 대한 유예기간을 종료할 것을 선언했다. 즉, 이란의 석유수출을 완전히 봉쇄하여 이란이 새로운 핵협정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지난 4월 이란 혁명수비대(Iranian Revolutionary Guard Corps)를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했다.

  미국의 페르시아만에 대한 군사력 증강은 이란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대리군사력’(proxy forces)을 동원하고 있다는 통신정보를 확인하고 시작되었다. 이란이 지원하는 집단이 미국을 공격하고자 한다는 위험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UAE 연안에 정박하고 있던 네 척의 유조선에 대한 폭발물 공격이 발생하였으며, 예멘 무장집단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석유시설에 대한 폭발물을 탑재한 무인기 공격을 시도하였다. 또한 바그다드 미 대사관 인근에 박격포 공격이 발생했다. 이러한 공격의 배후를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은 이를 이란과 연계하여 보고 있다.

  미국의 무력시위가 갖는 전략적 의미는 향후 상황 전개를 좀 더 지켜볼 것을 요구하지만 현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의 무력시위는 국제해상교통로의 관문인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이란과의 새로운 게임이 시작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란이 초강대국 미국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군사적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전략적 이점을 활용하는 것은 이란에게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란은 과거 1984-1988년  對 이라크 전쟁 중에 기뢰를 부설하여 페르시아만의 통항을 위협한 바 있다. 이란은 미사일과 기뢰를 이용하여 이 해역에 대한 통항을 또 다시 위협할 수 있다. 비록 미국이 이에 대해 방비하고 있지만 이란의 위협을 간단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대치가 발생될 수 있다.

  둘째, 현재 미국과 이란 간 대치가 대규모 무력충돌로 확전될 가능성은 낮으나 저강도 충돌로 발전될 가능성은 높다. 비록 미국이 고강도 군사적 옵션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이라크 사례 등 비용을 고려할 때 선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특히, 시리아 등에서 철군을 추구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과의 새로운 전쟁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군사력 시위의 목적을 미국의 제재에 반발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및 테러지원 활동 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언급한다. 이란 역시 승산이 없는 미국과 직접적인 무력충돌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은 직접적인 무력충돌보다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테러 등 저강도 방식의 새로운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미국의 강압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이란에게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저강도 형태의 새로운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을 말해준다.  

  셋째, 군사적 대치가 장기화되고 군사적 대치에 따른 우발적인 일시적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능력을 완전히 제거하고 테러집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경제적 제재조치만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 중동지역의 맹주국임을 자처하고 있는 이란 역시 미국에 쉽게 굴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란은 중동지역에 많은 지지 세력을 갖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대치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며, 이러한 군사적 대치 가운데 오인과 오산에 의한 일시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약력

박창권 박사(chang@kida.re.kr)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국 미주리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예비역 해군대령으로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을 지낸 뒤 현재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2. ‘초크 포인트'(choke-point)의 지정학
– 이란 핵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사태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 정 현



 최근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2015년 7월 이란이 유엔안보리 이사국들(P-5) 및 독일과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한데 이어 지난 달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문제를 제기, 이란 전 지역에 대한 즉각적인 사찰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이란이 부응하지 않자 미국은 최근 그동안 이란산 석유 수출을 허용했던 중국·인도·일본·한국 등 8개국에 대해서도 유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음으로써 이란산 석유 수출울 금지하는 ‘제로화’를 추진하며 ’최대 압박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유 수출을 국가경제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이란은 지난 4월29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협박한 바 있고, 5월 중순에는 중동 걸프해역의 입구에서 사우디 유조선 2척에 대한 의문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에 대해 미국이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항모전단과 B-52폭격기·패트리어트 포대를 배치하는 강력한 군사력 현시를 통해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갈등이 증폭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험이 현실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협박은 전혀 새로운 위협이 아니다. 이란은 과거(2008년 및 2011-12년)에도 이 해협을 봉쇄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사태도 작년 8월부터 이란이 해협 봉쇄를 언급한 이래 최근 실질적 ‘군사행동’(유조선 공격) 의혹으로 고조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첫째, 미국의 대 이란 생명줄(원유수출) 원천차단 노력, 둘째,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 셋째, 미국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세력으로 지정(4.8.)하고 이란 역시 동 해역에 대한 ‘전방현시’(forward presence)와 ‘해상통제’(sea control)를 수행하는 미 중부사령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등 대치국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 등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공급량의 30%을 운반하며 증동 걸프 지역을 통과하는데 이용되는 유일한 수로로서 이 지대를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인 유럽·인도태평양 지역과 연결하는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초크 포인트(choke-point)로 간주되어 왔다. 가장 좁은 곳의 폭이 39km(21해리), 실제 선박이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은 폭이 10km에 불과하며 선박 간 충돌 예방을 위한 중앙분리대(3km)가 포함되어 있어 실제 운항 가능한 항로는 매우 협소하다. 가장 좁은 곳은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로서 이란혁명수비대 해군이 관할하고 있다. 군사전략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공간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미국의 해양력 현시를 통한 강압(compellance)과 억제(deterrence), 이란의 원유수출을 완전 차단하는 봉쇄전략이 이란의 해상거부 전략을 바탕으로 해상교통로에 대한 교란과 차단 그리고 해안방어와 충돌하는 양상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이란 갈등의 이면에는 여러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매우 복잡한 ‘기저요인’이 형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 과거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를 부활시키려는 비전과 결부되어 이슬람국가들의 맹주로서 지역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이란의 야심과 핵무기에 대한 집착 ▲ 극단적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핵개발에 미국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스라엘— 특히, 2010년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습 주장, 올 2월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언급했던 네탄야후 총리의 재선(4월, 5선) 성공과 강력한 대응을 재촉하며 갈등을 촉진하는 역할 ▲ 시아파 국가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이란과 지역패권을 두고 경쟁하면서 걸프협력위원회(GCC)와 아랍연맹 등 수니파 국가연합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 사우디 ▲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안정에 중요한 이해가 있는 역내 원유 수출국들(이란· 바레인·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사우디·UAE) ▲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과 아태지역의 국가들 역시 이 사태의 직·간접적 당사국들이다.

  사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데에는 소수의 기뢰와 대함미사일과 해안포·연안고속정 등 제한된 전력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의 도발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므로 실제 해협이 봉쇄되거나 본격적인 군사적 충돌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이라크 침공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책을 주도하고 있으나 이라크 전쟁·시리아 내전 경험으로 실전경험이 풍부한 중동 최대의 군사강국 이란과의 전면전은 이스라엘의 자동 개입가능성과 사우디·레바논(헤즈볼라)· 시리아·예멘 후티 반군과도 연루되어 전장이 중동지역 전체로 확장될 위험이 있는 반면, 유럽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협 봉쇄 상황에 대비하여 사우디와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을 구축하고 있으나 매일 1700-1800만 배럴을 이송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은 이란이 해협 봉쇄를 시도할 경우에도 정상적인 원유수급을 보장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이용한 비상공급 등 조치들은 일부 선진국(OECD)에만 한정되는 방안일 뿐이다. 아울러, 이란산 석유수출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노력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이란은 자국의 석유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출을 유지한 바 있다. 미국의 대 이란 석유수출 수입금지 조치에도 에너지원에 대한 독자노선을 걷는 유럽, 미국과 무역전쟁 국면에 있는 중국, 이미 이란산 석유를 바탕으로 원유정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인도 등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조치에 순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이란 간 심화되는 갈등은 오인과 오해를 유발할 수 있어 실제 군사력 충돌로 인해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은 이미 2015년 2월경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자국에 대한 직접적 군사공격으로 간주, 기뢰탐색함을 파견하는 문제까지도 검토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사태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이란은 누르고 북한은 달랜다’는 미국의 전략은 먼저 이란의 핵을 확실히 해결한 후 향후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노선으로 선회하는 전략적 복선일 수도 있다. 또한, 국제사회가 대이란 원유수입 금지조치에 전적으로 동조하여 이란의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되므로 이에 대해서도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최근 시리아(이란의 지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에 북한인 기술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란 문제가 북한문제와 별도로 뗄 수 없는 역학관계 속에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대목이기도 하다.

 



약력

최정현 박사(jounghyun_choi@hotmail.com)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석사와 영국 레딩대에서 박사학위(전략학 전공)를 취득했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국제군비통제협력담당∙해군본부 무관연락실장 등을 마치고 전역한 뒤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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