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한국해양전략연구소)

[149호] 동아시아 해양안보 문제와 유엔 안보리(安保理)

  작성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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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2-08 10:45:08



동아시아 해양안보 문제와 유엔 안보리(安保理)



전 주유엔
대   사


김   숙





  동아시아의 안보를 논의함에 있어 여러 지역적 시각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그 중에서도 크게 보아 동북아에서는 북한 핵 문제, 그리고   동남아에서는 남중국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안보적 비중을 가진 의제라는 것에 이의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두 가지 의제는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내용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미∙중간의 지역적 패권과 전략적 협력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는 미∙중 양국간 비핵화에 관한 큰 틀의 전략적 목표는 같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고려와 북한 정권 안정이라는 ‘악마의 디테일’이 중국으로 하여금 흔쾌히 북한의 최대 압박에 동참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12년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 지도자가 살해되는 과정에서 미국에게 지역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보는 러시아가 뼈아픈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현재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중국으로서는 비핵화의 목표 못지않게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동북아에서의 주도권을 미국에게 넘겨주는 위험 가능성을 걱정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북한 핵과 관련한 중국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수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태도는 사뭇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2016년 7월 국제중재재판소(PCA)는 필리핀이 제소했던 사안에 대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 왔던 관할권을 부인하였으나 중국은 오히려 중재재판소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판결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남중국해의 군사화와 이를 통한 지역 해양패권을 공고화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간단없이 취해오고 있다. 중국은 인공도서 매립후 각종 군사시설을 설치하고 최근에는 산호초 보호를 명분으로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한 사업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인공도서 자체가 환경 파괴 행위임을 감안하면 생태계 복원 사업도 군사적 의도라는 비판이 있다). 작년 9월 남중국해에서 미∙중 양국의 군함이 초근접하여 물리적 충돌 상황 직전까지 갔었고 이러한 해양 충돌 위험 사례는 지난 3년간 급격히 증가해 오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중국으로서는 남중국해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 이라고 보고 미국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태도이며, 주변 아세안 국가들에 대해서는 ‘회색지대 전략’(grey zone strategy) 또는 정보의 왜곡과 침투를 통해 목표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sharp power’의 면모를 보이면서 협박과 회유의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중간 거인들의 대결은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지나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안보∙무역∙원조∙군사∙해양∙과학∙첩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첨예한 대립양상을 띄고 있으며 남중국해 문제의 경우 중국과 필리핀간 분쟁의 법적 구제 조치가 실패한 이래 오히려 미∙중간 분쟁과 긴장이 확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면 충돌을 향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는 아니더라도 우발적 소규모 무력 충돌과 상황악화로의 발전 가능성은 상존하는 모습이다.

  강대국간의 대치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양자간에만 맡겨 두는 것도 바람직 하지 못하다. 이러한 때에 유엔과 안보리가 나서서 긴장완화의 실마리를 푸는데 적극적 역할을 함으로써 고립주의와 일방주의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는 다자주의의 기치를 아시아에서 긍정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6년전 우리나라가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일 당시 유엔대사로서 활동한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안보리가 나서는 데에는 현실적 장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안보리 의제를 전통적 개념에서 확대하여 해양 문제와 같은 새로운 의제를 채택하는 데는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간 이견이 팽팽하다. 미국∙영국 및 프랑스 3국이 인권 등 비전통적 안보리 의제 채택에 열린 태도를 보이는 것에 반해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한다. 영국은 가장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국제안전에 영향을 미칠만한 의제를 사전에 미리 발굴하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horizon search’라고 명명됨). 또한 안보리와 총회간의 조용한 물밑 영역 다툼도 부정적 요소이다. 해양문제는 전통적으로 총회 산하에서 다루어 왔기 때문에 이를 안보리에 쉽게 내주고자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자체도 이를 안보리 회의장에서 논의하는 데에는 손익을 꼼꼼히 따져보려 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이러한 장애 요소가 있더라도 남중국해 문제 해결의 지연 또는 실패가 가져올 파국적 상황을 짐작해 볼 때 예방적∙다자적 외교 노력은 시도할 가치가 있다. 이는 열린 자세의 상임 이사국과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비상임 이사국인 인도네시아 등이 주동적으로 추진해 볼만 하다. 대표적 군도(群島)국가로서 범세계적 '해양 축'(maritime axis)임을 자처하는 인도네시아가 이미 작년 7월 올해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면서 해양안보 문제를 안보리의 주요 토의 의제로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다가올 국제안보의 지평을 미리 짚어 본다는― 즉, ’horizon search’의 슬기로운 태도는 유엔 헌장상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안보리의 임무에 속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약력

김숙 대사(skim0919@gmail.com)는 1978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 35년간 외교 및 정보분야에 근무한 직업외교관이다. 김 대사는 2011-2013년간 주유엔대사로서 한국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2013-14) 진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며, 2013.2 안보리 의장으로서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논의를 이끌었다. 김 대사는 2008-2009년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역임하고 2013년 퇴임후 미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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