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한국해양전략연구소)

[145호] 위기 지속과 평화정착 시작의 병행? ― 2019 동아시아와 한반도 해양안보 전망

  작성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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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1-10 09:43:59



위기 지속과 평화정착 시작의 병행?
― 2019 동아시아와 한반도 해양안보 전망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


이 서 항




기해(己亥)년 새해가 밝았다. 떠오르는 힘찬 태양이 연상시키듯 새해는 언제나 밝음과 희망을 상징하지만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잠망경을 통해서 보는 올해의 동아시아 해양안보 상황은 비관과 낙관이 교차한다. 즉, 국가간 군사적 충돌가능성을 포함한 긴장고조의 지속과 화해와 안정으로 가는 평화정착의 기운이 둘 다 엿보인다.

  우선 지역전체를 보자. 미∙중간 경쟁과 대립의 현장인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양국간 갈등은 새해에도 풀어질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월말 일어난 미 구축함 디케이터(Decatur)호와 중국 군함 뤼양(Luyang)호간의 약 40m거리 충돌직전까지 가는 사고는 미∙중간 긴장의 현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 사고는 남중국해에서 미∙중 양국이 서로의 국익을 앞세우고 2018년 후반 일어났던 무역전쟁과는 양상이 전혀 다른 실제적인 군사적 충돌이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남중국해에서 강조하는 중국의 국익은 무엇인가? 이미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관할권 확보가 자국의 ‘핵심 이익’(core interest)이라고 천명한 바 있지만 목표는 이 지역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즉,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dominance)이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지배할 경우 이점은 크게 2가지이다. 첫째, 남중국해의 방대한 석유∙가스∙어족자원 등에 대한 통제이다. 해양자원에 대한 독점적인 통제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둘째, 남중국해에 대한 다른 해양경쟁국의 접근 제한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주요 암초들에 대해 인공도서 매립을 수행하면서 장거리 폭격기 및 미사일등을 배치하는 이른바 남중국해의 ‘군사화’(militarization)를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다른 나라(특히 미국)의 접근을 제한 내지 견제하고 있으며 이 같은 시도는 곧 남중국해의 외부간섭을 배제하는 ‘중국판 몬로 닥트린’ 혹은 ‘중국 내해화(內海化)’ 정책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매우 차갑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관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이른바 ‘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을 구사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대응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곧 연안국의 ‘과도한 해양관할권 주장’시 군함으로 실력행사하는 ‘항행자유작전’(FONOPs)이다. 지난 9월말 일어났던 양국 군함간의 초근접 조우사고는 두 나라간 정책충돌의 한 사례일 뿐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2018.11.3), 9월 사고와 같은 ‘안전하지 못하고 비상식적인 조우’(unsafe and unprofessional encounters)는 2016년 이래 18차례나 있었으며 언제든지 재발생의 위험을 안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관할권 강화의 일환으로 조만간 이 지역 상공에 대한 방공식별구역(ADIZ)선포를 고려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남중국해 문제는 새해 지역 해양안보 상황을 좌우할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물론 지역안보 상황에 영향 미칠 요인은 남중국해 문제뿐만이 아니다. 미국군함의 대만해협 항행가능성, 일본의 새로운 방위대강 채택과 이에 따른 방위비 증대 및 기존 호위함의 항모화, 인도네시아의 남중국해 남단 나투나(Natuna)섬 군사기지 설치추진 등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촉발시킬 여러 변수들 중의 하나이다.

  이에 비해 한반도는 지난해 이루어졌던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실무적인 군사합의서의 채택으로 불확실하나마 평화정착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특히 남북정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것을 약속한 뒤 군사합의서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사연습 중지의 일환으로 해상에서 일정지역(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 및 속초 이북부터 통천 이남까지)에서의 포사격 및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규정했으며 합의서에 포함되지 않은 북방한계선 및 한강하구에서의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북∙미회담 중재과정에서 성취된 한반도 해양안보 안정화조치의 전략적 시사점은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여러가지 우려사항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합의자체에 대한 애매모호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제기되는 비판점은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구역’―즉, 완충지역의 기준선 논란이다. 우리측은 당연히 북방한계선(NLL)이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준선이 불명확할 경우 NLL이 무력화되고 평화와 안정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것이다. ‘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라는 서양 격언의 정신을 살려 추후 협상에서 기준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올해의 동아시아 해양안보 전망은 비관과 낙관이 병존한다. 지역전체로 보면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갈등 지속 등 위기 국면이 지배적이나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 기운이 움트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도 궁극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 등과 연계된 북한의 진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의 태도는 기해년 안보상황을 좌우할 중요한 관건이 된다.

*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무력사용에 의존하지 않고 강압(coercion)으로 자국의 안보목표를 야금야금 성취하는 시도’를 일컬음.

약력

이서항소장(shlee51@kims.or.kr)은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총영사를 역임했다.이 소장은 또한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한국해로연구회 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등을 지낸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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