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한국해양전략연구소)

관함식의 국제정치 [KIMS PERISCOPE 139호]

  작성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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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1-06 10:42:31


관함식의 국제정치
― 2018 제주 국제관함식을 보고






합참전략기획부
해군중령


오 순 근






‘군통수권자가 자국 군함을 집결시켜 전투태세와 군기를 점검하는 해상사열식’으로 정의되는 관함식은 다양한 측면에서 해군력에 내재되어 있는 국제정치적 특성을 보여준다. 각국은 하드파워의 결정체인 최첨단 함정들을 ‘현시’(presence)함으로써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준다. 한반도는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집결되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지난 10월 11일 제주에서 치뤄진 이번 ‘2018 국제관함식’은 한미동맹∙미중경쟁∙한일갈등과 같은 동북아 국제관계의 역학을 철저히 대변하고 있다. 한편, 국가 전략도서 ‘제주’를 둘러싼 민군갈등은 국력(軍)이 궁극적으로 국민(民)으로부터 비롯됨을 우리 군에 일깨워준다고 하겠다.

  관함식의 꽃은 해상사열이다. 주최국은 자국의 최신예 함정들을 해상사열에 참가시켜 해군력을 현시한다. 이번 해상사열에 참가한 독도함∙율곡이이함∙대구함∙소양함∙일출봉함은 우리 해군이 직접 설계하고 건조한 최신예 함정들이다(www.ifr2018.navy.mil.kr). 참가하는 외국함정들도 마찬가지이다. 공식석상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관함식 해상사열을 통해 참가국들은 자국의 최정예 해군력을 과시한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투단 소속 니미츠급 최신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함(103,600톤급)과 순양함 챈스러빌/앤티덤(11,000톤급) 등 전투함 3척을 참가시켰다. 이를 통해 미국은 세계 최강국 해군력의 면모를 과시하는 동시에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었다. 6월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인해 연합연습이 유예되고 전략자산 전개가 중단된 이후, 관함식 참가를 통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메시지는 역내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향한 것이었다. 중국의 현 해군력과 비교할 수 없는 자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현시하고 이를 동아시아 전체에 알리는 것이다. 중국이 랴오닝 항모에 이어 최근 자체적으로 항모를 건조하고 있지만, 미국 항모전투단의 양적∙질적∙경험적 우위에 비하면 중국은 ‘아직 멀었다’ 아니 ‘결코 쫒아올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해군력 증강 정책(해군함정 355척 확보 등)과도 연계되어 있다.

  중국은 무슨 이유인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하루 전날 함정참가를 취소했다. 하지만 중국함정의 불참은 최근 동아시아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이미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힘겨루기는 무역전쟁에서부터 최근 남중국해상 양국 군함간의 일촉즉발 충돌 위기까지 국가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국가발전과 국가위상 모든 측면에서 초강경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관함식에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참여 QUAD 국가인 호주∙인도∙일본이 모두 참가할 예정이었다(일본은 욱일기 문제로 최종 불참했다). ‘신형국제관계’와 ‘강군몽’을 추진하는 시진핑은 해상사열을 통해 드러날 대미 해군력 열세와 상대적 고립이 자신의 국제∙국내적 지도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중국해군은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을 참가시킬 예정이었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 5월 일방적으로 중국의 RIMPAC 초청을 취소한 바 있다. 해양강국을 지향하는 국가지도자(시진핑)에게 해군력은 국내 정치적으로 중요한 영향요인이다.

  일본은 해상자위대 구축함 1척을 참가시킬 예정이었으나, 한국의 욱일기 게양 반대로 인해 결국 불참하였다. 이는 한일 간 역사문제가 어떻게 양국의 안보협력 관계에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국가의 군함이 보유하고 있는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이다. 흔히 ‘전범기’로 간주되는 욱일기 논란과 일본함정의 불참은 군함이 갖는 국제적 대표성과 상징성이 국제관계와 군사외교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일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 축으로 이번 관함식 참가를 통해 (특히 중국에게) 굳건한 미일동맹을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해 최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일본 패싱’ 경향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극우보수를 대표하고 자위대의 헌법 명시를 추진하는 아베 총리로서는 욱일기 포기로 비추어질 수 있는 국내정치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는 태평양함대 기함인 슬라바급 순양함 바랴그함(11,600톤급) 등 3척의 함정을 관함식에 참가시켰다. 러시아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동북아의 역사적∙지정학적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러시아의 관함식 참가는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초강대국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연합 군사훈련 등을 통해 중국과 연대하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국의 전략적 실리를 추구할 것이다. 향후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될수록 제3의 세력으로서 러시아의 존재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다.

  한편 우리에게 있어 이번 관함식은 국력의 형성 과정에서 ‘민군관계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주민들의 관함식 반대시위와 대통령의 강정마을 방문 등은 ―사무엘 헌팅턴이 ‘군인과 국가’(1957)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군과 국가의 관계에서 ‘민군관계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헌팅턴은 “전략적 고려는 정치적 고려에 양보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주장한다. 제주 해군기지가 아무리 국가 전략도서로서 중요한 안보가치를 지니고 있더라도 이는 궁극적으로 정치적인 결정에 종속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제주의 ‘정치성’은 우리 해군에 전쟁수행과 군사력 투사보다는 협력과 평화번영 기반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제주 해군기지는 ‘평화의 거점’으로, 해군은 ‘평화∙번영의 국방력’으로 보다 확장된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해군력은 개방·통상국가의 국력을 상징한다.” 관함식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연설로서 해군과 국력, 그리고 해양국가에 대한 인식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의 19세기 해양전략가 마한(A.Mahan)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1890)에서 국가가 해양력을 활용하는 개념이 아닌 ‘국가와 해양력이 하나가 되는’(nation becomes seapower) 개념을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해양강국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약력

오순근 박사(soonkunoh@hotmail.com)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해군대학원에서 국가안보 석사를,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해군본부 함정전력발전담당∙1함대 남원함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합참 전략기획부에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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