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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협력증진 촉진제로서의 해군력 운용방안 ― ‘기항외교’ 유용성 적극 검토하자 [KIMS PE

  작성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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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8-31 10:16:54

국가간 협력증진 촉진제로서의 해군력 운용방안

― ‘기항외교’ 유용성 적극 검토하자




연합사


반 길 주





국내정치와 달리 국제정치에는 이익을 고르게 분배해 줄 중앙권위체가 없기 때문에 국가 간 충돌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이러한 충돌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전쟁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현재 국제정치무대에는 이른바 ‘스트롱맨’(strongman) 성향의 지도자들─미국 트럼프 대통령•중국 시진핑 주석•러시아 푸틴 대통령•일본 아베 총리•터키 에르도안 대통령•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등─이 대거 포진되어 있어 ‘중앙권위체 부재구조’라는 화로에 기름을 붓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정치에서 안보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이른바 국제정치적 ‘무정부 상태’(anarchy)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군사력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스트롱맨’ 성향의 지도자들도 이러한 신념을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군사력은 전쟁을 억지하거나 전쟁발발 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강력한 ‘하드파워’(hard power)적 속성을 강조한다. 실제로 국가에게 군사력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물리적 힘의 제공과 투사에 있다. 하지만 군사력이 전쟁을 위해서만 필요하고 협력을 위해서는 활용될 분야가 전혀 없는 것으로 치부되어서도 안 된다.

  실제로 군사력이 품고 있는 물리적 메커니즘을 좀 더 유연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일거양득’의 환경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하드파워’(hard power)인 군사력을 ‘소프트’(soft)하게도 운용하여 국가 간 협력을 위한 돌파구로서 기능하게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다를 그 임무무대로 활약하는 해군에서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바다는 전 세계로 연결되는 국제적 통로이고 더 나아가 군함은 해외에서 해당국가의 주권적 지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군사력을 이용한 협력증진은 군사기술협력•방산협력•파병임무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될 수 있지만 해군력─ 특히 함정을 수단으로 하는 국가 간 협력방안은 유연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함을 이용한 ‘기항외교’이다. 국가 간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거나 대결강도가 심한 상황에서 바로 방산협력과 같은 고강도 안보협력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이 경우 먼저 군함의 상대국 방문으로 대화의 포문을 열면 상호협력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특히 ‘자국우선주의’로 대변되는 최근의 현실주의 국제정치 환경 속에서 해군함정을 통한 기항외교가 협력을 증진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은 그 군사력에 힘입어 패권적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왔고 냉전에서도 승리했지만 이와 동시에 군사력 중 하나인 군함을 우방외교 혹은 협력외교의 수단으로도 충분히 활용하여 왔다. 최근 다소 소원해진 미국과 베트남 사이에서 관계복원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도 바로 군함을 통한 기항외교였다. 미국은 올해 3월 5일 베트남 전쟁 이후 처음으로 항공모함(이후 항모)을 베트남 중부도시 다낭에 입항시켰다. 칼빈슨 항모(USS Carl Vinson) 기항에 발맞추어 베트남 외교부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등 교착상태에 대한 해결의지를 천명했다.

  미국이 군함을 협력적 분위기 조성의 돌파구로 활용한 또 다른 사례는 2016년 8월 이지스구축함의 중국 칭다오 기항을 들 수 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및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로 고강도 대치가 이루어지던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 벤폴드함(USSBenfold)의 기항을 허용했을 뿐 만 아니라 나아가 인민해방군해군의 군악대 등 환영단을 부두로 보내 미군을 우호적으로 맞이하기까지 했다. 미 군함의 중국기항 요청 및 중국의 기항허용은 양국 간에 대화와 소통을 통한 평화적 문제해결의 여지도 분명히 존재함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군함의 기항외교가 국가 간 충돌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위기를 관리하고 나아가 협력적 기반마련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국가 간 교착상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나 국가 간 협력의 상징으로서 군함을 통한 기항외교가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기항외교는 우방국 간에는 보다 공고한 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수단으로, 그리고 다소 소원한 국가 간에는 협력가능성을 전달하는 출발점으로 기능하게 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중견국 한국은 국익극대화를 위해 군함의 기항외교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해군은 군함을 통한 기항외교에 상당한 수준의 노하우(know-how)를 비축하고 있다. 한국해군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순항훈련부대를 전 세계의 바다로 파견하여 다양한 국가들과 군사외교를 펼쳐왔다. 이를 통해 다른 국가의 군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나아가 국가 간 협력으로의 확대까지 견인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왔다. 뿐 만 아니라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행사•현지국민 대상 문화공연 등을 통해 한국인과 기항국 국민이 정서적으로도 가까워지도록 하는 기반마련에도 기여해왔다. 이러한 기항외교의 노하우를 해군수준에 머무르게 놔두지 말고 국가적 수준으로까지 진화되도록 혜안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순항훈련의 기항지를 다양화해야 한다. 또한 생도중심의 순항훈련 외에 기항외교·해군력 현시차원의 별도 훈련전단도 구성하여 해외로 파견하는 등 해군력을 보다 폭넓게 활용하는 국가전략을 디자인해야 한다. 훈련전단 편성 시에는 외교부•해양경찰 등 다양한 기관이 함께 참가하는 범정부적 노력을 통해 그 격을 국가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지혜가 절실하다. 즉, 국가가 앞장서서 해군의 기항외교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국가 간 협력 및 국제적 협력을 위한 카드를 추가로 확보토록 해야 한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군함의 기항외교라는 유연하고 유용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힘과 역량을 갖춘 국가에게만 이러한 수단의 활용이 허락된다. 특히 대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함정을 갖추고 있는 국가에게 이러한 기회는 더욱 가까이 있다. 이 같은 기회는 엄청난 자산이기에 기항외교 수단을 활용할 능력이 있는 국가가 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세계 속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강국이다. 우리와 같은 중견국에게 기항외교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군함을 통한 기항외교는 양자간 협력증진을 위한 기반마련에 기여하는 바가 많다. 하지만 더욱 거칠어진 무정부적 국제정치구조 속에서 한국이 국제협력의 중재자가 되는데 더 유효한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시사점을 던진다. 즉, 국제적 및 다자간 협력증진에도 기항외교의 타당성이 논의될 수 있는 셈이다. 군함의 외국기항을 해군의 단순일과로 치부하지 말고 이를 국가적 외교수단의 일환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적 혜안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약력

반길주 중령(raybankj@gmail.com)은 해군사관학교 졸업(51기) 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학 석사(국제관계 전공) 및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정치학 박사(국제관계 전공)를 취득했다. 255편대장·속초함장을 역임하였고 합참 해상전력과에서의 근무를 거쳐 현재 연합사에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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