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사문제연구원
중국의 필리핀 조선소 구매와 미국의 우려
중국의 필리핀 조선소 구매와 미국의 우려
원 문 KIMA Newsletter 제442호
제 공 한국군사문제연구원
2019년 초반부터 미국과 중국 간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15일자 미 『Star & Stripes』지는 필리핀 현지 매체 보도를 인용하여 “수빅항에 위치한 ‘한진-필리핀 조선소(HHI-Philippines)’를 재정난을 이유로 매각하려 하자, 중국 투자자본사 2곳이 매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에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필리핀 수빅 항구는 1992년에 화산 폭발과 필리핀 의회의 미군철수 결의에 의해 미군이 철수했으며, 당시 미 해군이 운용하던 조선소 시설을 한국기업 한진중공업이 매입하여 합작회사인 ‘한진-필리핀 조선소’를 설립 운용하다가 지난해 12월 부채 4억 2천여 불을 상환하지 못해 파산하였다.
전문가들은 만일 중국 기업이 필리핀 수빅항 조선소를 매입하여 중국 해군에게 이용하게 한다면, 중국 해군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필리핀 수빅항은 중국 해군이 제1도련에서 제2도련으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에 위치해 있다. 중국 해군은 태평양에서 훈련을 실시하는 경우, 통상 대만과 일본 오끼나와에 인접한 바시 해협(Bashi strait)과 미야코 해협(Miyako Strait)을 거쳐야 하여 미국, 일본 그리고 대만으로부터 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수빅만(Subic Bay)과 수루해(Sulu Sea)을 거치면 남중국해에서 바로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음으로 동북아와 동남아 그리고 호주 간 맥을 끊는 전략적 이점이다. 미 해군은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과 중국 유조선 간 해상밀거래를 감시하는 다국적 해군기동단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만일 중국 해군이 필리핀 수빅항에 전개되는 경우, 수빅항은 호주 해군과 뉴질랜드 해군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및 캐나다와 연합작전을 위해 동중국해로 이동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 시 미국은 중국 정부가 ‘한진-필리핀 조선소’ 처리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2015년 호주 정부가 다윈(Darwin)항 부두를 중국 투자 기업 Landbridge Company에 99년간 임대한 사건과 같이 중국 투자회사가 조선소 매입에 성공할 경우,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지 않는 파급효과를 줄 것이다.
실제 전(前) 필리핀 해군 참모총장 알렉산더 파마(VADM. Ader Pama) 해군중장(예)은 『필리핀 데일리 인퀘리어(Philippine Daily Inquirer)』지와 인터뷰에서 “아무리 중국 투자기업이 자금력을 동원하여 한진-필리핀 조선소를 구매하려 해도 대다수 필리핀 국민들은 매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나, 문제는 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친중(親中) 성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언급하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후 자신이 주도한 대대적 범죄와의 전쟁에서 발생된 범죄자 현장 사살 및 범죄자 과다 수용 문제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人權) 보호를 언급하며 비난하자, 미국 보다, 중국을 선호하는 대외정책을 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으며, 동시에 민다나오섬 반군 소탕작전을 위한 군사 장비를 제공받는 등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시진핑 주석 필리핀 방문시 남중국해에 대한 “공동개발 협력서”에 합의하여 아세안(ASEAN)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하와이 CSIS Pacific Forum 선임연구위원이자 일본 타마 대학교 방문교수 브래드 그로셔만(Dr Brad Glosserman)는 “중국은 동아시아에서의 모든 현안을 미국과 경쟁 구도 속에서 보아, 미국과 달리 경제성 보다 어떻게 미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갖게 되는가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무리하게 매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며 우려를 나타내었다.
현재 중국 해양경찰 함정들이 호주 다윈 부두를 사용하고 있어 충격을 받은 미국은 중국의 한진-필리핀 조선소 매입에 대해 중국 해군력의 태평양 진출 저지를 위한 군사적 시각에서 인식하여 필리핀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
* 출처 : The Conversation, December 7, 2018; The Philippine Daily Inquirer, January 12, 2019; The Star & Stripes, January 15, 2019, p.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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