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사문제연구원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함의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함의
원 문 KIMA Newsletter 제390호
지난 10월 20일에 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1987년에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termediate -range Nuclear Forces Treaty: INF 조약)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1987년 12월 8일에 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카일 고르바초프 간 서명된 INF 조약은 3,000∼5,500km 사거리의 지상 전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합의 하에 동시에 폐기하는 조약으로서 미국과 러시아는 이 조약에 따라 1991년 6월까지 미국은 총 846기, 러시아는 총 1,846기를 각각 폐기하였다.
이는 1982년에 구소련이 SS-20 계열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하자, 이듬해인 1983년에 미국이 퍼싱-Ⅱ(Pershing-Ⅱ)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함에 따라 예상되었던 미·소 간 극렬한 핵 탄도미사일 경쟁이 이어졌는데, INF조약은 이러한 경쟁을 자제하고 상호 신뢰구축을 위한 선행 조치라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에 미 트럼프 대통령의 INF 탈퇴 결정에 대해 찬·반 양론을 제기하였다.
우선 반대 의견이다. 주요 이유는 러시아가 위반을 했더라도 기존 INF를 보강한 “새로운 INF 조약”을 마련하여 또 다른 국면의 양국 간 탄도 미사일 폐기를 위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11월에 미 국방전략서(NDS)를 발표할 시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은 INF 탈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이에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INF 탈퇴 결정은 그동안 INF 조약에 따라 미국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폐기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한 결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음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이다. INF 조약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는 새로운 중거리 탄도 미사일 SSC-8 Chusovaya를 개발해 유럽에 배치함으로써 조약을 위반하였으며,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탈퇴 선언으로 러시아를 압박하여 새로운 INF 조약을 체결하는데 있어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INF 조약 탈퇴 선언은 그동안 INF 조약에 적용을 받지 않았던 중국이 무려 2,000기의 단·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배치한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평가한다.
실제 전임(前任) 미 태평양사령관 해리 해리스 해군대장은 “중국이 보유한 95%의 중거리 핵 탄도미사일의 핵심 부품이 러시아로부터 유입되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 간 군사과학기술 협력의 영향력과 전략적 함의를 경고해 주변을 놀라게 하였다.
이에 대해 유럽 나토 국가 지도자들은 “그동안 배치된 각종 순항 미사일 등의 첨단 재래식 미사일로도 러시아의 중거리 핵 탄도미사일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면서 INF탈퇴는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자칫 유럽에 신 냉전(New Cold War) 시대를 도래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INF 조약 탈퇴로 중거리 핵 탄도미사일을 아시아와 유럽에 재배치하는 신 냉전 구도가 다시 형성될 것으로 우려를 하고 있다.
* 출처 : The Guardian, October 19, 2018; GlobalSecurity.org, October 23, 2018; The New York Times, October 24, 2018, p.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