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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함과 무모함은 한끗차이, "캐롤라이나문" 작전 (베트남 항공전 이야기)
역사적 사건을 볼때 대담하다 혹은 무모하다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성공했을 경우 무모하다고 말하기 보단 대담하다라는 후한 평을 듣게 되기 쉽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무모하다는 혹평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베트남전의 북폭, "롤링썬더" 작전 중에 벌어진 "캐롤라이나문" 작전 이야기다.
미군의 북폭작전은 북베트남이 호치민루트를 통해 내려보내는 물자와 병력을 차단하고 북베트남의 전쟁수행능력과 의지를 꺾어 평화회담으로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야 하는 작전이었다.
그래서 철도나 교량, 주요물자 집적소 등의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가능한 인프라들은 미군 공습의 목표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남쪽으로 물자를 수송하는데 중요한 전략 거점 중 하나가 "탄호아"에 위치한 교량이었다.
<탄호아 철교 폭격 일러스트>
< 미해공군의 작전구역 분류표 . 루트패키지라고 불리는 구역을 나눠가졌으며 탄호아 철교는 4번구역에 위치한다>
지금이야 스마트폭탄같은 신무기가 있어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겠지만 당시는 1966년이고 초기형 스마트 폭탄(LGB)가 실전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2년 이상 후인 1968년 이후다.
미군은 고전적인 투하방식의 폭격을 계속해서 실시해야 했고, 대공포 시설이 빼곡하게 배치된 탄호아 철교는 많은 미군 조종사들과 항공기의 희생을 불러왔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탄호아 철교를 Dragon's Jaw, 용의 아가리 라고 불렀다.
<정찰기에 찍힌 북베트남군 대공포 사수. 탄호아 철교 촬영>
<명중탄이 없이 자국만 남긴 탄호아 철교 인근 지형>
이에 새롭고 대담한 접근법이 기획되었다.
직접 폭격하는 대신에 강물에 폭탄을 떠내려 가게해서 교각을 폭파시키겠다는 발상이었다.
탄호아의 철교는 강위에 설치된 것이고 강물이 흐르고 있으니 폭탄이 물위에 떠 흘러가다가 교각 근처에 접근하면 미리 설정된 장치에 의해 자동폭발해 교량을 파괴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교각을 폭파시키는데 충분한 5천 파운드 짜리 폭탄은 부유가능하게 접시형으로 제작되었고 그 직경은 8피트(대략 2.4미터)에 달했다.
직경 2.4미터 짜리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는 미군에게는 없었으므로 이 임무는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수행해야만 했다.
이 임무 특성상 적지 내륙의 핵심 전략목표를 타격해야 하므로 야간에 저공으로 침투해야만 했고 특수한 비행을 수행하기 위해 특별히 선발된 조종사들이 플로리다 에글린 기지에서 집중적인 비행교육을 받았다.
< 결국 대안은 c-130 수송기였다 >
1966년 5월 30일 저녁,
"리처드 레머스" 소령이 조종하는 허큘리스 수송기가 폭탄을 적재하고 이륙했다. 소령의 허큘리스는 특수전 개조기체가 아닌 일반 수송기였다. 이들의 야간 침투를 위해 F-4 팬텀 전폭기와 RB-66 전자전기로 구성된 편대가 이목을 끄는 양동작전을 실시했다.
이틈에 레머스 소령의 허큘리스 수송기는 지형을 따라 저공으로 침투해 폭탄을 투하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찰기를 띄워봐야만 했다.
초조하게 성과를 기대하던 지휘부는 정찰기가 찍어온 사진에 실망하고 만다.
탄호아 철교의 교각은 멀쩡했다. 아마도 폭탄에 세팅된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켰거나 부유력을 잃은 폭탄이 물 속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미군 수뇌부는 대담하게 그 바로 다음날인 31일 저녁에 작전을 재개한다.
"케이스" 소령의 허큘리스가 2차작전의 수송기를 몰았는데 그는 전날 작전에 투입됐던 항법사 "에드먼슨" 중위를 데리고 출격했다.
허큘리스 수송기가 목표에 접근했을 시각, 철교 북쪽 몇 마일 지점에서 큰 폭발음과 함께 대규모 화염이 피어올랐다. 그 직후 기체와의 교신이 두절됐다.
다음날 기체수색을 위해 정찰기를 띄웠지만 기체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격추됐거나 지상충돌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군들이 기체를 찾는데 실패한 것이리라..
<아마도 이렇게 된 듯 싶다. 추락해 대파된 c-130 수송기... 베트남전 당시 사진이다>
이후 이 작전은 중단되었고 승무원의 유해는 미국과 베트남간의 관계가 호전되면서 시작된 유해발굴작업 중에 미국 유해발굴팀에 의해 발견되어 미국으로 귀환했다.
이후에도 탄호아 철교에 대한 공습은 다시 종래의 방식으로 전환해 급강하 폭격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희생 끝에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타격은 1972년 라인배커 작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레이저유도폭탄 LGB에 의해서 교각이 치명타를 입은 후에야 미군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 1972년 라인배커 작전의 성과... LGB 스마트탄의 성과다 >
캐롤라이나 문 작전은 대담함을 넘어 무모한 작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작전에 투입된 C-130은 MC-130 같은 지형추적 레이더라도 장비한 특수전 항법능력 기체도 아니었으며, 당시 탄호아 철교 일대에는 북베트남군 방공포병들이 대공포 화망을 구성하고 철통경계하는 곳이었다.
이틀 연속으로 대담한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더구나 그 일대에서 남쪽으로 물자를 수송하는 거의 유일한 교량이었기에 전략적 가치는 매우 커서 북베트남군도 결사적으로 방어하는 곳이기도 했다.
부유식 접시형 폭탄, 교각 근처에서 자동폭발하게 하는 세팅장치...
이런 것들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그럴듯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잘 작동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보면 캐롤라이나문 작전은 대담하다기 보다는 무모했다고 볼 수 있는 에피소드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