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X 년, 전선의 전투지역 전단(Forward Edge of Battle Area)에 배치되어 실전 임무를 수행 중이던 XX포병여단에 중요 목표 수색 및 타격 임무가 할당되었다. 아군 인공위성을 통해 적이 숨겨놓은 초대형 방사포와 탄약의 대규모 이동을 감지했지만, 적의 위성 요격무기(ASAT)와 원격 전파방해로 인해 아군 인공위성이 무력화되어 표적 획득과 위성항법을 쓴 공격 수단을 몇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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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유도무기와 인공위성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중요 목표물을 찾아내고 타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XX포병여단이 운영 중인 레일건이었다. 포병여단 본부는 이동 중인 레일건 포대에 명령을 전송하고, 그 즉시 레일건 포대는 드론을 사용해서 임시 진지에 대한 측량을 마치고 레일건 설치 작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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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건 포대는 두 대의 전력 컨테이너와 한 대의 레일건 포신, 한 대의 사격통제 컨테이너로 이루어졌다. 포반원들은 강화 외골격(EXO-Skeleton)과 로봇의 도움을 받아 몇 분 만에 컨테이너의 전력 케이블과 포신 정렬 작업을 끝내고, 군단 탄약창에서 급파된 수송 헬기를 통해 작전에 사용할 여러 종류의 포탄을 보급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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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건 포대는 먼저 표적 위치를 찾기 위해 로봇 포탄을 장전 후 적진을 향해 발사한다. 지상 정찰형 로봇 포탄들은 적진에 낙하한 다음 적 방사포 트럭의 바큇자국과 배기열을 추적하여 방향을 예측하고, 공중 정찰형 로봇 포탄들은 적진 상공에서 영상 정보를 수집하여 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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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사이에 적은 아군의 정찰을 눈치채고, 근처의 지하 진지로 급하게 이동한다. 지하 표적을 타격하기에는 포탄의 수량이 충분치 않았던 포대장은 적을 지상으로 끌어들여 적을 소탕하기 위해 민간 충전시설의 전력을 레일건에 공급해 강력한 위력의 지진탄을 발사한다. 추가 전원을 공급받아 원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력을 가진 레일건의 지진탄은 적 지하 진지 중앙지점에 착탄, 지면에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하여 인공 지진을 일으킨다. 비록 적 방사포들이 지진으로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적은 진지 붕괴를 우려하여 급하게 진지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때를 노려 레일건에서는 2차 공격용 전자기 펄스(EMP) 포탄을 발사하여 적을 격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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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나리오는 상상에 불과하지만, 전자기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레일건이 포병의 주무장이 되는 가까운 시대에는 이것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7백 년 가까운 화포의 역사에서 무연화약, 주퇴복좌기, 간접조준 사격 등이 포병 운용의 커다란 변곡점을 가져온 것과 같이 레일건은 과거의 포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수준의 작전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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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 원리를 이용한 레일건의 발사 과정. 출처:https://youtu.be/PQNHsS-BN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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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레일건(Rail-gun)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EM(Electro-Magnetic) 화포는 화약의 힘이 아닌 전자기 에너지를 사용해서 발사하는 화포를 이르는 말인데, 전자기력의 힘을 받아 포탄을 발사하는 것이 마치 기차의 레일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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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건은 두 개의 전기 전도체 레일 사이에 금속탄체를 놓고 레일에 전류를 흘려보내 발생하는 전자기력으로 탄체를 가속하여 발사하는 무기로 총탄의 소리보다 빨리 도달하여 적의 인원과 장비에 기습 효과를 달성하고 공포심을 배가시킬 수 있다. 레일건의 구조 자체는 무척 간단하다. 양쪽에 강한 전압이 흐르는 레일 위에 전기가 통하는 말 굽쇠 모양의 아마추어(Armature)를 장착하여, 두 레일과 아마추어 사이에 전기가 흐르면 강하게 아마추어를 밀어내면서 발사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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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원리를 이용한 레일건의 발사 원리. 출처: ABC News Jarrod Fankhauser

레일건은 간단한 구조임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화약을 사용하는 포와 달리 포신의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하나의 포신에 다양한 크기의 포탄을 임의로 장전할 수 있어 포탄의 규격도 자유롭다. 또한, 위력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다. 투입하는 전력에 위력이 비례하므로 원하는 출력만큼만 사용하여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한 번에 장약이 폭발하여 포탄을 가속하는 기존 화약식 화포와 달리 발사 시점부터 레일에서 포탄이 이탈할 때까지 지속해서 포탄을 가속할 수 있어 훨씬 빠른 발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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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재 실험하고 있는 기초적인 레일건도 종류에 따라서 기존 포탄의 4, 5배를 넘는 마하 20에 가까운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포탄이 속도에 따른 마찰열만 견딜 수 있다면, 레일이 길면 길수록 속도는 비례해서 계속 증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레일건에 대한 개념이 등장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도 실용화하지는 못했는데, 이는 몇 가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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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빠른 속력을 얻기 위해서는 포탄이 속력에 의한 공기 마찰열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한 번에 수십 메가 줄(MJ, megajoule)에 달하는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고, 발사기를 냉각시킬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전자 기술의 발달과 전기자동차의 유행에 따른 전력 저장장비(Energy Storage System)의 발달로 레일건이 실제 무기로 사용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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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건 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것은 미국, 특히 미국 해군이었다. 미국은 구소련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전략방위구상(SDI)의 일환으로 레일건을 연구하다가 차세대 함포 기술로 레일건이 유망하다는 판단에 따라 미 해군에서 수십 년간 레일건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미국에서는 BAE 시스템스(British Aerospace Systems)와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라는 두 개의 회사가 조만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레일건 프로토타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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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아토믹스의 블리처 지상배치 레일건. 출처:https://youtu.be/x8dxhPY1W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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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의 블리처(Blitzer) 레일건은 지상 발사 버전으로 개발된 레일건 중 가장 실용화에 가까운 것으로 2013년 미국 AUSA(Association of the United States Army)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원래 제너럴 아토믹스사는 해군 함정의 함포용 레일건을 개발해 왔으나, 이를 지상 운용을 위해 개조한 것이다. 블리처 레일건은 두 대의 M1070A1 대형 트레일러에 발전 및 에너지 저장 장비를 탑재하고, 한 대의 레일건 발사 트럭, 한 대의 지휘 통제 전술 차량으로 1개 포대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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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아토믹스의 블리처 레일건. 출처: pvsm.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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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건의 주요 구성요소. 출처: General Atomics

블리처 포대는 적당한 위치에 전개하면 레일건 발사 트럭에 전력을 연결한 뒤 작전 운용에 들어간다. 이때 레일건 발사 트럭에 장착된 다목적 레이더는 적의 포병사격 및 공중 위협을 탐지한다. 이를 활용해서 블리처 레일건은 적 표적을 향한 대지상사격, 대포병사격, 대공사격을 실시하여 적의 위협을 무력화한다. 이때, 블리처 레일건의 위력은 10MJ 정도로, 마하 6 이상의 속도로 포탄을 발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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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 공동 개발의 레일건. 출처:https://youtu.be/pmE3b3PXc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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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 레일건 개발 경쟁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중국의 경우, 2018년에 071급 상륙함 하이양산(海洋山)에 테스트용 레일건을 장착한 것이 확인되었다. 전문가들은 위력이 수십 메가 줄(MJ)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2025년에는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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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 중인 지상 발사형 레일건 모형이 2017년에 프랑스 방위사업청(DGA)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 중인 지상 발사형 레일건 역시 미국의 블리처와 같은 수준의 10메가 줄(MJ)의 출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축소 모형 등으로 테스트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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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시험 중인 함정 탑재 레일건. 출처: thedrive.com

미국, 중국, 유럽 등 '과학기술 선진국만이 레일건 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터키의 방위산업체 아셀산(Aselsan)은 Tufan이라는 이름의 지상 배치형 레일건을 2017년에 공개했고, 2019년에는 또 다른 터키의 방위산업체가 Şahi 209 Block II라는 이름의 레일건을 시험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특히, Şahi 209 Block II의 경우 제작사 주장으로는 미국의 블리처 레일건에 필적하는 10메가 줄(MJ의) 출력을 장담하고 있어, 향후 실용화 여부를 주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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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레일건 Şahi 209. 출처:https://youtu.be/i6sgMQqG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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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Tufan 레일건의 운용 개념도. 출처:aselsan

이렇게 세계 각국은 차세대 포병 전력을 위해 레일건, 지능형 탄약 등 신기술을 활용하여 초정밀, 초장사정 무기로 포병 화력을 바꿔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런 미래 전장에 발맞추기 위한 신기술을 열심히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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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레일건의 테스트 모습. 출처:https://youtu.be/cGyWwQcH0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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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는 수십 년째 레일건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 중이다. 공개 논문에 따르면 ADD의 레일건 연구는 1989년 서울대와의 공동연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때 개발된 시험용 레일건은 포탄의 속도를 시속 15,000km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했지만, 구경이 소총보다 약간 더 큰 10mm 수준에 불과해서 실용화까지는 많은 문제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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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ADD는 역시 레일건의 성능과 실용성을 높이는 연구를 계속했다. 이 결과 2011년에는 25mm 구경의 레일건, 2014년에는 40mm 구경의 레일건 제작 및 시험 연구를 완료했고, 현재는 더 큰 구경의 레일건 시험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는 중이다. 미국이 제작한 30메가 줄(MJ)이 넘는 출력을 가진 레일건의 수준에 비해서는 출력이 약하지만, 앞으로 10여 년 뒤에는 무기체계에 실제 적용을 고려할만한 레일건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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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군과 연구기관, 방위사업체들은 레일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미래 포병전력을 위한 혁신적 기술에 대해서 치열하게 연구 중이다. 가령 방위사업체들은 현재 드론화 지능자탄, 정찰 포탄, 초장사정 활공 포탄, 램제트 유도 포탄 등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 포탄의 개발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육군의 경우, 2019년 10월 육군 포병학교가 창설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세미나를 통해 미래 육군 포병전력의 청사진, 이른바 “포병 비전 2050”으로 제시했다. 여기에서 제시된 '포병 비전 2050'은 현재 육군의 장기 전략기획서인 “육군 비전 2050”에 초장사정 포병 등으로 개념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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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탄을 대체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탄 개발은 "육군 비전 2050"에서 제시하는 미래 전장을 바꿀 게임 체인저 중 하나이다. 기존의 화약탄은 중량과 부피로 인해 휴대와 관리, 작전 지속 지원이 제한됨에 반해, 레일건 무기는 재무장 없이 한 번의 충전으로 다량의 사격이 가능하고 운용 비용이 저렴하여 작전 지속능력이 탁월하다. 또한, 원거리 목표물 타격뿐만 아니라 부대 방호,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고, 개술 개발의 진전에 따라 소형화, 경량화가 가능하여 다양한 무기체계에 활용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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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병은 지상군의 최고 화력 부대로서, 적에게 가차 없는 불벼락으로 아군을 지키는 전장의 수호천사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육군 포병전력이 레일건 등 차세대 스마트 전력으로 아군을 지키고 적을 격멸하는 전장의 수호천사로 변모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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