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2025년까지 2개 군단과 4개 사단을 해체하여 8개 군단, 39개 사단에서 6개 군단, 33개 사단 체제로 창군 이래 최대 변혁을 앞두고 있다. 국방부는 이 조정이 병역 자원 감소로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사단은 주로 군단 예비사단이다. 의정부, 화천, 홍천 등지에서는 사단 해체 반대 민원이 높지만, 이걸로 바뀌어지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보다도 검토의 방법론과 논리다. 2025년에 보유하게 될 자원을 목표년도로 하지 않고 2050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훨씬 더 많은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병력을 대폭 줄이라는 통수권자 요구에 그저 좇은 것은 아닐까? 부사관과 여성 인력의 확대 등, 인력 자원을 늘리는 방법은 충분히 강구해보았는가.

병력의 규모를 정하는 것은 대통령 통수권의 일환인 군정권에 속한다. 그러나 일정한 공론에 따라야 한다. 미국에서 해병대는 3개 해병군(사단+비행단+상륙 지원부대) 을 유지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2개 군단, 6개 사단 부대를 해체하는 것이 국회를 거쳐야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국가안보회의나 혹은 국무회의, 아니면 군무회의나 합동참모회의에서 진지한 토론이 있었는가? 결론만이 아니라 역사에 책임질 수 있는 회의록은 남아 있는가?

일본은 1차 대전 후 우가키 가즈시게 육군대신 시대에 재정 긴축의 필요에서 21개 사단 중에서 4개 사단을 감축했다. 그는 군벌의 실력자였지만 이로서 군심을 잃어 실각하게 된다. 감축되는 사단과 주둔지 주민들은 비통했지만 천황의 군대라는 점에서 수용했다. 1985년 중앙군사위 주석 등소평은 1/4에 달하는 100만을 감축했다. 중국 개혁 개방의 시작이었다. 이와 같이 군축은 군의 실력자만이 조용히 끝낼 수 있다. 대규모 군축을 하는데 아무 말 없이 조용하다면 군대도 아니다.

군제는 역사적으로 긴밀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사단을 여단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것은 미국에서나 추진하는 방법이다. 많은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영국군이 6.25전쟁에 참전한 부대는 글로스터 연대다. 명분은 연대(regiment)이나 실제 병력은 대대(battalion)다. 전통적으로 영국에서 1개 대대는 식민지 개척 및 보호를 위해 해외 파병하고 1개 대대는 본토에 잔류하기 때문이다. 독일군은 프러시아 군으로부터 독일 제국군, 일차대전 패전 후 폰 젝트의 재군비, 2차 대전 후 독일 연방군 건설, 동서독 통일 후 독일군 건설 등 많은 경험을 거쳤다. 우리 군에는 이런 과정에 정통한 독일 육사 출신의 우수한 장교들이 많고 김관진, 김태영 장관도 있다. 이들이 대규모 군축에 깊숙이 참여하였으며, 그들의 건의를 충분히 들었는가?

병력을 기술전력으로 보완한다는 설명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충분한 예산 뒷받침이 실증되어야 한다. 전망이나 희망에 근거를 둘 수 없다. 국방비는 매년 감소추세이며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재정관료, 정치인 모두 국방예산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다. 오히혀 국방비를 줄여 지역구 예산 따는 데에 골몰할 뿐이다. 한미 동맹이 강력하다는 것은 구두선일 뿐 역대 국방장관, 합참의장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