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X년, 적의 대규모 침공으로 빼앗긴 00시를 탈환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상대해야 할 적은 최정예 기계화군단으로, 점령당한 시가지 곳곳에 전차와 장갑차량을 교묘하게 숨겨두고 초소형 드론 등의 감시장비로 아군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첩보에 따르면 각종 IED(급조폭발물)와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로 아군 전차를 공격함과 동시에 공습이 불가능하도록 아군 전차와 매우 근접해서 맞붙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무작정 돌입한다면 엄청난 피해가 우려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육군은 4세대 전차가 배치된 XX기계화여단의 투입을 결정한다.

로다예프로보틱스의 미니렉스 UGV <출처 : 위키피디아>

기계화여단의 4세대 전차들은 지금까지의 전차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교전을 시작한다. '선승구전(先勝求戰)' 즉, 전차의 첨단 장비를 활용해 이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우는 것이다. 먼저 전자기 펄스(EMP)탄을 발사하여, 적의 감시장비와 무선작동 IED를 무력화시킨다. 이와 함께 4세대 전차에 탑재된 초소형 지상드론(UGV Unmanned Ground Vehicle)이 운용되는데, 이 초소형 드론에는 광선을 이용, 3차원의 영상 정보를 획득하는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가 장착되어 진격로 앞에 숨어있는 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알려준다.

러시아 Drozd 능동방어시스템  <출처 : 위키피디아>

적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은 능동방어시스템(APS Active Protection System)으로 무력화하고, 적의 반응장갑을 파괴하는 특수 탄두를 장착한 신형 대전차 철갑탄(APFSDS)은 적이 접근하기도 전에 원거리에서 적 전차를 격파한다.

미군 M151 프로텍터 RWS  <출처 : 위키피디아>

적은 마지막 저항으로 전차포가 공격할 수 없는 고층 건물에서 다시 기습 공격을 시도하지만, 스스로 표적을 인식하고 공격하는 인공지능 원격조작 화기체계(AI–RWS Remote Weapon System)을 통해 무사히 시가지를 탈환하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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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나리오는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4세대 전차가 어떻게 활약할지를 상상해 본 것이지만, 사실 4세대 전차가 정확히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4세대 전차의 모습과 방향성은 수십 년 동안 고민하고서도, 명확한 정답이 나오지 않은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위로부터 1세대 전차  M48 패튼,  2세대 전차 레오파드1,  3세대 전차 메르카바MK3  <출처 : 위키피디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은 전차를 1세대, 2세대 등 세대별로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1세대부터 3세대까지는 등장 시점이 약 1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 것과 달리, 3세대 전차가 등장한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4세대 전차가 무엇인지, 어떤 능력이 요구되는지 논쟁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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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웨덴, 구 소련(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방위사업 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4세대 전차에 대한 연구를 해 왔는데, 3세대 전차의 복합장갑을 파괴할 수 있는 강한 공격력에 가진 화포를 핵심요소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독일과 미국은 140mm 활강포를, 구 소련은 152mm 활강포를 연구했는데, 이 포들은 기존 120mm/125mm 활강포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무거워 전차의 덩치가 커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탑을 무인화 시켰지만 잘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개발의 어려움과 냉전의 종말로 4세대 전차 계획은 1990년대 중반 대부분 포기되고 말았다.

 
세계 최초의 4세대 전차인 T-14 아르마타  <출처: nationalinterest.org>

하지만 서방제 전차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 전차를 보유한 러시아는 4세대 전차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 2015년 T-14 아르마타(Armata)라는 세계 최초의 4세대 전차를 공개했다. 아르마타는 125mm 활강포를 장착해서 공격력은 3세대 전차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포탑을 무인화하고 모든 승무원을 전차 차체 내부에 배치 후, 그 주변을 두꺼운 장갑으로 둘러서 기존 3세대 전차보다 뛰어난 방어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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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차기전차 아르마타 상상도 CG  <출처 : www.otvaga2004.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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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4 전차의 동계 테스트 영상 <출처:유튜브 Defense Tech Ru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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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최초로 4세대 전차를 내놓은 것에 비해, 다른 나라들은 4세대 전차 개발 계획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나 다름없다. 그중에서도 공식적으로 개발이 확정된 4세대 전차 개발 프로젝트는 프랑스-독일 공동 개발의 MGCS(Main Ground Combat System)인데, 공개된 정보는 많지 않지만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MGCS 4세대 전차의 상상도 <출처: btvt.info>

MGCS는 탱크 및 장갑차 등 기계화 보병부대의 핵심 장비들을 모두 만드는 사업인데, 현재 알려진 MGCS 탱크는 독일 라인메탈사가 개발한 130mm 활강포를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130mm 활강포는 140mm 활강포보다는 가벼운 포탄을 탑재하고, 120mm 활강포를 장착한 전차를 개조하여 사용 가능할 정도의 콤팩트한 사이즈를 지니고 있다. 또한 무인 드론(UAV)과 무인 지상로봇(UGV)을 고정 장착하거나 함께 운용하여, 적들의 공격을 원거리에서 미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화력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성인데, 나노 기술로 만들어질 장갑은 물론, 급조폭발물(IED)를 탐지하는 탐지기, 영상 및 신호분석을 통한 신형 조준기와 미사일 교란기, 그리고 포탄을 요격할 수 있는 능동방어장비(APS)를 갖춰, MGCS 4세대 전차는 마치 미사일을 요격하는 이지스 구축함과 같은 '지상의 이지스'로 제작될 예정이다.

4세대 전차에서 눈에 보이는 포와 장갑보다 중요한 것은 컴퓨터와 전자전, 상황인식 능력이다. 현재 연구 중인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기술이 전차의 조종은 물론 전투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예정으로, 전차 승무원들은 마치 변신 로봇에 탄 만화 주인공처럼 전차 주변의 모든 상황을 쉽게 파악하고, 적을 어떻게 공격할지, 어떤 곳으로 이동할지 최적의 전술을 찾아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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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4세대 전차의 개념과 전장에 투입될 때 어떻게 활약할지를 살펴봤지만, 4세대 전차만큼이나 현재 운용 중인 현용 전차인 3세대, 3.5세대 전차 역시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해 나가는 중이다. 4세대 전차가 앞으로 개발된 후에도 가격과 비용 문제로 현재의 주력 전차인 3세대 전차와 3.5세대 전차가 수적으로는 지상 기갑부대의 핵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에도 육군 기갑세력의 중심이 될 K1A2 전차.  <출처: 김민석>

우선 현재의 대한민국 육군 주력 전차인 K1과 K1A1이 끊임없이 개량 중이다. 수적으로 가장 주력인 K1 전차는 K1E1을 지나 K1E2까지 개량이 진행되고 있는데, 표적획득장비인 포수 조준경과 전차장 조준경 교체, 보조동력장비(APU), 화생방 양압장비, 혹서기 대응용 냉방장비가 장착되어 전투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K1A1 전차 역시 현재 K1A2전차로 개량이 진행 중인데, 탄도 계산과 임무 수행에 쓰이는 컴퓨터 시스템이 개량되었고, 교전 시 아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피아 식별장비(IFF)가 탑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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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Korea 2018에서 기동시범 중인 K-2 흑표 전차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bXjhaIVCy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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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이 현재 진행 중인 우리 육군 최고의 전차, K-2 흑표 전차 역시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우선 차세대 지상군 통신망인 TICN을 장착하도록 개량, 전차 간 표적정보 및 상황을 공유하는 네트워크전 능력이 향상될 전망이다. 또한 능동방어장비, 에어컨, 무인 사격통제체계(RWS)등이 개발되고 있어, 향후에도 많은 성능개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육군의 차기 주력 전차인 K-2흑표전차.  <출처: 대한민국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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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육군은 4세대 전차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3세대 성능개량 전차와 4세대 전차의 콤비 플레이로 어떠한 적도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기갑작전을 펼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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