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에서의 서로 상대방 허점 찌르기와 사이버와 전자기 공간에서의 기선 제압 등의 경쟁양상을 보였으나, 최근 미국이 중국 화웨이(華爲)사를 제재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 대응을 거론하면서 서로 상대방 동맹국과 파트너십국에게 지원을 강제하는 양상으로 변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한국에 대해 미국의 화웨이사 제재를 두고 우리 정부와 기업에 대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지지를 얻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는 전통적 동아시아 안보 범위를 넘어선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미중 간 경쟁에 있어 비교적 사각 지역이었으나, 2017년 3월 한국에 사드(THAAD) 배치결정 이후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와 최근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IPSR)에서 북한을 인도-태평양 자유와 개방을 저해하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지난 5월 말에서 6월 초 간 한국 해군이 미국, 호주, 일본과 함께 해상Pacific Vangard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등 한국이 점차 미중 간 경쟁 구도에 함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그동안 중국에게 틈새(niche)를 너무 많이 보이고 관용을 보인 안일한 강대국의 위기의식을 일소하려는 의도 하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선언하면서 이에 도전하는 중국을 G2 위상에서 끌어 내리기 위한 각종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초강대국 위상을 인정하고 때를 기다린다는 방어적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중국의 역할 수행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적극적 전략을 구사하면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각종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에 대해서는 동맹국과 파트너십국에게 정치적이 아닌, 경제적으로 접근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미중 간 경쟁은 한국에 대해서는 비교적 먼 이야기였다.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발효 이후 미중 경쟁은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기득권 기정사실화와 미국의 군사대응이었으며, 이는 결국 2001년 미해군 EP-3 불시착 사건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미국과 중국 모두는 양국 간 군사적 대결국면이 엄중한 위협하의 한반도에서만은 이러한 사태가 없기를 희망하였다. 그동안 한반도에서는 제1∼2 연평해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있었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는 미국 우선주의 선언에 따른 미중 간 경쟁은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와 추가하여 동아시아 국가들도 동참를 강제하는 대리전(proxy war)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 아세안 간, 동중국해에서의 중국과 일본 간 갈등과 인도양에서의 호주, 일본과 인도 그리고 중국 간의 대립이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손보기 전략에 대해 중국 당·정·군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 주석이 강력 대응을 보이자, 미중 간 경쟁은 강(强)-대(對)-강(强) 양상을 보이면서 그 파급효과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그대로 접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에게 부담이었다. 실제 이는 지난 6월 초 싱가포르 『샹글리라 대화(일명 제18차 아시아안보포럼)』에서 지역내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의 줄서기 강요에 대한 항변으로 나타났다.

우선 미중 간 경쟁이 모든 분야로 확대되며, 공세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는 미중 간 경쟁을 남중국해와 대만과 같은 지리적 문제로만 보면 아니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국가가 미래안보 영역을 먼저 선점하는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하드웨어에 우세한 미국이 소프트 웨어에 집중한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며, 그 여파는 한국에게 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음으로 전략적 우세 학보 경쟁이다. 이는 기존 미중 간 경쟁이 전력-대-전력 경쟁에서 첨단 군사과학기술에 의한 게임 체인저 건설 선점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소홀히 한 분야들에 집중적으로 공략하였으며, 그동안 열심히 미국이 놓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하였으며, 이것이 아직은 실질적 위협은 아니지만 향후 어떠한 위협으로 나타날 것인가는 누구도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서방과 중국 군사잡지에서 보도되는 기상천외한 차세대 장비 및 무기 제작, 실용성 시험, 대량생산 단계 진입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 실패한 분야도 있지만, 연구개발이 중앙집권적으로 투자되고 있어 일부는 반드시 성과로 나타나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예를 들면 서방의 우주무기, 사이버전, 극초음속 무기, 무인기, 레이저무기 등에 대한 우려들이다. 이는 한국에게 미중 간 경쟁을 해군력 확장, 해외기지 확보 경쟁 및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전략 간 경쟁 등으로만 보면 아니되며, 소프트 웨어적 위협도 도래할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분쟁의 법적 합법성 경쟁이다. 그동안 미중 간 경쟁은 중국의 인공섬 조성과 군사기지화 추진에 대해 미국은 항행의 자유작전(FONOP)의 실력 행사로 대응하는 ‘작용-대-반작용’ 양상이었다. 중국은 유엔해양법협약 회원국인 반면, 미국은 관습법적 국제법을 근거로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제3자 입장에서의 FONOP 집행으로 중국의 역사적 주장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남중국해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은 중국에 밀리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미국은 호주, 뉴질랜드, 일본 및 인도 등 역내 국가와 영국, 프랑스 등의 역외 국가들을 포함시키어 우세를 유지하려 하여, 향후 한국에게도 동참을 강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현재 남중국해 도서 선점 비율을 고려 시, 만일 현상유지만 유지된다면 크게 손해 보는 것이 없는 아세안과 달리 한국은 한미동맹과 해상교통로 주요 사용국으로서의 취약점이 있어 더욱 부담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의 공해상 불법행위 단속과 해상위협에 대한 대응을 이유로 원칙론적 입장만을 선언하였으나, 향후는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중동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격사건에 한국의 참여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역사적 공세이다. 특히 중국은 미중 간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특유의 역사적 관계을 이용하여 미국의 군사동맹을 무력화시키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뒤늦게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사하며 만회하려 하나, 역내 국가들에게 미국 우선주의에 의해 무너진 미국에 대한 신뢰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더욱 군사적 해결에 집착하는 주된 이유이다. 현재 진보 성향의 한국 정부가 냉전시 상호의존형 동맹 관계에서 상호보완적 파트너십 관계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바, 이 틈새를 중국이 파고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우선 미중 간 경쟁에서의 한반도 전략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이다. 안보전문가들은 이를 통상적으로 중재자(mediator) 또는 중견국(middle power) 이론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유는 미중 간 경쟁 구도가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강-대-강 국면으로 진입하였기 때문이다. 즉 어느 국가가 한반도에 전략적 가치를 더 주고 있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는 미국이나, 향후 중국이 미국 보다 더 큰 전략적 함의를 부여하게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유는 지리적 근접성, 경제교류 증대 그리고 중국의 역할 증대이다. 물론 “미래에 중국이 변화한다”는 전제하에서의 가정이다.

다음으로 미국과 중국 양국이 한반도에 어떠한 전략적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그 과정 중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지향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반도의 우선순위 부여, 중국은 미군 철수를 통한 영향력 확대 및 일본 견제라는 우선순위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대부분 매체의 미중 간 경쟁의 논지이다. 과연 그럴까? 냉정히 생각해 보자! 즉 중국은 부상하고 미국은 점차 쇠퇴하는 과정 하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평가해야 할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국 모두가 패자(loser)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점에서 미중 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우선순위가 한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정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의 한반도 문제 적용을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미국의 국가이익이 우선이면, 한국의 국가이익도 당연히 우선이다.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 군사동맹이 근원적으로 변화하고,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증대하며,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게 한미일 안보협력 참가를 강요하는 상황하에 한국의 국가이익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진보성향의 한국 정부는 그동안의 한미 동맹 만능주의론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어 미중 간 경쟁에서 한국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 체인저 역할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수 없다.

 

동시에 중국 지도부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사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역사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지만, 한편으로 긍정적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미중 간 경쟁에서 중국의 역사적 부담이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안보전문가들은 이를 미중 간 해칭(hendging) 또는 줄서기(free rider) 개념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한반도의 위상이 과거와 달리 엄중하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에게 인식시켜 그들의 사고와 태도가 변화되도록 하여 한국의 국가이익에 부합되도록 해칭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미래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역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가 한국 주도의 정세로 변화하는 현시점에 중국에게 한미 동맹 존속 이유를 북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동맹으로만 설득될 수 있나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중국에게 미래 한미연합사령부 체제와 유엔군사령부 간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설득시켜야 한다. 이를 한국의 군사주권 회복으로만 이해시키면 아니되며, 중국의 책임있는 이해상관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측면에서의 발전으로 설득해야 한다. 만일 중국이 이를 존중하지 않으면, 한국은 한미 동맹 강화, 공세적 군사전략 채택 및 대북한 강경대응으로 중국에게 레버리지를 보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 문화, 사회적 관계와 군사적 관계 간 우선순위를 재검증해야 한다. 이제는 정치와 경제 분리 또는 정경 동시론인가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 즉 미중 간 경쟁 구도하에 경제와 정치 간 구분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한의 변화와 미중 경쟁은 어떤 관계인가를 재평가해야 하며, 변화된 북한가 친중(親中) 또는 친미(親美)국가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북한 위협과 지역안보 위협 간 조화를 의미한다. 이 점에서 한국은 한국의 전략적 위상과 역할을 증진시킬 분야를 개발하여 미국과 중국에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고급인력, 고급 과학기술, 고급 문화 추구 등이다.

우선 미중 경쟁의 시작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무역전쟁 및 중국을 미래 동등한 경쟁자로 지목한 사례를 전략적 실수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 바, 우리는 미국의 요청을 가능한 수용은 하되 집행은 상황을 고려하여 신중히 해야 한다. 일부로부터 비전과 개념이 없다는 혹평을 받아도 참아야 한다. 미국의 화웨이사 제재와 중국의 존속 강요에 대한 우리 입장이 그러하다.

다음으로 미중 경쟁의 원인인 시진핑의 중국꿈 구현을 위한 각종 이니셔티브가 너무 일찍 시작되었다는 평가가 중국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바, 각종 중국의 압력을 공개하여 역으로 중국에게 부담으로 남도록 해야 한다. 과거와 같이 폐쇄적으로 또는 은근히 협의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

또한 향후 미중 간 경쟁의 뒤수습이 어떻게 될지 모르나 미중 양국 모두 패자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과 미중 양국 내 지도자가 교체되어도 과거의 미국과 중국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바, 한국은 북한을 핑계로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말아야 하며, 북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한미동맹은 미중 간 경쟁 구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설득시켜야 한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미국 배우기의 표준 모델이며, 특히 한미 동맹을 통한 한국군의 성공사례는 중국군이 배우고자 하는 대상인바, 중국에게 이를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 동맹은 한국군의 현대화 및 독자적 작전 및 전술 보유의 기폭제가 되었는바, 이러한 모멘텀을 유지하여 미중 간 군사력 경쟁에서 한국군이 독자적 길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핵문제이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군사적 방안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나, 미중 간 경쟁이 타협점을 찾으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문제로서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래 한반도의 주도권을 선점해야 하며, 이러한 주도권을 강력하고 공세적 군사력 건설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향후 한미동맹 폐기, 주한미군 철수, 한미일 안보협력 불참 등 직접적인 현안들이 중국으로부터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지금까지의 사드, 화웨이 등 보다 더 크고 심각한 문제로 나타날 것인바, 미래 미중 간 경쟁 양상 변화를 잘 파악하여 현재 한국 정부가 지향하는 남북한 신뢰구축,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의 변수를 언제 마무리할 것인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