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 차(이나는) 밀(리터리), 2019년 3월 12일>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최근 4차 산업혁명 용어가 우리 군의 국방개혁 2.0 관련 기획문서와 보고서에 많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는 마치 4차 산업혁명이 우리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panacea)’인 것 같은 인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국방개혁 2.0 추진에 있어 4차 산업혁명 적용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전면전을 가상한 전시 상황이며, 핵과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북한과 지난 70여 년간의 병력집약형 군사적 대치를 하고 있는 군을 운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번 국방개혁 2.0은 현 정부에 들어 성과로 나타난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조치이다. 이는 냉전시 후유증을 해결하려는 세계 유일의 국방개혁 사례이며, 여기에는 신뢰구축과 군비통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직접적이며, 임박한 적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싸워서 이기기 위한 필승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

따라서 국방개혁 2.0에서의 군사과학기술 접목은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병력집액형이 아닌, 기술집약형으로 변신한 우리 군을 신속성(agility), 유연성(flexibility) 그리고 살상력(lethality)을 추가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는 전장에서의 승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며,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상기 전제 조건을 추월하면 아니된다.

그동안 우리 군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줄이기 위한 국방개혁을 여러 차례 시도하였고 이를 군사과학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많이 해 왔으나, 대부분 실패하였다. 주된 이유는 한국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 미국 등 서구지향적 용어와 추세를 마구잡이식으로 체질 개선을 위한 우리 군의 국방개혁에 무리하게 접목하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금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 2.0는 세계 주요 전장을 가정하여 평시 및 위기 시에 세계 각지로 신속기동군(RRF)을 투입하는 군사력을 운용하는 미국과 나토군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전제로 하는 국방개혁이며, 세계 유일의 냉전 후유증을 종식하고 평화정착을 위한 강한 국방을 지향하는 정예화를 지향한다. 즉 국방개혁은 안보환경 변화와 국가동력 제공을 위한 우리 군의 체질개선이다는 것이다.

특이하게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국방개혁 2.0에 적용되는 모양새를 많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상비군을 유지해야 하는 우리 군이 소규모 군을 보유하며 직접적 위협이 없어 다변화된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신속대응군을 운용하는 미국과 나토 등의 선진 국가들의 4차 산업혁명의 국방개혁 적용 개념을 그대로 받아 들이면서 매우 위험하다. 직접적 적이 없는 미국은 매우 신축적으로 첨단 군사과학기술을 적용시키려 3번째 시도인 ‘Third Offset’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와는 다른 차원이다.

더욱이 현대전은 적(敵)도 적게 죽이고 이겨야 존중을 받는 전쟁이다. 특히 미래전은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무력화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며, 이를 전자전, 사이버전 그리고 심리전이 주도한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당사국 간 대규모 피해와 동반피해(collateral damage)까지 나타나는 재앙으로 이를 첨단 군사과학기술에 의한 국방개혁으로 억제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을 간과하고 우리 군은 4차 산업혁명의 국방개혁 2.0에 대한 적용성과 관련된 기준과 원칙 없이, 미국 등 서구가 한다고 해서 우리도 무작정 그대로 모사해서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다시 실패한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부 국방개혁 2.0 정첵입안자는 우리 군의 체질개선을 위해 밤세워 고민하고 토론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의욕만 앞서면 무식하다는 애기를 듣는다.

특히 최근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있으며, 대규모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는 재래식 무기에 의존한 전력(platform)과 부대(unit)구조를 안보환경 변화와 군사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바, 우리 군은 이를 국방개혁 2.0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 공개된 청와대 국가안보전략서와 지난해 12월 20일에 공개된 2019년 국방부 업무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국방개혁 분야를 1) 전력의 무인화, 2) 병력 최소화, 3) 차세대 군사과학기술 개발 등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성(adaptation)이 아닌, 용어(terminology)와 귀절(phrase) 표현에만 집중하면 아니된다. 이는 국방개혁 2.0의 최종 종국점인 『스마트 국방』 슬로건 하에 4차 산업혁명의 대상 분야를 무인 감시정찰, 타격, 자율화, 고에너지 등의 전력 분야와 빅데이터, 인공지능에 의한 운용체제로 확대하여 기술하고 있는 사례들에서 발견된다.

이를 접한 우리 군 중 해공군은 이미 이러한 추세에 부합하고 있으나, 북한과의 지리적 경계선을 두고 군사적 대치를 지속해 온 육군에게는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다. 이에 육군은 4차 산업혁명의 국방개혁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를 ‘game changer’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드론봇(dronebot) 등과 같이 4차 산업혁명 등의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접목된 진정한 전사 배양을 선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의 국방개혁 2.0의 적용에서 나타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첫째, 미래에 어떻게 싸우지(how to fight)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이는 교차된 전장(cross-domain)에서 싸우는 합동군(Joint-force)이며, 군사과학기술 접목을 고민하는 민군 복합체(civil-military relation)의 몫이다. 특히 미래전은 방어적 교리로는 역부족이며, 첨단 군사과학기술 접목에 의해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제적 공세 교리를 채택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군도 미래전을 위해 공세적 교리로 전환하여 이를 통한 교리, 전력소요, 전력 건설, 부대운용 그리고 합동군 운용을 방산업체와 심각히 고민해야 하며,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 있다. 즉 싸우는 방법을 교리화한 이후 이를 위한 군사과학기술 선택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의 적용 주무부서를 운용해야 한다. 더욱이 한국군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군은 4차 산업혁명 접목의 선도주자이다. 우리 군은 이를 고려하여 국방개혁 2.0에 의한 국방정책과 군사전략 변화에 대한 4차 산업혁명 접목을 고려해야 한다. 현 국방정책 입안자들이 이를 간과하고 “우리 군의 우리 군에 의한, 우리 군을 위한” 4차 산업혁명 접목을 고집하면 중복과 부담이 된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주무부서가 필요하며, 주무부서의 주도하에 미래에 어떻게 싸우는가(doctrine: 교리)의 미래전에 대한 원칙과 개념 연구를 연합방위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여 이를 각군에 지침으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각 군이 각기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한다고 난리이다. 더욱이 연합방위 체제가 아닌, 우리 군만을 고려한 전력소요에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첨단 군사과학기술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군은 소요군이지 군사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업체가 아니다.

셋째, 한반도 전장에 4차 산업혁명을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전면적 위협에 직면하고 전장폭이 좁은 한국전구환경(KTO)을 갖고 있는 우리 군이 갑자기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군사과학기술을 예하 작전제대 부터 무리하게 적용하면, 오히려 기존 전력과 중복이 되고 지휘관에게 부담이 되어 현용작전 수행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무장의 간편화가 더욱 효율적이며, 산악전과 시기전에서 유리할 수 있다. 현행 임무도 바쁜데 현용작전 부대가 무인체계에 의한 정보전까지 하는 것은 지휘부담이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군사과학기술은 정책결정과 입안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바로 작전부대에서 채택할 문제가 아니다.

넷째, 4차 산업혁명의 대한민국 국방 적용을 위한 ‘한국형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즉 국방개혁 2.0에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하는 원칙과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지금은 전략 개념 보다 빠른 것이 군사과학기술이며, 군사과학기술이 전략과 국방정책을 주도하는 시대이다. 이런 상황 하에 현재 우리 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환경변화와 병력 감축이나, 이를 군사과학기술 접목으로만 해결하려 하면 아니된다. 2019년 국방부 업무보고는 2020년 경에 50만 규모의 상비군을 유지한다고 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국방개혁 2.0는 4차 산업혁명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부대 재배치와 부대 구조를 개선해야지, 기본적 부대를 통폐합하고 중무장화시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적용한다는 것이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 예를 들면 MBT, IFV, APC 그리고 3∼4명 단위 차량과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병력 감축과 어떻게 융합되는가를 고민해야지 신설부대와 신형 전력에 마구잡이식으로 적용하면 비용만 증가한다. 

다섯째, 기존 전력(platform)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는 현용 전력 모두가 100% 완성체이라는 전제하에, 여기에 추가하여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첨단 군사과학기술을 신형전력에만 부가하고 있다. 현존 위협에 대비한 K-2 전차, 사단 UAV, 차륜형 IFV, 한국형 기동헬기, 230mm 다련장, 이지스 구축함, 한국형 FFX, KFX 그리고 곧 배치되는 F-35 등에 대한 평가가 미래 전장 환경에 어떻게 작전적이며 전술적 측면에서 융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며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접목이 나와야 한다. 특히 방위산업체와 각 군 간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너무 방산비리에 집착하면 빈대 잡는다고 초가집 태우는 격이다.

우리 군은 1990년대에 미군의 Jointness 개념을 모방한 군사혁신(RMA)을 추진하다가 많은 예산만 낭비하였고 실질적 변화는 적었다. 즉 합동성을 강조하다 보니 너도 나도 단일군 임무에 타군 임무까지 추가하여 덩치와 비용만 증가되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형 군사혁신은 거의 무시되었다.

지금 우리 군은 국방개혁 2.0에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팀(MUM-T) 개념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러면 너무 옥상옥의 형태가 되어 버린다. 해서 현존 전력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군사과학기술이 접목되어야 한다.

여섯째, 4차 산업혁명을 군사교육훈련 체계에 적용시키는 문제를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 여기에도 한국전구환경(KTO)이 결정적 요인이다. 즉 너무 양성-용병 간 기간과 지리적 여건이 짧아 시뮬레이션 및 가상훈련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즉시 교육훈련 이후 바로 자대에 배치하여 실무 경험 축적이 더 효율적이다. 한국군과 같이 대규모 상비군이 불과 100km 이내의 좁은 전장에 바로 배치된 경우에는 Simulation, VR 등의 고가의 훈련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 교육생이 시뮬레이션 훈련한다고 대기하는 시간이 얼마인가를 생각해 보라! 그럴 바에는 바로 현장 부대에 조기에 배치하여 실무 적용성을 증진시키는 것이 현장 지휘관에게 더 낮다.

특히 2019년 국방부 업무보고 내용에서 언급된 국방개혁 2.0를 위한 4차 산업혁명의 교육훈련 적용에 대한 사용한 용어도 너무 추상적이다. 예를 들면 실기동 모의훈련, 가상워게임 모의훈련, 실지휘통제시스템 등이다. 반면, 미해군 신병훈련소가 2000년에 해상테러를 당한 USS Cole 테러 상황을 그대로 모사하여 미해군 신병의 마지막 밤샘 훈련에 적용하는 사례를 생각해 보자!

궁극적으로 우리 군이 세계 유일의 냉전적 구도하에 재래식 전면전과 핵무기에 의한 핵전을 동시에 접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4차 산업혁명의 국방개혁 2.0 적용을 선택적이고 집중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여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전략은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군사과학기술은 이 우선순위를 완성시킨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의 국방개혁 2.0 적용은 백화점 나열식의 신조 용어와 슬로건으로만 장식되어 각종 기획문서와 보고서에 난무하게 기술되어 어느 것에 우선순위가 있고 첨단 군사과학기술이 이를 어떻게 적력화시키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이 간다. 물론 향후 국방개혁 2.0이 4차 산업혁명 군사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국민과 함께 평화를 만드는 강한 국방”을 달성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과연 누가 이를 주도하며, 어떠한 원칙과 기준하에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두고 접목시키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며, 더욱이 공개된 문서와 보고서를 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도대체 대한민국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국방개혁 2.0으로 멀하자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