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가방이나 들고 다니며 우리 문성묵 대표와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리선권이 많이 컸다.  2000년 9월 1차 국방장관회담 시 우리 측이 2차 회담은 백두산 삼지연에서 하자고 하니 거기에는 아직 비행기가 내리지 못한다고 하던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의 궁기 어린 답변이 생각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다음에는 한라산으로 모시겠다고 하니 스위스에서 온갖 좋은 것을 맛본 정은은 불로초나 먹을 수 있게 될까 해서 기대가 클 것이다. 다금바리는 물론이다.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유영철이 대표였는데 회담 도중 고혈압으로 쓰러졌다. 우리가 앰불런스를 내어 응급조치를 취했는데 김영철은 고맙다고 하며 보안 유지를 신신 당부했다. 김영철은 그 후 대장으로 승승장구, 통일전선비서로 대남전략을 지휘하고 리선권은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리선권이 남에서 간 대표들에 남북관계 진전이 이 모양인데 냉면이 입으로 넘어가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느냐는 질책은 엄마가 일제고사 점수를 나쁘게 받아온 아이들에게나 하는 소리다. 북한은 우리 대표를 애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허망한 대접을 받는 것은 북한이 정의용, 조명균을 우습게보고 있다는 것이다. 리선권은 20년 전 정세현이 장관일 때 과장이었던 조명균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는 투의 허망한 논리를 펴고 있는 한국의 대북정책 라인을 총체적으로 경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당시 대북라인은 당당했다. 김달수, 이동복 등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등용되었다.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은 남의 김경덕, 장광일에게 쩔쩔 매었다. 북한은 남에서 대북전략을 지휘하고 있는 인물이 얼마나 대단한지 궁금해 군비통제관이 나오시라고 했다.  저들의 두목 김정일과 당당히 악수를 나눈 군비통제관이 이들 아랫것들과 자리를 같이 할리 만무하다. 군비통제관은 바빠서 못나가니 굳이 나오라고 하면 별 둘인 남의 소장과 구색을 맞춰 북에서도 별 둘(중장)이 나오라고 하자 북은 기가 막혀 고집을 접은 바가 있었다. 김영철의 완패였다. 리선권은 그때 허망한 패배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에서는 아직 김영철과 리선권이 아직도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남에서는 북한을 몰아세우던 문성묵이 옷을 벗은 후에도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그를 이어 최고의 작전 전문가 신원식 장군도 활약하고 있다. 북에서 대남 일꾼은 야전 군인이 아니다. 그들은 현재의 발전된 작전 시스템에 대해서는 생소하다. 직전의 합참 작전본부장이 볼 때 군사합의서는 잘못된 것이다. 현재의 문재인 정권에서 복무하는 장관, 의장, 총장의 고민은 알만하다. 전방은 잘못되고 있지만 그들의 머리 속에서 비밀과 술책은 빼어낼 수는 없다. 이것이 희망이다.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