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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셰스쿠가 묻힌 공동묘지를 찾아서 (19)
인간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차우셰스쿠 가족들이 살기에는 터무니없이 넓었던 관저.
쓸데없는 수많은 방들은 왜 필요했을까?
수십 개의 옷장을 꽉 채운 고급양복들은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한 채 그득하게 쌓여있고,
수백 개의 넥타이는 주인을 잃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또한 웅장한 인민궁전은 차우셰스쿠 생전에 완공도 못했다.
루마니아가 자유화된 이후 겨우 준공한 이 청사는 관광객들에게 독재자의 무모했던 상징물로 소개되고 있을 뿐이다.
2시간 내외의 건물 내부관람에도 겨우 청사의 5% 정도를 보여 주었단다.
초대형 인민궁전 내부 전경
허망하다 허망해!
차우셰스쿠는 왜 이토록 자기과시욕과 업적 내세우기에 집착했을까?
범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차우셰스쿠와 부인 엘레나의 시신은 거꾸로 매달린 채 TV로 전국민에게 공개되었다.
그리고 부크레슈티 외곽 공동묘지로 옮겨졌다.
서울의 망우리를 상상하며 시내 중심부에서 42번 트램을 탄 후 종점에 내렸다.
도심 중앙과는 다르게 부쿠레시티 외곽의 여건은 열악했다.
도심 중앙과는 다르게 부쿠레시티 외곽의 여건은 열악했다.
올망졸망 비닐봉지를 든 주민들의 모습이 시골 장터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부쿠레슈티 외곽 전경
전차 종점에서 시립공동묘지로 가고자 택시를 타려 했다.
경험상 모르는 길은 택시기사들이 대체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운전기사들은 공공연하게 구차한 이유로 승차거부를 한다.
얼마 멀지않다며 걸어서 가란다.
눈치를 보니 공동묘지에서 빈차로 되돌아 나와야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대안이 없다.
낯선 길을 또다시 물어물어 걸을 수밖에 없다.
한참을 걷다보니 터키 국기가 휘날리는 묘역이 보였다.
왜 터키인들이 이곳에 와서 대거 묻혔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전쟁과 관련이 있을 듯 했다.
그 근처에는 루마니아 군인묘역도 조성되어 있다. 정문 비각의 '1916~1919' 표시로 보아 제1차 세계대전 전몰장병 묘역 같았다.
정문을 지키는 부사관이 내부출입을 통제한다.
고개를 최대한 정문안으로 쭉 밀어 넣어 보니 안쪽에는 추모제단이 건립되어 있었다.
군인묘역 전경과 추모제단
차우셰스쿠가 묻힌 시립공동묘지는 조금 더 외곽으로 나가면 있단다.
부쿠레슈티 시립공동묘지 입구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 공동묘지.
아무리 깔끔하게 꾸며 놓더라도 이런 곳은 기분이 좋지 않다.
기다란 묘역 중앙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관리사무소가 나타난다.
관리소 직원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차우셰스쿠묘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수많은 묘지들 중에서 그래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묘비에는 간결하게 "1918~1989 Nicolae Ceausescu 1919~ 1989 Elena Ceausescu" 만 표기되어 있다.
차우셰스쿠부부 묘지(상)와 비문(하)
그래도 이 독재자 부부의 무덤 앞에 누군가가 한 아름의 꽃다발을 두고 갔다.
수십 년 동안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루마니아를 흔들었던 독재자와 이름 없는 민초들이 죽어서는 똑같이 이 공동묘지에 누워 있다.
때마침 인근 묘역에서 누군가가 아코디언으로 구슬픈 장송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망인의 시신이 안장되기 직전 부인이 까무러쳤다.
친척ㆍ친구들이 웅성거리며 그 가족을 위로한다.
공동묘지내의 장례식 전경
이처럼 삶이 끝나면 누구나 한 바가지의 흙으로 돌아간다.
생전에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더라면 2000만 루마니아 국민들에게 그토록 오랜 기간 고통을 주지 않았을 것 인데.
하기야 인간의 악한 본성을 하나님도 제대로 통제 못하시니 이 지구상에는 끝없는 전쟁과 휴전이 반복되는 모양이다.
마지막 수정: 오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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