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2 스틸샷 >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우리는 그 동안 항상 미래전을 예측하고 있었으며, 이는 차세대 군사력 건설에 있어 항상 결정적 요인으로 인식되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지정학과 군사과학기술 간 조화라고 보았다.

냉전시 지정학은 군사과학기술 보다 한수 앞에 있었다. 구소련 위협을 중국의 힘을 빌려 대응하기 위해 1972년 극적인 미중 관계 개선이 이루어졌고 이에 대응하여 구소련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 타이푼 전략핵잠수함 배치 그리고 아프간 침공 등으로 대응하였다. 냉전시 앞서가는 지정학을 군사과학기술이 뒷받침해 주어 미국과 구소련이 세계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군사과학기술이 지정학을 뒤집었다. 1991년 걸프전과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가-대(對)-국가 전쟁이 아니고, 알카에다와 탈레반 테러조직만을 위한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용된 정찰감시-지휘통제-정밀타격(ISR-C4I-PGM)의 일체화 양상은 지정학 보다 군사과학기술이 미래전을 주도하는 대표적 능력으로 인식되었다. 당시 실시간(real time)은 일체화을 의미하는 핵심이었다.

당시는 대규모 지역전쟁 또는 국가 간 전쟁 보다, “깊숙한 탐지와 쪽집게 타격(deep see and deep strike)” 능력이 미래전 준비의 기준이었으며, 이는 군사력 운용에 있어 장기간을 요구하는 지정학적 가치가 감소되고, 분(分)초(秒) 단위를 부여하는 군사과학기술이 전장을 선도하는 전환기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당시 이는 첨단 군사과학기술을 보유한 선진 군사강국만이 가능한 능력이었으며, 당시 지정학적 요인에 의거 국가-대-국가 갈등과 대결 국면에 있는 국가들에게는 그리 큰 매력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지정학 갈등에 직면한 세계 각국들은 대테러 전쟁에 적용된 이를 국가의 군사과학기술 능력이 못미치면서도 이를 흉내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예를 들면 일본, 한국, 호주, 싱가포르 등이었다. 당시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RMA)이라고 정의하며, 그들의 노력을 정당화시켰다.

실제 당시 미국을 제외한 나토(NATO) 조차도 당시 미국 입장에서는 현대전이고, 미국의 절대적 지원을 받는 미국의 군사 동맹국 입장에서는 정찰감시-지휘통제-정밀타격(ISR-C4I-PGM) 수준을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부 국가에서는 당시 미래전 기준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예를 들면 인도-파키스탄 간 핵무기 경쟁, 남북한 간 재래식 해상충돌,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갈등에 따른 중국해군의 항공모함 건조 결정 등이었다.

<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호 >

다음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래전 개념은 다시 한번 큰 변화를 맞이한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대규모 지상군 투입에도 불구하고 지칠대로 지친 이라크와 아프간의 대테러 전쟁 마무리를 위해 무인기, 스텔스, 원거리(stand-off) 순항 미사일, 전장의 디지털화, 전장 공동 작전(common operational picture)으로 가급적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국제테러 집단의 테러의지를 무력화시키려는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또는 information operation) 양상을 전개하였다.

즉 상대방이 재래식 방법으로 미국에 도전하는 상황 하에 미국은 고가의 미래전 장비와 무기체계로 정치, 경제 및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전쟁 양상을 보였다. 당시 이라크와 아프간 국가재건(nation-building) 작전이 제기된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주도의 미래전 양상은 또 다시 국가-대-국가 위협에 직면한 세계 각국에 적용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재건(resurgence)에 직면한 동유럽 국가와 중국의 부상에 따라 군사적 압박을 받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였다.

더욱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4년 동남아시아 12개 국을 덮친 쓰나미에 이은 인도주의 지원 및 재난구조 작전으로 미래전 소요는 스텔스, 무인화, 전장의 디지털화와 원거리 정밀 유도무기에 추가하여 자연 또는 인간(man)이 형성한 대규모 재난지원작전 소요까지 포함되고 있었다.

 

당시 전쟁은 우세한 첨단 군사과학기술 운용에 따른 상대국과의 군사적 승리만이 아닌,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문제로 확대되었으며, 이에 따라 군사과학기술이 군사,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요인을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2011년 5월 1일 미국 특수부대의 오바마 빈 라덴 사살과 사체 처리였다.

당시 이는 미래전을 단지 군사목적만이 아닌, 외교, 정보, 군사 및 경제적 요인(DIME)까지 고려해야 하는 양상으로 보여 주었으며, 이는 다시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국제법적 갈등으로 인해 DIME에 추가하여 금융, 정보, 국제법적 요인(DIME-FIL)까지 고려하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이는 당시 국가들에게 미래전 준비에 있어 전‧평시가 불분명한 회색지대(grey zone)까지 대비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인식되었는 바, 국가 재정능력이 제한되고 내전에 의거 직접적 안보위협을 대면한 국가에게는 매우 큰 딜레마였다. 예를 들면 인도양 소말리아 해적퇴치작전에 참가했던 한국, 동남아 아세안, 중국 그리고 인도 등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 아세안간 갈등에 낀 이해상관자 국가들이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한 네이비실 10팀 >

최근 미래전 양상이 다음과 같이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첫째, 비정규전이다. 1975년 월남전 이후 국가간 전쟁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대신 역사, 인정, 종교, 이념 및 에너지 등에 의한 내전(intrastate war) 양상이 많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와 예멘 내전과 복잡한 아프리카 내전 등이다. 이들 모두 비정규전이다.

둘째, 전·평시 구분이 모호하다. 미국에 도전하는 러시아와 중국은 이점을 활용하여 미국 주도 안보구도를 바꾸려 한다. 예를 들면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따른 역사적 기득권의 기정사실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친(親)러시아 지역 지원이다. 군사전문가는 이를 회색지대 이용자(grey zone advantage-seeking)라고 정의하는 반면, 미국의 대응책은 대리전(proxy war) 유도이다. 군사전문가는 이를 “군사적 긴장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긴장시키는 상황(escalating to de-escalate)”으로 정의한다.

셋째, 하이브리드전 양상이다. 즉 결정적 전쟁 승리보다, 반접근/지역거부(A2/AD)에 의거 상대방의 우세한 군사력이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여 전략적이며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전쟁이며 이를 디지털로 무장된 개인 전사가 대표한다. 군사전문가는 이를 “지정학 게릴라전(guerrilla geopolitics)”이라고 정의한다.

넷째, 미래 전쟁터(battlefield)는 도시다. 인구학자는 2040년 경에 세계 인구의 2/3이 도시로 집중되어 메가시티 수가 과거 20년과 비교 시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실제 매년 종교 갈등, 직업 모색, 사막화, 인종차별에 의해 약 8천만명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니 정규전을 위한 군사교리 보다, 개인-대-개인 간 교전규칙(Rule of Engagement)만 존재하고 이것이 전장에서의 승리를 좌우한다.

이에 군사전문가들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첨단 군사과하기술이 지정학이 아닌, 전쟁의 주체인 인간 보다 앞서서 전쟁을 주도하는 양상이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특히 향후 예상되는 미래전이 전‧평시 및 적‧아가 불분명한 전장환경 하에 인간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학습능력과 살상력을 갖춘 무인기 또는 로봇이 표적 선택, 중요도 결정 및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전쟁의 주체가 인간에서 기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과거 지정학과 군사과학기술 간 비교 우선순위에서 이제 인간과 로봇간 특수관계 설정이 요구되는 전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그 동안 대부분 국제정치학자가 지정학적 요인을 선호하였고,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전장환경을 정형화시키는 군사과학기술을 선호해 온 추세와 달리 향후 미래전 양상이 인간과 기계를 대변하는 로봇 간 관계 설정에 따라 다른게 나타날 것이며, 이를 판단하는 결정적 기준이 군사과학기술로 귀결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에 의해 학습능력을 갖춘 기계가 전쟁 수행을 대신하며, 감성적 전사(戰士)는 제외된 가설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군사전략 기획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정학과 군사과학기술 간 비중 측정이다. 전략 개념과 작전술이 도저히 군사과학기술 발전 수준과 속도를 따라 가질 못한다. 특히 전쟁의 승패가 적을 알면 백전 백승이라는 손자병법의 논리와 클라우제비츠의 안개속의 전쟁(fog of war)을 고민하는 전사의 혜안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 오직 군사과학기술 우세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세계 국가들에게 지정학은 여전히 직접적 위협으로 남아 있다. 지정학, 인간 그리고 기계 간 조합을 군사과학기술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은 장차 미래전의 가장 큰 이슈이다.

다음으로 여하의 전장 환경이든 숙련된 전사를 로봇으로 대처할 것이다. 미국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갖춘 로봇(robot)으로 숙련된 전사를 대체하려 하나, 이들 로봇의 살상력과 작전성과가 매력적이어서 정책 결정자와 현장 작전지휘관들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어 고민이다. 이를 우려해 약 1000명의 과학자들이 “미래 로봇전사 생산 금지 캠페인(Campaign to Stop Killer Robots)”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지정학 위협에 직면한 각국들은 여전히 지휘관 리더십과 지혜에 의존하며 여전히 비대칭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전은 개인-대-개인 전투 양상으로 개인 전사 살상력이 갈 수록 증가되어 로봇이 인공지능에 의거 수행하여 인간이 전장을 주도할 여지가 줄고 오직 혁신적 군사과학기술만이 전장을 주도하는 양상일 것이다.

또한 비싼 방어 보다 값싼 공격이다. 이란과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미국을 위협하나, 미국이 이에 대해 방어하기 보다 공세적 수단을 선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마하 5 속력으로 거의 미터 오차의 정확도를 갖춘 “재래식 전 지구 타격 촉진 수단(Conventional Prompt Global Strike: CPGS)”로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단숨에 무력화시킬 계획을 개발중에 있다. 이미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2일 발표된 미국 핵태세 검토보고서(NPR)에서 우주, 사이버 및 전자기 공간에서의 ‘극한 상황(extreme circumstance)’에 대비하여 값싼 저강도 핵무기(low-yield weapon) 사용을 공식화하였다.

아울러 전쟁 비용이 낮아져 전쟁 유혹이 커진다. 예를 들면 현대전에 투입되는 F-35는 1억불, 전략핵잠수함은 27억불, 항모는 200억불이나, 미래전에 투입될 무인체계, 자동화, 인공지능 그리고 빅테이터 처리로 불과 수백 불 단가로 비인간적 기계를 전쟁에 투입할 수 있다. 이미 손바닥 만한 디지털 전장정보 감식기와 소형 무인기가 개인 전사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그럼 미래전에서의 로봇 간 전투에서 게임체인저는 무엇일까?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또 다른 로봇이 될 수 있을 것이나 이 역시 로봇이다. 미래전에서 인간은 완전히 로봇이 수행하는 전쟁에서 제외되어 결과만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전에서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미래전 승패는 표적 결정을 결정하는 인간, 학습능력을 갖춘 로봇,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무기 그리고 도시에서의 전장환경을 어떻게 융합시키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전쟁법, 로봇윤리, 교전규칙 및 도시전술을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하며, 이는 결국 인간이 군사과학기술을 지배해야만 할 수 있는 과제이라고 지적한다.

아쉽게도 한반도만은 아직도 지정학이 미래전을 좌우하고 있으며, 그 동안 축적한 군사과학기술이 지정학을 넘어 결정적 군사작전으로 이어지질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