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동해 거진항 해전

 -한국해군 DE-72함 vs 북한해군 PBS-371함

#이 글은 강영오 제독의 회고록 서해록[誓海錄]에서 발췌 한 것이다

연평해전과 같은 남북 수상 함정의 대결이 이미 50년전

동해에서 있었다.

1960년 7월 30일.
한국 해군 호위 구축함 DE-72 강원함은 그 날도 부지런히 동해에

그어진 휴전선을 따라 동서를 왕복 초계 항해하고 있었다.

강원 함은 미국이 2차 세계 대전시 120 척이나 대량 건조한

호위 구축함 캐넌 급으로서 한국 해군으로 오기 전의  전신은

1944년 건조 된 미 해군 DE-771 서튼 함이었다.
호위 구축함은 역할상 선단 호위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기능상 대잠전을

주목표로 설계되었다.

영국 해군에서는 이 함급을 프리게이트 함이라고 불렀다.

미 호위 구축함 캐넌 - 강원함은 같은 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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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함의 제원을 아래에 소개한다.

총중량 : 1,620 톤.

3인치 포 : 3 문.

40미리 보포스 건 : 2 문.

20미리 기관포 : 8 문.

최대 속도 : 21 노트.

한국 해군은 1956년에 미군에게서 이 호위 구축함을
임대형식으로 빌려와서 운용했다.

한국 해군에는 그 무렵 구축함은 한 척도 없었다

강원함은 그 때 다른 호위 구축함 한 척과 함께 한국 해군의

최대 거함이었다.

.

강원함의 함장은 해사 2기생인 김 형배 대령(준장 예편)이었고
부장은 해사 3기생 홍 연형 중령(준장 예편)이었다.

먼 동해안까지 갔다가 다시 함수를 돌려서 거진 항 쪽으로 
되돌아 와서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산맥도 점점 높이 보이고
그 아래 거진 항이 뚜렷이 보이는 지점까지 왔을 때이다.

멀리 옅은 안개 속에서 거진 쪽으로 쏜살같이 향하는 북한의
경비정 PBS-371을 좌현(左舷) 함수 쪽에서 발견하였다.
이 소련제 함정은 한국 해군의 초계함에 해당하는 것으로
강원함 보다는 작았다.

전투 배치의 요란한 소리와 함께 총원 전투배치에 들어갔으며

북한 경비정도 이어 전투배치를 하는 것이 보였다.

강원함은 함수를 거진 쪽인 270도(9시 방향)으로 틀어 전속
접근하면서 정지 명령의 국제 신호인 K기를 게양하고 발광 신호를
보냈으나 북한 경비정은 전혀 응답이 없이 계속 북쪽
육지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북한 경비정은 틀림없이 휴전선 넘어 수원단이나 장전항 방향으로
야간 경비를 나왔다가 레이다가 고장 났거나 또는 기관 고장으로
표류중에 위치를 잘못잡고 귀항 중이었을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강원함은 전속으로 전진하면서 거리 500미터에서 적함의

전방에 3인치 주포 한 발을 쏘았다.

이에 북한 경비정은 함정에 장비된 자동무기로 즉각 응사해왔다.

적의 반격은 상상을 넘게 빨랐다.

거리가 가까웠으므로 적의 기관포탄들이 강원함의 함체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쇽크에 빠진 몇 십 초간 강원함의 포구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미 해군 3인치 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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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교의 함장과 부장 그리고 포술장은 모두가 ‘쏘아!’ ‘쏘아!’를
외치는 것 외에는 다른 지휘가 없었다.

그 때만 해도 이런 돌발 교전상황에 대한 사격지휘 체계가
미비했었고 훈련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40미리나 20미리 기관포 사수들도 그 무렵의 경직된
군기 때문에 이런 위기상황에서 상관의 지시도 없이
사격 할 수는 없고 해서 머뭇거리다가 응사의 시기를 놓친 듯하다.

강원함은 군기가 센 함으로 알려져 왔다.

군기가 너무 센 부대는 이런 돌발 상황에서 항상 대응 속도가 늦다.

(지금은 한국해 군의 상황과 훈련의 정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제 2차 연평해전에서는 적의 기습적인 일격을 맞고
 불과2,3초 뒤에 반격의 화력을 적함에 쏟아 부어넣었었다.)

호걸형의 부장은 명령이 신속히 먹히지 않은 것을 참다 못해

함교에서 뛰쳐나와 수병이 가지고 있던 보병 분대화기인
20발 탄창의 AR을 빼앗아 들고 자신이 직접 적함을 사격했다.

비로소 정신이 든 함정의 전 화력이 뿜어냈다.

특히 40미리 보포스 동력 구동포가 명중탄을 내기 시작했다.

북한 경비정은 40미리 기관포탄을 맞고 만신창이가 되기 시작했다.

미해군 40 mm 보포스 건 -
-미 항모 호넷트에서 가미가제 특공기를
사격하던 실전 상황을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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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치 주력포는 자동 추정 장치도 없고 수동 조작으로 움직여야

하기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북한 경비정에게 명중탄을 내지 못했다.

포탄들이 근거리에서 원 거리로 갈지자의 탄착점을 그리며
날아갔지만 좀처럼 명중하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40미리 보포르 건만이 다량의 명중탄을 날려 보냈다.

40미리 탄들은 북한 경비정의 갑판과 포대에 맞아 적의 포사수들을

가차없이 날려 버렸다.

헛 방만 날리던 3인치 주포도 드디어 적 경비정의 마스트를
명중시켜 그대로 부려뜨려 바다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해군 장병들의 사기는 드높아져서 적함에 계속 화력을 퍼 부었다.

15분이 지나자 적함은 더 이상 응사하지 못하고
침몰하기 시작했다.

적함이 침몰하자 북한 수병 7-8명이 헤엄치면서 떠돌았다.

강원함이 접근하여 구조하려하자 아무도 배에 오르려
하지 않다가 상급자가 명령하자 모두 강원함에 승함하였다.

강원함은 함체에 20여개의 파공(破孔)이 생겼으나

단 두 명만이 부상했을 뿐이었다.

이것으로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물에 빠진 북한군을 구출하고 보니 함의 레이다에 북한 해역

수원단으로부터 4-5척의 북한 전투함정이 고속으로 남하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강원함은 교전에서 이미 각 포좌의 상비 탄약 상자에 비치했던

모든 포탄을 다 소비한 상태였다.

새로운 포탄을 탄약고에서 꺼내다가 장탄해야했다. 강원함은

탄약 장탄에 필요한 시간을 벌고자 고속으로 남하했다.

남하하면서 탄약이 충분히 추진되자 강원함은 함수를 돌려
북쪽에서 남하하는 북한 함정들에게 다시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전속항진을 하면서 휴전선 너머에서 몰려오는 북한 전투함정
방향으로 3인치 포탄을 여러 발 날려 그들을 견제 했다.

북한 함정들은 이미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 휴전선을 넘는

남하공격을 단념하고 북으로 돌아갔다.

그날 오후 진해로부터 교대차 올라온 배에게 경비임무를 인계하고

군악대의 큰 환영 속에 진해로 복귀해서 배의 수리를 하고
다시 출동했다.
북한 수병들은 나중에 판문점을 통해서 북으로
송환되었다.

조사에 의하면 그날 북한 초계함은 함장이 아니라 경험없는
북한 해군 정치장교가 지휘했다고 한다.
휴전선에서 강원함을 발견한 정치장교는 괜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강원함을 따라가 보자고 해서 추적해오다가 안개속에 길을 잃고
북상하다가 강원함에 격침되었다.
도저히 이해 할 수없는 북한해군의 군기 문란 행태였다.

이 해전은 한국 전쟁후의 최초의 해전이었다.
그리고 주문진항의 주민들과 어민들이 손에 땀을 쥐고 지켜 보는
가운데 벌어진 해전이기도 했다

강원함은 1977년까지 20년 넘게 한국해군에 봉사하고 퇴역했다.

그 후 고철로 필리핀으로 팔려가서 분해되었다.

강원함이라는 함명은 다른 구축함이 승계했으나
이 구축함마저 2,000년도에 퇴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