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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宇宙 김호식> 바이든 행정부의 우주정책 전망
바이든 행정부의 우주정책 전망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가우주정책은 왜 이렇게 긴밀할까? 미국 우주정책의 최고 리더십은 대통령이며, 미국 우주정책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영역이고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따라서 발표되는 모든 우주정책은 향후 미국의 우주개발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권위있는 대통령의 지시(Directive)가 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적 기조에 따라 특정 연구분야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어떤 분야는 고요히 사라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주개발 역사를 살펴보면 신임 대통령의 우주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전후 보여준 몇가지 우주개발 관련 행보를 살펴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우주정책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미국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만큼이나 우주개발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적절한 예측을 통해 협력구도 마련이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임 행정부 우주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소
바이든 대통령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취임했다. 사회․경제 문제, 군사․외교․안보 문제, 정치적 상황,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숙제 등 어느 것 하나 간단한 것이 없다. 그리고 서로가 얽히고설켜 있다. 따라서, 우주정책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주정책은 무시할 수 있는 정책영역이 아니다. 우주정책은 국가 거의 모든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이 우주정책이 갖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가장 시급한 두 가지 관심사는 코로나19를 다루는 것과 이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루 최대 300만 명에 가까운 백신접종 총력전과 경기부양책, 정부 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미국을 팬데믹 이전의 일상생활로 복귀시켜야 하고 하루빨리 코로나19 종식 선언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 때문에 우주개발 예산배정에 관한 상황은 어느 정부 때 보다 녹록지 않다.
국제 안보환경도 복잡하다. 러시아와 중국의 우주 야망은 점점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1960년대 우주경쟁 냉전 시 보다 심각해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여러 가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선회했지만 이러한 국제 안보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오던 우주안보정책을 무시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정책적 노선도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중심의 경제회복을 외치면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상 최대의 예산 감축을 시도했다. 환경 관련 프로그램 등 NASA의 지구과학 프로그램도 취소 내지 감축했다. 반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NASA 예산을 2017년 196억 5000만 달러에서 2018년 207억 달러, 2019년 214억 달러, 2020년 226억2 900만 달러로 늘려왔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야심 찬 우주계획이며, 2018년 발표될 때는 2028년까지 10년 기간을 잡아놓은 중장기 프로젝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임기 내 성공을 강조하기 위해 인간의 달 착륙 기한을 2024년으로 앞당겼다. 그러나 누구도 2024년까지 인간의 달 착륙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임 행정부가 물려준 골치 아픈 숙제이다.
그의 정치경력과 성향도 중요한 요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에서 수십 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부통령으로 8년간 근무한 인물이며 오랜 정치경력에서 드러난 온건하고 중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또 그는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국제연합과 파트너십 협정을 다루는 데 있어 많은 경험과 배경, 그리고 기질도 가지고 있다. 그는 아젠다를 진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막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의 각종 우주탐사계획을 축소 내지는 취소했다. 대신, 민간분야로 우주개발 주도권을 전환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여 우주강국의 위상을 유지한다는 방침를 세웠다. 즉,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예산과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군사분야의 우주개발보다는 민간분야의 개발을 촉진하고 외국과 협력하여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 중심에 조 바이든이 위치하고 있었다. 워싱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행로가 ‘오바마 2.0’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하다.
이미 대선 공약시 밝혔던 사항과 소속 당의 관심사, 당론, 철학도 정책결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 몇 가지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 환경 감시, 과학 연구역량 강화 등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주탐사보다는 인공위성을 통한 환경변화 연구,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후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 대기오염 방지, 친환경적 에너지의 기술적 혁신, NASA의 지구과학 프로그램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과학정책의 핵심은 과학연구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통해 연구역량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존 우주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국립해양대기청(NOAA), 환경보호청(EPA)의 예산증액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지난 정부가 남겨준 정치적 상황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모습을 남겨주었지만 우주분야에 있어서는 놀라울 정도로 좋은 모습을 남겨주었다. 2024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NASA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스페이스X의 Falcon 9과 Crew Dragon, 보잉의 7인승 우주선 스타라이너 등 민간 우주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화성에서 활약하고 있는 화성탐사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와 화성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국가우주위원회(NSC) 재설립, 우주군 창설 등이 그것이다.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적 지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우주개발 방향과 속도 조절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작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80%가 우주개발이 과학적 탐구에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으며, 78%는 NASA에 대해 호의적이고, 73%는 NASA가 자부심과 애국심에 기여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71%는 NASA는 단지 바람직한 기관을 넘어서 필요한 기관이라고 답했다. 어느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NASA, Space Exploration, and American Public Opinion (https://medium.com/westeastspace/nasa-space-exploration-and-american-public-opinion-139cbc1c6cce)
바이든 행정부의 우주 관련 행보
취임 후 몇 가지 우주 관련 행보를 살펴보면, 우선, 2021년 2월 4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 표명이다. 미국 행정부 교체로 불투명했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대해 백악관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 표명만 했을 뿐 현재 무리하게 앞당겨진 일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음은 트럼프 행정부 우주정책에 대한 연속성 유지 입장이다. 바이든 취임 초기 백안관 내부적으로 약간의 혼란은 있었지만, 2021년 3월 30일 백악관 공보비서는 바이든은 트럼프의 우주정책에 동의하는가 라는 기자 질문에 “과거 정부의 프로그램 유지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라고 대답하였다. 이로써 우주정책은 바이든 행정부가 수용한 몇 개 안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중 대표격이 되었다. 그 세부 사항에는 NSC(국가우주위원회) 유지, 우주군 유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주위원회는 1989년에 제정된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지만 행정부가 바뀌면 신임 대통령은 위원회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는 조지 H.W. 부시, 트럼프에 이어 국가우주위원회를 설치하는 세 번째 행정부가 되었다.
또 다른 중요한 사항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를 개편하면서 이제까지 국가안보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을 공표하는데 사용되었던 국가안보 대통령각서(National Security Presidential Memorandums, NSPMs)와 우주정책지시(Space Policy Directives, SPDs)를 국가안보각서(National Security Memoranda, nSMs)로 통일한다고 발표했다. (단, 정책검토지시 경우는 National Security Study Memoranda로 발표). 이러한 변화는 이제 우주의 문제를 확실한 국가안보문제로 취급하겠다는 의지이며 국가우주위원회는 존재하되 국가안보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로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 민주당 플로리다 상원의원인 78세의 빌 넬슨을 차기 NASA 수장에 지명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넬슨은 하원과 상원에서의 오랜 재임기간 동안 초당주의로 강한 명성을 얻은 직업 정치인이다. 하원 과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동안 1986년 우주왕복선에 탑재체 전문가로 탑승한 적도 있으며 2019년 5월에는 NASA 자문위원에 임명되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넬슨의 친분이다. 그들은 8년 동안 상원에서 함께 일했으며, 넬슨은 2020년 미국 대통령으로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우주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오고 있다. 백악관 집무실 선반에는 달에서 채취한 돌(Moon rock)을 전시했으며, 지난 2월 NASA의 퍼서비어런스 탐사선이 화성에 안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영상과 화성 탐사선 운용팀과 화상통화하며 축하하는 모습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President Joe Biden's redecoration of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cludes a rock from the moon,
shown here on the bottom shelf on Jan. 20, 2021. Alex Brandon—AP
바이든 행정부의 우주정책 전망
이미 앞서 언급했듯이 바이든 행정부는 몇 가지 우주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 표명, 국가우주위원회 유지, 우주군 유지 등이다. 사실, 위 세 가지 우주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았고 회의적인 입장도 많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 산뜻하게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타임라인을 밝히지 않은 것을 보면 2024년 달 착륙 시기를 뒤로 미룰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또한, 바이든의 공약과 민주당의 정책강령 등을 살펴보면 전 행정부의 주요 우주프로그램이 유지는 되겠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성을 판단하기 위한 지구관측위성의 환경감시, 지구과학, 기초과학 연구개발 등으로 관심이 선회할 것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이 회복되면 필요로 할 과학․기술 축적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어려울 때 축적했던 과학․기술이 국제사회에서는 노다지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전략을 종종 구사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우주정책 구사형태는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쯤에 해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의 오바마 대통령은 개혁을 추구하면서도 '초당파주의'와 '타협'을 중시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도 중도성향의 온건파로 타협을 중시하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최근 행보는 무척 과감하다. 2021년 3월 31일 약 2조 2500억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일자리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일자리 투자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계획에 앞서서는 '미국 구조계획'이라 명명한 1조 9000억 달러(약 2150조원) 규모의 부양안을 밀어붙여 통과시키기도 했다. 자신의 중도, 온건, 타협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시대변화에 따른 변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경선승리 인터뷰에서 “팬데믹은 현대사에서 가장 큰 도전”이라며 “루스벨트 시절 대공황과 맞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감성은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라 보인다. 바이든 내각은 더 다양하고 경험이 많은 엘리트 전문가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 시절 관료들을 대거 등용하여 다자 협력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극단적 정치적 입장을 지니지 않고 예측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 론
바이든 행정부의 우주정책이 어떻게 발표되던 그것은 펜데믹 종식과 경제 회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즉, 그러한 양대 고비가 없던 시절보다는 우주정책의 우선순위가 낮아질 것이다.
그동안 추진되어 오던 주요 우주탐사 활동, 우주군의 활동 등은 low-key를 유지하며 진행될 것이다. 대신, 우주탐사 활동보다 예산은 덜 소요되지만 경제가 회복되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갈망하게 될 우주과학 기술을 내실있게 축적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거의 반세기 동안 공직생활을 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역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는 펜데믹이나 경제 회복과 같은 것은 기본이고, 첫번째 달궤도 진입, 첫번째 우주유영, 우주왕복선의 비행 등과 같이 우주로의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였느냐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우주위원회를 유지하고 넬슨과 같은 인물을 NASA의 수장으로 기용하여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