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전쟁을 발명했고, 전쟁은 국가를 탄생시켰으며, 부산물로 인간에게 도덕성을 함양시켰다.  그리고 국가는 전쟁을 수행하는 가장 효율적인 체제이며 따라서 국가는 전쟁을 한다. 

전쟁과 패싸움은 어떻게 다른가? 전쟁도 일종의 패싸움이긴 한데, 반드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수행되어야만 전쟁이다.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굉장히 많고, 어느 하나의 결정적인 정의가 학계를 지배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전쟁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실행되는 패싸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에 두 세력이 서로 사이가 나빠서 원수처럼 지내다가 사소한 시비만 붙어도 곧장 싸움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패싸움이다.  그러나 어느 일방이 상대를 제압하고 노예로 삼아 아예 적을 없애버리고 그들의 영토나 자산까지 꿀꺽할 계획을 짜서 실행에 옮기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부를 만 하다.  전쟁은 반드시 정치적 목적을 가진 매우 이성적 행위이다. (적어도 한 쪽은) 

북한이 도발을 하는데, 이걸 맞장을 떠서 반격하자고 했더니 그러면 전쟁을 하자는 말이냐?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북한이 극도의 긴장관계에 있어서 휴전선에서 사소한 오발 사고도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칫 실수가 절대로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전쟁은 반드시 전쟁을 준비하고(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그리고 기회를 엿보다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되는 시점에 전쟁을 개시하면서 발생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하는 쪽의 입장에서는 그걸 잘 모른다.  

우리 역사는 거의 침략을 당한 역사만 있고, 쳐들어간 역사가 거의 없다보니 전쟁에 대해서 잘못된 정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일촉즉발에 의해서 전쟁은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서로가 사전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전쟁을 역사 속에서 훑어 보면 이 점을 너무나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전쟁은 항상 어느 일방이 일으켰고, 그 일방은 미리 준비를 해 왔던 것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병사들은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 명령이 얼마나 가혹한가하면, 돌격하면 거의 전멸당할 수 밖에 없는 어떤 상황에서도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게 패싸움과 다른 점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는 이것을 연구해야 한다.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군대가 도망가는 군대에 이긴다.  그것은 자명하다.  인류에게 어느 순간 이런 습성이 생성되었다. 언제부터일까? 

나는 그것이 농경사회가 시작된 이후로 생성되었다고 본다.  아마도 수천년전 쯤 농업을 통해서 농작물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을 때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시대는 씨족 사회부터였다. 10 ~ 20 명의 가족 중심의 씨족들은 점점 커져서 수 백명 단위의 부족(거의 혈연관계이지만) 사회로 진화했을 것이고,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많은 부족들이 산재해 있고, 그들의 주거지는 대개 강가인데,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서 농작물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어 다음 해를 생존할 수 없는 부족이 생긴다. 그 부족들은 해산해서 뿔뿔이 흩아지거나 대량 아사를 기록하고 크게 숫자가 준 인구로 다음해를 기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떤 부족은 다른 부족이 수확한 농작물을 강탈하기로 결정한다.  어느 시점부터 부족들 사이에 이런 약탈 강탈이 빈번해졌다.  우리 한국의 유적지를 보면 청동기 시대 (3000 년전 경)에 이런 일이 매우 많았다.  유적지마다 불타서 버려진 집터와 쌀 등이 발견된다. 이는 전쟁을 하고 불태워진 마을들이다.  

진화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쌀 등의 농작물을 강탈한 부족 중에는 다시는 농사를 짓지 않는 부족이 나온다. 다음 해에도 강탈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족은 농사를 짓지 않고 싸움 준비에 몰두한다. 무기도 만들어 보고 화살도 도 개량하고, 활 쏘는 연습도 하고 쳐들어가서 어떻게 제압할 건지 이런 건만 생각하고 준비한다.  그런 부족들이 다른 부족들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지배 부족의 추장의 권력이 커지면서 나중에 왕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고대 국가의 왕들은 전부 (100 %) 싸움을 무지 잘 하는 사람들이다. 활을 잘 쏘는 고주몽이거나 엑스카리버를 휘두르는 아더 왕이거나....  고대 국가 수준까지 가면, 모든 부족들 사이 모두 전쟁하는 참혹한 시대가 된다.  모든 병사가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복종이라는 개념이 생성된다. 복종을 하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고, 복종을 잘해서 공을 세우면 보상도 크다. 부족국가 시대애서 고대 왕권 국가 시대에 사람들에게 충성이라는 덕목이 발생한다.  이 충성의 덕목은 사람을 숭고하게 보이게 만든다.  군대는 극도로 이성적인 조직이고, 끔찍한 고통을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러한 상황들을 겪여 오면서 강인한 정신력, 극도의 이성, 그리고 고민들이 그들의 정신력을 변화시킨다. 

처음에는 왕권에 대한 충성심으로 시작되다가 그것들이 일종의 그 국가 사회의 미덕처럼 여겨지게 되고, 일종의 도덕룰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엄청난 전쟁의 참화를 끝없이 지속한 나라들 대개는 유럽국가들이다. 그들은 거의 1000 년 이상을 전국시대나 다름없는 참혹한 전쟁의 연속이었다. 제 2 차 세계대전까지.   일본은 15 세기 16 세기 참혹한 전국 시대를 겪었고 2 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다.  한국은 한국전쟁을 겪었고... 미국은 여기저기 전쟁마다 다 참가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의 도덕성이 높다는 사실. 

반대로 그런 전쟁이 별로 없었던 아프리카나 남미 국가들의 사람들이 도덕성이 낮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증명해 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