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민석 군사칼럼니스트,
한국 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이 초음속 훈련기를 만들어 수출을 한다는 이야기는 상상 혹은 무모한 계획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T-50 초음속 훈련기가 첫 비행을 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T-50 초음속 훈련기는 국내 전력화 완료 후 대한민국 조종사들의 고등훈련용 항공기로서 임무를 다하고 있으며, 3개국에 수출이 확정되어 우리 방위산업의 신기원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경공격기용으로 개조되어 전투 임무에도 투입 가능한 FA-50도 얼마 전 공군에 인도되기 시작한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신예 전투기와 동등한 성능을 목표로 하는 전투기 개발을 준비하고 또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방산물자 중 초고도의 기술이 들어가는 전투기를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이 그것입니다.

독수리가 아무리 빠르고 멀리 날아갈 수 있어도 사냥감을 포착하고 잡아챌 수 없으면 그것은 독수리라고 할 수 없듯이, 보라매 전투기가 제대로 된 전투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화룡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왜 중요한 지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사격통제계통은 전투기가 실전에서 적기, 혹은 표적과 교전을 하는 것을 책임지는 전자장비들을 일컫습니다. 전투기가 공중전 및 지상 공격작전에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보면 적을 찾는 탐색, 적의 위협이 어떤 것이고 아군기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식별, 어떤 방법으로 적을 공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결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무장을 사용하는 실행 과정으로 나뉘어집니다. 이런 전투기의 교전 흐름을 OODA 주기(Observation-Orientation-Decision-Action Loop)라고 부릅니다. 이 네 단계 중 하나라도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적을 공격할 수 없고, 적에게 역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맙니다.

LIG넥스원은 보라매 전투기가 적보다 먼저, 적보다 먼 거리에서, 적보다 빠르게 공격을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으며, 그 결과 현재 최신형 전투기에만 탑재되는 전자주사식 레이더(AESA)와 지상 표적을 정밀히 탐지하고 공격하는 표적 획득장비(Targeting pod)의 국내 개발을 위한 기술을 대부분 확보하였습니다. 이 두 핵심 장비야말로, 보라매 전투기가 세계 최고의 전투기와 대등한 성능을 가질 수 있는 핵심 조건인 셈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우선 능동 전자주사식 레이더, 일명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에 대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사일이 전투기의 주 무장이 된 후, 60년 간 전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전자장비로 강조되는 것이 바로 레이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전자주사식 레이더는 대체 어떤 레이더일까요? 전문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전자주사식 레이더의 주된 원리인 T/R 모듈(송수신기)의 결합이나 전파 편향 원리 등의 개념은 너무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기계식 레이더 및 AESA 레이더 원리와 가장 유사한 우리 주변의 제품들은 바로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입니다. 레이더는 전파를 발신할 뿐만 아니라 수신도 가능한 반면, 모니터는 발신만 담당하는 점이 다르지만 두 구조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가령 현재 LIG넥스원이 국산화 및 제작 참여를 한 FA-50용 EL/M-2032 레이더나 F-15K의 APG-63(V)1 레이더는 기계식 레이더(MSA, mechanically scanned antenna)로 CRT 모니터와 유사한 하나의 송수신기로 하나의 안테나를 사용합니다. MSA 안테나가 하나이기 때문에, 안테나 뒤에 모터를 붙여 원하는 곳을 비추게 됩니다. 하지만 보라매 전투기에 적용될 AESA 레이더는,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Am-Oled와 같이 작은 LED 수백 개가 모여 영상을 비추듯 수백 개의 송수신 모듈이 결합된 것과 유사합니다. 이 때문에 AESA 레이더는 모터가 필요 없이 레이더 옆 부분으로 순식간에 레이더 빔을 돌리거나, 동시에 여러 곳을 향해 레이더를 비출 수 있습니다.

CRT 모니터와 Am-Oled 디스플레이의 차이처럼, 기계식 레이더에 비해서 AESA 레이더는 고장이 적고, 빠르게 움직이는 표적을 탐지하며, 공중 표적과 지상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거나 탐색과 추적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레이더라면 AESA 레이더가 적을 더 멀리서 탐지하고, 더 많은 숫자의 적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보라매 전투기는 최신형 전투기와 동등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됩니다.

  보라매 사격통제계통에서 LIG넥스원이 강점을 가지는 또다른 장비가 외부장착형 표적 획득장비, 즉 타겟팅 포드 입니다. 레이더로는 지상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정확하게 식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밀하게 표적을 레이저로 지시하는 레이저조사기와 야간 작전을 위한 적외선 카메라를 모아 전투기 기체 외부에 장착하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런 타겟팅 포드는 특히 지상 공격에 매우 중요한 장비로서 적의 장사정포, 방사포, 미사일 발사대 등 아군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는 지상장비들을 공격하는데 유용하게 쓰입니다. KGGB 활공 유도폭탄은 미국의 JDAM 유도폭탄과 비교될 만큼 정확도가 높지만, 적의 정확한 위치를 타겟팅 포드로 알아내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좀 더 개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지만, 꾸준한 기술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타겟팅 포드는 소형 경량화를 통해 보라매 전투기의 내부에 장착될 수도 있습니다.

최신예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이나 닷소 라팔의 경우 ‘PIRATE IR’이나 ‘OSF’라는 이름의 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가 기체 안에 장착됩니다.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서, 공중에 떠 있는 표적을 전파 발산 없이 탐지해낼 수 있습니다. F-35의 경우 EOTS(Electro-Optical Targeting System)를 탑재하여 공대공 표적과 공대지 표적을 동시에 탐지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DAS(Distributed Aperture System)라는 적외선 카메라를 기체 곳곳에 장착하여, 모든 방향의 적 위협을 구별해 내는 대단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언젠가는 보라매 전투기도 예산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런 장비들에 대한 도전도 가능할 것입니다.

  생존계통은 전투 상황, 그것도 적에게 공격을 받는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전투기에 장착하는 장비입니다. 현대적 전투기는 일명 스텔스 전투기라 해서, 레이더 전파나 적외선으로는 탐지를 어렵게 하는 많은 기술들이 있지만, 스텔스 기술에는 두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스텔스 기술은 기본적으로 레이더파의 신호를 줄이거나 반사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적이 어디에서 어떤 레이더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탐지가 될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스텔스 기술은 적의 레이더 전파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비행 경로를 따라 비행해야만 그 성능이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스텔스 기술의 약점을 보완하고, 적의 공격을 극복하는 두 가지 핵심 생존장비를 알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레이더 경보 수신기(Radar warning receiver)는 이름만 들으면 마치 화재경보기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전투기를 향해 조준하는 레이더 전파가 있으면, 이를 알려주기 때문에 절반은 맞는 말이지만, 실제 현대 공중전에서 레이더 경보수신기는 단순한 경고용 장비를 넘어 핵심적인 전자 전투 장비입니다.

보라매 전투기용으로 연구 중인 레이더 경보수신기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으로 적의 위협적인 레이더 신호를 분석하여 조종사에게 알려줄 뿐만 아니라, 각종 방해장비들을 어떻게 언제 작동할 것인지, 적의 정체와 방향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탐지가 힘든 LPI(Low probability of intercept) 레이더 전파 역시 알아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추가적인 개발에 따라서는 레이더 전파를 켜지 않고 적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는, 일종의 센서로도 기능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비가 될 것입니다.

  전자 방해장비는 레이더 경보수신기나 기체의 스텔스 성능에도 불구하고, 적이 결국 보라매 전투기의 위치를 알아내고 미사일 발사나 공격에 들어갈 때, 최후의 수단으로 전투기의 안전을 지켜주는 장비입니다. LIG넥스원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외장형 전자 방해장비인 ALQ-200을 개발한 만큼,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서 전투기에 내장할 수 있는 전자 방해장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자 방해장비는 적의 미사일이나 공격 레이더를 각종 특수 기법으로 무력화시키는데, 특히 LIG넥스원은 전자 방해장비의 성능을 크게 높여주는 디지털 고주파 기억장치(DRFM)를 국산화 하는데 성공하여, 그 어떤 적의 위협에도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상으로 LIG넥스원이 준비하고 있는 보라매 사업의 여러 부분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전투기는 하늘을 높고 빠르게 나는 것, 많은 무기를 싣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투기가 적의 위치와 위협을 알아내고, 적의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는게 중요하고 LIG넥스원은 성공적인 보라매 사업 추진을 위하여 지금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