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뉴스
[LIG넥스원] 김민석의 세계는 지금 PGM 전쟁 중(2)
World Defense Focus
전세계방위사업트렌드를살펴보는전문가칼럼
세계는 지금 PGM 전쟁 중 ❷
기술과 감성으로 무장한 유럽의 PGM
지난 호 근두운에서 이승진 선임연구원이 쓴 ‘알기 쉬운 미사일의 역사’, 기억나시나요?
미사일의 유래와 역사에 대한 그 글을 기억하신다면, 세계에서 ‘미사일’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곳도 유럽이고, 전쟁에서 최초로 사용된 실용 미사일도
유럽의 V시리즈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이번 호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의 PGM을 알아봅니다.
글. 김민석 군사칼럼니스트, 한국 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전통적 미사일 강국 유럽
지금도 유럽의 방산업체들은 미국, 러시아와 차별되는 독특한 PGM(Precision Guided Munition)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소냉전 종결과 유럽 통합 등 군사적 위협이 많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유럽 각국들은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운신의 폭이 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의 방산기업들은 MBDA와 같이 전통적인 이름을 버리고 범 유럽적인 거대 국방-방위산업 연합체로 탈바꿈하고, 해외수출에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령 영국의 BAE SYSTEMS사는 스웨덴이나 미국 등 수출국가에 대한 현지 회사의 인수에 적극적이고, MBDA사의 경우 EU의 외교력을 동원한 국방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유럽제 PGM의 경우 과거보다 위상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신흥 PGM 강자인 이스라엘이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이나 대전차 미사일에서 두각을 보이고, 러시아와 중국은 냉전이 끝나면서 서방 국가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각종 PGM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직도 세계 최고의 PGM 강국임을 숨기지 않고요.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PGM들은 어떻게 발전하고, 또 진화하고 있을까요? 이번 호에 소개할 내용은, 바로 혁신적인 생각을 통해 진화해 나가는 유럽의 차세대 PGM에 관한 것입니다.
스나이퍼와 인포서, 초소형 PGM이 주는 장점
먼저 소개할 것은 MBDA사가 제안한 신개념 보병 유도무기 시스템입니다. ‘CVS-101’이란 이름의 이 무기 체계는, 단일한 하나의 미사일이 아닌 여러 발사 시스템, 조준기, 미사일이 결합된 것입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인포서’(Enforcer) 미사일입니다. 언뜻 보면 현재에도 널리 쓰이는 평범한 대전차 미사일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포서 미사일의 길이는 0.7m, 직경은 80mm, 중량은 3kg 미만입니다. 현대적인 대전차 미사일인 미국의 재블린 미사일의 무게가 12kg인 것을 감안하면 4분의 1 수준이라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인포서 미사일의 성능은 작은 크기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비록 인포서 미사일의 탄두가 중량 1kg에 불과하지만, 대인 및 건물을 공격하는 파편 모드와 장갑차나 전차를 공격하기 위한 대장갑 모드로 나누어져 있고, 발사할 때 사용자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사정거리는 일반적인 대전차 미사일과 같은 ‘직사’일 경우 2.5km이지만, 박격포처럼 높은 각도로 발사될 경우에는 3km까지 사정거리가 연장됩니다.
인포서 미사일과 같이 쓰이는 스나이퍼(Sniper) 미사일은 인포서 미사일보다 더 작은 크기인데, 탄두는 200g에 불과하고 미사일 전체 중량도 1kg를 넘지 않습니다. 가벼운 무게와 작은 크기 덕분에 스나이퍼 미사일은 정말로 ‘스나이퍼’ 같이 보병이 먼 거리의 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습니다. MBDA의 경우 스나이퍼 미사일을 돌격 소총 위에 얹어서 운용하거나, 일반적인 산탄총 크기의 소형 전용 발사기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1,500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서, 먼 거리의 적도 타격이 가능합니다.
보병전투의 개념을 바꾸는 CVS-101 시스템
CVS-101 시스템은 단순히 두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MBDA사는 미래 전쟁에서 병사의 전투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 스나이퍼와 인포서의 발사 보조장비에 큰 혁신을 추구했지요.
‘Thumper’라 불리는 인포서 미사일의 발사대는 3kg 정도로 무게를 억제해서 사용자가 다양한 자세로 견착 사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포서 미사일이나 스나이퍼 미사일을 자동 발사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즉 방어작전에서 병사가 미사일을 한 번에 들고 움직일 수 없지만, 안전한 곳에 미사일 발사대를 장착해서 조준-발사를 가능케 한다는 개념이죠.
‘Spotter’ 탐색기 역시 비범합니다. 현존하는 대전차 미사일의 조준경이 발사기에 붙어 오로지 조준만 하는 것에 비해, 스포터는 자체적인 전원을 가지고 있어 36시간동안 지속 운영이 가능합니다. 최대 500개의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고요. 이것을 이용해서 스포터 감시기는 무인로봇이나 차량에 연결해서 발사할 수도 있고, 적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에 미리 설치해서 배치가 가능합니다.
‘Thinker’ 정보 패널은 CVS-101 시스템에 속한 미사일, 센서, 발사대를 총괄하는, 말 그대로 두뇌 역할을 합니다. 미사일의 발사명령을 내릴 뿐 아니라, 탐색기가 파악한 표적을 모두 종합하고, 지휘체계에 따라 스나이퍼를 든 분대원에게 표적을 지정해 주고 발사 타이밍까지 지정할 수 있죠. 이 때문에 MBDA사는 이지스함의 합동교전 능력(CEC) 같은 거대한 무기의 네트워크가 보병에도 적용되는 것이 바로 CVS-101 시스템이라고 주장합니다.
한 번의 발사로 세 번의 표적을, 페르세우스 미사일
MBDA사의 또 다른 신개념 콘셉트 무기는 CVS-401, 혹은 상상 속의 동물인 페르세우스(Perseus)라 불리고 있습니다. 일단 겉모습과 발표된 자료로는, 현재 RGM-84 하푼과 함께 세계 대함미사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MM-40 엑조세(Exocet)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한 대함 미사일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페르세우스 미사일은 단순히 차세대 미사일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페르세우스 미사일을 장착하게 될 함정의 작전능력 자체를 향상시킨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 가지의 큰 혁신을 미사일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세계 최초로 ‘초음속 스텔스’ 기능을 갖게 될 것이란 점입니다. 이미 러시아의 SS-N-22 선번 미사일이나 일본의 ASM-3 대함 미사일과 같이 대함 미사일이 초음속 비행 능력을 가진 것은 몇 종류가 실용화되어 있습니다. 노르웨이 콩스버그(Kongsberg)사의 NSM(Naval Strike Missile) 같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미사일들도 개발 중이거나 이미 실용화되었고요. 하지만 페가수스 미사일은 램 제트 엔진을 장착해서 마하 3의 고속성능을 달성함과 동시에,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레이더 전파와 적외선을 흡수 혹은 반사하는 특수한 형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음속 대함 미사일은 보통 아음속 대함 미사일보다 3배나 대응하기 힘든데, 여기에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특수한 추력변환 장치까지 장착해서, 마치 전투기의 그것처럼 적의 공격을 피해서 복잡한 기동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AESA(능동 전자주사) 레이더 탐색기를 장착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최신예 전투기에 장착되거나 개량이 예정되어 미래의 레이더로 각광받는 AESA 레이더는 일반 레이더보다 높은 탐색 능력과 동시 표적추적 능력을 가졌습니다. 페르세우스 레이더는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탐색기에 AESA를 적용해서 수상의 표적을 포착할 뿐만 아니라 지상에 있는 지형지물의 표적을 탐색할 수 있고, 심지어는 배의 형상을 사진처럼 정확하게 파악해서 최적의 공격 포인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최신형 전투기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미사일에도 적용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지요.
세 번째로는 독특한 탄두를 들 수 있습니다. 페르세우스 미사일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독특한 탄두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의 탄두는 일반적인 대함 미사일과 같은 철갑 파편 탄두로, 전투함의 선체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나머지 두 개의 탄두는 명중 직전에 미사일에서 분리 되어, 근처의 다른 부분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즉, 페르세우스 미사일 한 발이면 지상에 전개된 세 기의 전차나 진지를 동시에 타격하거나, 전투함의 수직발사기, 기관부, 레이더 부분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것이죠. 강화된 진지나 강한 전투함일수록, 미사일 탄두의 위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페르세우스 미사일은 단순히 동시에 여러 적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적의 피해를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PGM에도 불어온 컨버전스의 바람
지금까지 소개한 PGM들은 당장 실용화가 되지 않지만, 유럽의 방위산업체들이 일종의 개발 목표로 삼기 위해서 설계 중이거나 이미 제작 중인 것들입니다. 하지만 미래 무기답지 않게 야심 찬 신기술을 적용한 것들은 거의 없고, 주로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이나 이미 완성된 기술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가령 인포서 미사일의 다목적 탄두나, 페가수스 미사일의 추진기관은 이미 완성된 에릭스 대전차 미사일이나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의 기술을 적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PGM이 실제로 나온다면, 현재의 전투 모습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합니다. 뛰어난 성능을 만드는 데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전장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PGM이 필요할까?”라는, 실제 사용자의 감성과 필요에 부응했기 때문이지요. 즉, 이런 유럽의 새로운 PGM들은 감성과 기술이 결합된 개념으로 전투에 혁신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런 통섭(統攝), 혹은 컨버전스(Convergence)의 사고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게 녹아 들어 있습니다. 사용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감성을 중시해서 성공한 애플 컴퓨터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제품이 기술과 인간의 감성을 결합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지요. 이제 미래의 PGM도 마치 현대의 스마트폰처럼, 사용자가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찾아보고, 그것을 기술과 연결시키는 것이 개발의 핵심이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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