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 영상의혹 키운 것은 군의 무능함

▶ 국방장관께서는 천안함 사고와 관련된 해병대 6여단 238초소의 TOD녹화영상 때문에 곤혹을 치루었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생각하는가?
- 본 의원이 TOD영상과 관련된 국방부의 대처에 대해서 아직도 무엇이 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추가로 자료요구를 하고 대면보고를 받아보았더니 살펴보면 볼수록 문제가 많았다. 크게 두 가지가 문제이다.

▶ 첫째, 최근에 도입된 단순한 장비의 기능조차 몰라서 필요한 정보를 제때 활용하지 못했다. 2009년부터 운용된 해병대 ‘무적감시체계’사업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고, 그 기능을 활용하지도 못한 채 사고 1주일 이후까지 헤맨 것이다.

▶ 둘째, 아직도 기초적인 사실관계 파악도 안 되어 있고, 보고나 자료제출 공보가 주먹구구식이다. 합조단이 제출받은 것을 본인들이 정밀조사 과정에서 찾아냈다고 브리핑하는가 하면, 세부적인 시각 표현에 있어서 부서 간 혼선이 아직도 지속된다.
- 우리 군은 천안함 사건 이후 ‘고의적이든 아니든’ TOD 영상에 관해 여러 번의 거짓말을 한 셈이고, 그 결과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각종 의혹과 음모론이 퍼져나갈 습지와 양분을 제공하게 되었다.
- 총 4차례의 TOD 영상녹화에 대한 공개과정을 보면서, 과연 우리 국민이 군의 발표를 신뢰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1) 1년 전 도입된 ‘無敵감시체계’, 필요할 때 ‘無力감시체계’
○ 국방부가 최초로 TOD 영상을 공개한 3월 30일, 최초로 VTR 영상이 일부 공개되었다. 이때 공개된 영상은 1분 21초짜리 TOD 녹화분량이었으며, 21시 33분경(TOD 화면표시 시각)에 시작하는 편집영상이었다.

- 이 영상을 공개할 때 국방부 대변인은 “더 이상의 TOD영상은 없다. TOD는 녹화 단추를 눌러야 녹화되는데, (중략) 녹화 버튼을 늦게 작동시켜 녹화되지 않았다.” 라고 발표하였다.

- 군 당국은 TOD의 DVR 자동녹화 기능을 4월 1일 20:00에야 확인하기 시작한다. 이 자동녹화 영상은 4월 7일, 3차 TOD 영상 공개시 최초로 국민에게 공개된다.

- TOD는 90년대 초부터 우리 군에 도입된 장비이다. 그 TOD 영상녹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VTR 녹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녹화장치(DVR) 방식이다. 이 DVR은 해병대가 2008년 말에 전력화한 ‘무적감시체계’의 핵심부분이다.

- 문제는 해병 6여단 238초소에서 TOD의 영상공유 및 저장체계인 DVR의 기본기능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것에서 커진다.

▶ 국방장관과 합참의장께서는 해병대의 무적감시체계, 육군의 TOD 영상공유체계의 존재에 대해서 인지하고 계신가? 언제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 적어도 4월 2일까지는 국방부, 합참의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알거나 제대로 보고한 적이 없다.

- 육군은 2006년도에 TOD 총 355대 중 GP와 GOP 일부지역 TOD 52대에 대하여 광케이블과 DVR등을 이용한 TOD 이중감시체계 사업을 실시하였다. 이 사업결과 육군은 일부 TOD 진지의 영상을 지휘통제실에서 공유하고 DVR에 자동녹화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 해병대는 2008년 7월부터 12월에 무적감시체계사업으로 TOD와 슈미트, 레이더기지의 영상을 원격으로 전송/공유하고 자동 저장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 무적감시시스템에 대한 성능개선이 2010년도 1월 1일부터 7월 12일까지 진행되었다.

- DVR 장치에는 TOD의 영상이 500GB용량 내에서 자동으로 저장된다.

- 해병대에는 67대의 DVR장치가 1년 전에 설치되었고, 6여단 6소초에 무적감시체계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문제의 천안함 영상을 관측 녹화한 238초소 역시 DVR장치가 TOD에 연결되어 있었다.

- 해병대사령부는 “무적감시체계 사용자 교육교재”, “무적감시체계 관리자/사용자 참고교재”를 교육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본 의원도 이 두 교재를 확보하고 있다.

- 2008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 “무적감시체계 운영지침(해병대 사령부)”도 TOD운용부대에 배부되어 있다.

▶ 해병대는 이렇게 불과 1년 전에 18.82억원을 투입하여 ‘무적감시체계’라는 이름으로 영상공유와 자동저장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런데도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천안함 사건의 주요 단서인 TOD영상에 대하여 국방부 대변인이 “TOD는 녹화 단추를 눌러야 녹화되고 그 이전의 영상은 없다.”는 발표를 사고발생 5일 후인 3월 30일에 언급하였다. 당시 군 관계자 어느 누구도 그 발표의 오류를 지적하지 못했다.

- 그 발표가 있은 후 이틀 뒤인 4월 1일 해병대사령부 지휘통신참모처의 황OO상사가 DVR 자동녹화 가능성을 여단 전산실에 조언하고서야 우리 군이 DVR의 자동녹화기능에 눈을 떴다.

○ 238초소의 VTR수동녹화영상이 3월 27일 07시 49분에 합참에 보고된 이후, DVR자동녹화 영상이 4월 2일 11시 30분 합조단 수사관 이OO 준위에게 제출될 시점까지 6일 4시간 사이에(천안함 사건이 발생한지 7일이 지난 시점에) 우리 국방부는 TOD 영상 하나만 가지고도 이미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 전력화 후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DVR의 존재와 기능을 어느 누구도 파악하지 못하고 합참에 조언해 주지도 않았느냐고 의원실에서 질의해 보았다. 이에 해병대에서는 당시 무적감시체계 사업 관여자의 보직이 변경되었고, 2009년 당시의 TOD 반장과 TOD 운용병도 보직변경이나 전역으로 사실파악이 어려웠다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국방부와 합참의 천안함 사고대책반에 참여하였던 고급장교들은 TOD운용을 직접 하는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한 기능(자동녹화)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 상황이 이렇게 꼬이다보니 실제로 해병대 6여단 238초소의 TOD이외에는 천안함 사건관련 영상을 녹화한 것이 없는데도, 언론과 국회의원 등을 통해 제 3의 초소에서 관측한 천안함 TOD영상이 존재하지만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군이 은폐하고 있다는 둥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문 것이 아닌가?

2) ABC를 무시한 공보능력, 의혹을 키우다.
① 기본적 사실관계부터 틀린 상황에서 대언론 브리핑 실시
○ 국방부의 브리핑과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합동조사 과정에서 서버에 저장된 (자동)녹화 자료를 추가 확보함”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의원실 자료요구(7월 15일)에 대한 답변에서도 “해병 6여단 서버에 자동저장 된” 자료로 보고하였다.

- 그리고 4월 8일 국방부 대변인은 자동녹화와 수동녹화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소대원들은 자기들과 관계없이 자동서버에 녹화되는 것을 몰랐다. 자신들이 저쪽 본부에서 저장하고 있는지를 몰랐고, 그래서 본부에 있는 것을 찾아낸 것임”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하였다.

○ 본 의원이 TOD 무적감시체계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본 결과 이와 같은 국방부의 사실이해는 두 가지 면에서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서버에 저장된 것이 아니고, 여단 본부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 무적감시체계에서 서버나 PC에는 자동저장기능이 없고, DVR이 자동저장장치이다. 그리고 국방부 설명처럼 “저쪽 본부에서 저장하고 있어서 소대원들이 몰랐던 것”이 아니고, TOD를 운용하는 238초소에 바로 DVR이 있다. 해당 초소에 있는 DVR로 자동저장되었지 결코 여단 본부 서버에 자동저장된 것이 아니었다.

○ 그리고 238초소에서 VTR로 수동녹화 된 영상의 실제 시작시간을 국방부와 합참의 공보관계자들이 계속 틀리게 보고하고 있다.  지금 현재까지도 국방부의 공식자료에 의하면 238초소 TOD 수동녹화 영상의 시작시각이 계속 오락가락 한다.

- 해병대 6여단 238초소 TOD 화면상의 녹화시작 시각이 21시 23분 47초인데 실제시각은 여기에 1분 40초를 더한 21시 25분 27초이다. 해병대에서 이렇게 보고한 것을 군의 공보부서는 “TOD 화면상 시각이 실제보다 1분 40초 빠르다”고 브리핑에서 계속 공식적으로 언급한다. 사소한 것이지만 장비의 표시시각이 느린 것을 “빠르다”고 표현하고, 그것도 1분 40초가 아니라 2분 40초라고 하는 등,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계속 공보의 혼선이 4월 7일까지 이어진다.

② 여기에 민군합동조사단의 공보방식도 문제였다. 
○ 4월 7일 합동조사단 대변인은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3차 TOD영상 공개하면서, “합동정밀조사 과정에서 전문가에 의해 6여단에 위치해 있는 동시영상체계를 점검 중 자동녹화 된 영상을 발견함”이라고 발표하였다. 이 문장의 주어, 즉 발견자는 합동정밀조사 과정의 전문가이다.

▶ 사고 직후 1주일이 지나도록 TOD를 운용하는 6여단과 해당 초소에서도 발견 못한 것을, 3월 30일 구성된 합조단의 전문가 한사람(국방부 조사본부 소속)이 “영상체계 점검 중 DVR 자동녹화 영상을 발견”할 정도로 합조단은 그토록 전문적인 조사능력을 갖추었단 말인가?

- 분명히 보도자료에 발표된 자동녹화 DVR영상 발견의 주체는 “동시영상체계를 점검 중이던 합조단 전문가”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합조단이 출범 이틀만에 이룬 ‘대 발견’이었다. 동시에 그 TOD를 운용했던 해병 6여단은 바보인 셈이다. 이에 의문을 품은 본 의원이 해병대와 국방부에 자료를 요구해 보니 합조단 대변인의 발표는 틀린 것이었다.

▶ 어찌 6여단 관계자가 뒤늦게나마 발견하여 제출한 것을 “합동조사단의 정밀조사 과정에서 전문가가 발견한” 전리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가?

□전력투자, 첨단전력 획득보다 중요한 것은?

○ TOD영상을 공유하고 자동저장하는 ‘영상공유체계’를 육군이 2006년에, 해병대는 2008년에 도입했으나, 군 관계자들은 가장 필요하던 시기에 1주일 가까이 그 자동저장 기능을 모르고 있었다.

- 우리 군이 매년 방위력개선분야 예산편성 중점으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NCW"수행능력 구축을 위한 지휘통제능력과 감시정찰능력 확대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 군이 추진해 온 C4ISR사업은 44건이고, 이 사업들의 총 투입예산은 3조 130억원에 달한다.

- 이는 이 시기 5년간 방위력개선사업 예산 총 37조 8,874억원의 7.9%에 달하는 예산이다. 가장 조야(粗野)한 수준의 적외선 감시 장비인 TOD의 영상공유체계도 도입한 다음부터는 다들 나 몰라라 뒷전인 상황에서 수십조원을 들여 C4ISR 체계를 발전시킨들 그것들을 적시에 활용하고, 전투력승수효과까지 연결시킬 수 있을까?

▶ 가장 쉽고 간단한 감시자산인 TOD 관련 장비하나 활용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네트워크 중심전 운운하면서 C4I와 감시정찰자산 확보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가?

▶ 국방부 장관, 전력증강에 대한 예산부족을 호소하기 전에 현재 확보하고 있는 장비들의 활용능력을 점검해 보기 바란다.

▶ 다음으로 우리 군은 적과의 전투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대언론 공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사실의 신속하고 정확한 전달이 전투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국방부와 합참의 고위관계자는 유념해야 한다.

○ 아직도 난무하는 천안함 관련 억측과 루머에 생명력을 준 것은 국방부가 자초한 실수들이다. 유언비어가 스스로 고사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군이 더 정직해지고, 더 똑똑해 져서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는 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