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의혹, 군 대처미흡이 키웠다.

 우리 군이 TOD 영상을 공유하고 자동저장하는 '무적감시체계'를 2009년부터 전력화해 놓고도 기본적인 기능을 파악하지 못해 천안함 사고의 의혹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 김장수 의원이 해병대 지휘통신참모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병대는 2008년 7월부터 12월까지 18.82억을 들인 무적감시체계사업으로 TOD(열상감시장비)와 슈미트, 레이더기지의 영상을 원격으로 전송, 공유하고 자동 저장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육군의 경우 이보다 2년 앞선 2006년도에 이와 비슷한‘영상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했다.

 해당 사업으로 해병대에는 서버 4대, PC 119대, 67대의 DVR이 설치되었다. 모든 초소에 DVR이 설치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천안함 영상을 관측 녹화한 238초소에는 DVR이 TOD에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장비보유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3월 30일 최초로 TOD 영상(VTR) 공개 시 “더 이상의 TOD는 없다. TOD는 녹화 단추를 눌러야 녹화되는데, …(중략)… 녹화 버튼을 늦게 작동시켜 녹화되지 않았다.”라는 오류를 저질렀다.

 이후 4월 1일, 2008년 당시 해병대 무적감시체계사업 관계자였던 해병대사령부 지휘통신참모처의 황OO상사가 DVR 자동녹화 가능성을 여단 전산실에 조언하고 합조단에 제출되면서 사건 발생 12일이 지난 4월 7일에서야 TOD 자동녹화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이 때문에 해병대 6여단 238초소의 TOD이외에는 천안함 사건관련 영상을 녹화한 것이 없었음에도 제3의 초소에서 관측한 천안함 TOD영상을 군이 은폐하고 있다는 등의 갖은 의혹을 받았다.

 김 의원은 “무적감시체계 사업으로 도입 후 1년이 갓 지난 이 DVR의 존재와 기능에 대해 약 1주일간이나 어느 누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18.82억을 해당 사업에 투자했는지 모를 지경이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또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틀린 상황에서 대국민 발표를 한 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국방부는 당시 발표를 통해 “합동조사 과정에서 서버에 저장된 (자동)녹화 자료를 추가 확보함”, “해병 6여단 서버에 자동저장 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무적감시체계에서 서버나 PC에는 자동저장기능이 없고 DVR 그 자체가 자동저장장치이다.

 이 때문에 국방부의 당초 발표처럼 “저쪽 본부 서버에서 저장하고 있어서 소대원들이 몰랐던 것”은 사실과 다른 변명이고, 실제로는 해당 TOD를 운용하는 238초소 안에서 DVR로 자동저장되고 있었지만 그 사실조차도 모르고 한 엉뚱한 변명이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우리 군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C4ISR사업 44건에 총 3조 130억원을 투입해 왔다. 지휘통신/감시정찰 자산 중 가장 조야한 수준의 적외선 감시 장비인 TOD의 영상공유체계도 도입한 후부터는 다들 나 몰라라 뒷전인 상황이다. 앞으로 수 십 조원을 들여 첨단 전력체계를 발전시킨들 그것들을 적시에 활용할 수 있겠느냐”면서 “전력증강에 대한 예산부족을 호소하기 전에 현재 확보하고 있는 장비들의 활용능력을 점검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