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겸 한미연합사령관(육군대장)이 지난 6일 주한미군 사전배치 장비 및 물자 철수(감축) 가능성과 관련, “사전배치 프로그램에 따른 전투장비에 대해 다른 대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포트 사령관은 이날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는 찰스 캠벨 미 8군사령관겸 주한미군참모장(육군중장)이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사전배치 장비 및 물자 철수(감축) 가능성을 언급한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일부 철수 또는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러포트 사령관은 “(방위비 분담금 삭감에 따라) 전력(戰力)과 사전배치 물자, 지휘통제 장치 등에 대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전투준비태세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삭감을 이유로 한국인 근로자 1000여명 감원은 물론, 일부 장비 및 물자, 탄약의 철수(감축)를 강력히 시사해 파문을 일으킨 캠벨 8군사령관 발언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특히 캠벨 사령관의 직속 상관이면서 주한미군 최고 책임자인 러포트 사령관은 사전배치 장비 철수(감축)에 따른 대안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장비 감축을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일부 한국군 관계자들은 일부 장비 및 물자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철수했다가 전쟁이 발발하면 다시 한반도로 운반해와야 하는데 미국이 그렇게 이중부담이 갈 일을 하겠느냐”며 “캠벨 사령관의 발언은 협상용일 것”이라는 견해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실제 실현되는 쪽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사전배치 장비는 유사시 대규모 미 증원군(增援軍)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에 대비, 이동시간 및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영남지역 등에 배치해 놓은 것입니다. 전차,장갑차, 자주포, 각종 차량 등 수천대의 장비로 구성, 1개 중(重)여단급 이상의 장비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비 감축에 따른 대안이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러포트 사령관은 또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방위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군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습니다. 한국의 협력적 자주 국방 지원 의사도 밝혔습니다.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한반도 방어는 점차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맡고 미군은 보조적 역할을 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과 같은 맥락입니다.

주한미군의 지역 역할 확대를 의미하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한국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러포트 사령관은 “전략적 유연성은 미군을 신속하게 전개해서 전력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훈련장 잠식이 한미 연합군에 대한 최대의 도전이라고 밝힌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그는 “최신예 기술과 장비가 있어도, 운용할 기회가 없으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훈련장을 사용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훈련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러포트 사령관은 물론 한미동맹의 견고함과 분담금 삭감이 대북 억지력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의 공식적인 언급과 같은 맥락인데요, 한미 관계가 껄끄러워진 것으로 알려진 요즘 분위기에서 얼마나 미측의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는 육해공군 및 해병대 예비역 장성 약 200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