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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C 해상초계기 5시간 동승기

  작성자: 유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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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5-03-28 09:54:34


지난번에 말씀드린대로 지난 2월28일 P-3C 해상초계기를 타고 5시간 동안 동승비행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기고 관계로 글을 올리지 못하다가 지난주 주간조선에 동승기가 게재, 이제서야 관련 글을 올립니다.

P-3C 승무원들의 고생은 직접 동승해보지 않고는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저도 직접 타보기 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비행 당시 NLL 남쪽 양양 인근 해안에서 소노부이를 직접 투하하고 북한 해안의 경비정도 레이더로 잡아내는 등 흥미로운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주간조선에 게재된 제 기사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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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부이(Sonobuoy·음향탐지 부표) 드랍 다운(drop down)! 다운, 다운, 다운”
지난 2월28일 오전 11시20분쯤 강원도 양양 동쪽 27㎞,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45㎞ 해상. 비행고도 200로 낮게 날고 있던 해군 6전단 소속 P-3C 해상초계기의 전술통제관 박용갑(朴容甲·37) 소령이 소노부이 투하를 다급히 명령했다. 소노부이는 청음기와 무선송신기를 내장, 잠수함 탐지와 위치 확인에 널리 활용되는 장비.

탐지 방식에 따라 능동형(active)과 수동형(passive) 두가지로 나뉜다. 능동형은 소노부이에서 소리를 내보내 잠수함 등으로부터 반사되는 음향을 탐지하는 방식이고, 수동형은 잠수함, 수상함정의 스크류 등으로부터 나오는 소리를 조용히 듣는 방식이다. 1개당 가격이 능동형은 90만원, 수동형은 45만원이다.
이날 투하된 것은 값싼 수동형. 총 8개의 수동형 소노부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P-3C 기체 밑에서 떨어져 나와 낙하산에 매달린 채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박 소령은 “지난 98년 속초 앞바다에 침투했던 북한의 유고급 잠수정 침투 가능성에 대비해 투하한 것”이라며 “관련 첩보가 있으면 침투 예상 해역에 종종 소노부이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바다 속에 청음기를 내린 소노부이는 각종 소리를 잡아 실시간(實時間)으로 P-3C기로 보냈다. 소노부이는 30분~8시간 가량 바다 속의 소리를 잡아 P-3C로 보내줄 수 있다. P-3C에 탄 2명의 음향 조작사는 소노부이가 보내온 물속의 소리를 정밀 분석했으나 북한 잠수함 소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 해군 함정 및 민간 어선 소리로 추정되는 소리들만 나타났다.
소노부이 등이 탐지한 소리 가운데 잠수함 소리를 가려내는 일은 고도의 숙련도를 요한다.
동해엔 화물선과 어선 등 수상 선박의 소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수온·해수(海水)의 밀도 등에 따라 소리가 굴절·산란되는데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돼 수중에 자주 생기는 물덩어리인 ‘수괴’(水塊·water mass)에 의해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음파를 쏜 뒤 그 반사파로 적 잠수함 위치를 파악하는 능동형 소나(수중 음파탐지장비)는 이 ‘수괴’를 만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동해는 ‘잠수함 천국’으로 불린다. 한 해군 관계자는 “온갖 잡음 속에서 잠수함 소리를 찾아내는 것은 시끄러운 디스코 텍에서 헤드폰을 끼고 명곡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소리가 물속에서 휘어져 바로 위에 선박이 있는 것을 모르고 잠수함이 부상하다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P-3C는 이어 NLL 남쪽 약 20㎞ 수역에서 NLL을 따라 나란히 비행하면서 북한쪽 수역을 기수(機首)에 있는 레이더(AN/APS-137)와 적외선 열상장비(IRDS) 등으로 감시했다. 레이더는 300여㎞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포착할 수 있어 북한쪽 수역을 감시하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특히 이미지 모드(image mode)도 있어 개략적인 형상까지 잡아낼 수 있다.
NLL을 따라 30여분간 비행하면서 P-3C는 비행 고도를 150~200로 더욱 낮게 유지했다. 북한의 구 소련제 SA-5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서다. SA-5는 사정거리 250㎞로, 전세계 지대공 미사일중 사정거리가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P-3C의 레이더는 비행기에서 100여㎞ 떨어진 북한 장전항 앞 14㎞ 해상에 떠있는 북한 함정을 잡아내 희미한 형상을 콘솔에 나타냈다. 노련한 P-3C 승무원은 이 배가 사리원급(250급) 경비정임을 곧바로 식별해냈다.
P-3C는 잠수함을 잡는 것이 주목적. 하지만 최신 레이더와 전자전(電子戰) 장비 등을 활용, 정보수집과 구조·구난, 마약단속을 비롯한 해양 감시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지난 1월20일 우리 화물선이 북한 수역에서 침몰했을 때에도 P-3C는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큰 활약을 했다. 마침 동해 NLL 인근을 비행하던 P-3C가 화물선 인근의 러시아 선박이 구조 활동을 하는 것을 레이더 등으로 파악한 뒤 러시아 구조선과 교신에 성공, 이 사실을 해경에 알려줘 해경 구조 작전에 큰 도움을 준 것.

NLL을 따라 30여분간 비행한 P-3C는 기수를 남동쪽으로 돌려 울릉도와 독도를 향했다. 일본의 순시선이 독도 인근에 자주 출현, ‘무력시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올들어 일본 순시선은 2월 말까지 모두 여섯 차례 독도에 나타났다. 12시30분쯤 구름에 뒤덮힌 울릉도를 통과한 P-3C는 15분 뒤 잔설(殘雪)이 남아 있는 독도 상공에 도착했다. 인근에 일본 순시선이 없음을 확인한 P-3C는 다시 기수를 남서쪽으로 돌려 부산 앞바다를 거쳐 제주도 북쪽 해상을 향했다.

이 수역에선 국적 불명의 미확인 선박이나 간첩선 공작모선 등을 추적, 확인하는 것이 주임무였다. 화물선 등이 환경오염 물질을 바다에 버리는 것도 감시한다. P-3C는 이를 위해 수상한 선박이 보이면 비행 고도를 최저 60까지 낮춰 선회 비행하면서 눈으로 확인한 뒤 다시 고도를 높였다.
제주도 북쪽 70㎞ 해상에서 다시 기수를 북쪽으로 돌린 P-3C는 이륙 5시간만인 오후 3시30분쯤 해군 항공부대인 6전단 포항기지에 착륙했다. 이날 P-3C가 비행한 거리는 한반도 길이의 두 배 가까운 1800여㎞. 임무 성격상 5시간 내내 낮은 고도의 비행을 지속, 난기류를 만난 것처럼 기체(機體)가 끊임없이 흔들렸다.

지난 1995년 P-3C가 도입된 이래 훈련이나 견학 목적이 아닌 작전임무 비행에 있어선 처음으로 전(全) 비행을 동승 취재한 기자는 자갈이 많은 비(非)포장도로를 계속 주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10명의 승무원들은 비행중 밥을 제대로 먹기 힘들어 만성적인 위장, 척추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유일한 P-3C 여성 승무원인 이지연(李智臙·26) 대위는 “힘들지만 매일 최일선에서 총성 없는 ‘실전(實戰)’을 치르는 거의 유일한 부대라는 자부심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실제로 P-3C는 지난 10년 동안 ‘총성 없는 전쟁’에서 보이지 않게 큰 기여를 해왔다. 해군 함정이나 섬·해안에 있는 레이더가 놓친 북한의 표류 소형 선박을 발견, 작전부대에 알려준 경우도 적지 않다. 97년11월엔 서해 소흑산도 근해에서 중국의 밍급 잠수함을 발견, 11시간35분 동안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잠수함 잠망경으로 보이는 수상 물체를 발견했다는 어민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P-3C는 물 속에 숨은 밍급 잠수함 인근에 소노부이 등을 투하, 결국 물 위로 끌어냈다. 잠수함은 물 속에 숨는, 은닉성이 생명으로 물 위로 부상하면 상대방에게 ‘항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1년6월 북한 상선 영해침범 사건 때 대한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북한 상선을 처음 발견, 계속 추적한 것도 P-3C다.

그러나 임무 소요에 비해 P-3C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6전단이 보유한 P-3C는 총 8대. 앞으로 8대가 추가 도입되지만 이보다 많아야 동·서·남해를 24시간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P-3C 부대를 지휘하는 6전단 613 대대장 심재옥(沈載玉·44·해사38기) 중령은 “임무 특성상 낮보다는 밤에 장시간 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악천후가 잦은 겨울철 야간비행은 위험하다”며 “임무 소요에 비해 P-3C가 부족, 근무 강도가 높은 것도 어려움”이라고 전했다.

P-3C는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해상초계기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 15개국에서 460여대가 운용되고 있다. 미국이 240여대로 가장 많고 일본이 100대로 두번째다. 1958년 처음 개발된 구형기이지만 계속 개량이 이뤄졌다. 한국 해군이 95~96년 도입한 업데이트-Ⅲ형(8대)은 1984년 개발된 것이다.
레이더, 소노부이, 자기탐지기(MAD) 등으로 물 위의 선박이나 물 속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하푼 대함미사일, 어뢰(MK-44, MK-46) 등으로 함정이나 잠수함에 대해 공격까지 할 수 있다. 기뢰 부설도 P-3C 임무중의 하나다. 어뢰 4발을 장착하면 15시간, 하푼 대함미사일 2발을 장착하면 14시간을 계속 비행하며 체공할 수 있다. 승무원은 보통 10명이다. 유기적인 팀웍으로 5~6시간 이상 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조종사 2명외에 전술통제관, 항법통신관, 음향조작사(2명), 기관조작사, 비음향 조작사, 무장조작사, 전자조작사 등이 있다. 전술통제관은 미사일이나 어뢰 공격 등 각종 상황에 따라 승무원을 통제하고, 임무 녹음, 자기 테이프 기록 등을 책임진다. 항법통신관은 현 위치 및 항적을 정확히 기록하고 지휘 통신망을 유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6전단 P-3C 대대의 유일한 여군 장교인 이지연 대위가 이 항법통신관이다. 음향조작사는 소노부이 등으로부터 탐지된 음향을 분석, 적 잠수함인지를 가려낸다.
우리 해군의 P-3C는 95년11월부터 해상 초계작전에 투입된 뒤 98년엔 환태평양 해군 합동훈련인 RIMPAC에 참가하는 등 국제적인 경험도 쌓고 있다.

댓글 4

  • 윤종대 2005-04-12 추천 0

    회원가입해도 쓸 말이 없군여... ㅎㅎㅎ. 걍 보고 즐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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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성민 2005-04-05 추천 0

    초보라서 딴지걸 게 이것 뿐입니다만 RINX가 아니고 LYNX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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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표 2005-03-29 추천 0

    생각보다 투하되는 능동/수동 형 소나 가격이 많이 저렴하네요..
    이 기종 들어오고 나서 미국이 해외에 수출시 능동형 소나의 경우 1기당 자동차 1대값=1000만원..이라고 해서 워낙 고가인 관계로..해상 투하가 곤란하다는 말도 있엇고..
    AN/APS-137레이다 탐지거리가 300km나 된다는 것..20년 가까이 알 수 없던 부분인데..여기서 소개되는군요..(그럼 EH-101의 대수상 레이다의 경우 최소 200km ,RINX라면 100km이상은 된다고 추정됩니다..)
    생각보다 좋은 자료 얻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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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상우 2005-03-28 추천 0

    단편 소설을 읽는듯한 기분이었습니다.평상시 p-3c가 하는일이 여러분야 였군요.좋은 내용 얻어갑니다.유기자님 다른 체험기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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