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이명박 정부 시절 이 대통령이 군과 방위사업청 수뇌부가 모인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다. '무기 도입 커미션 20%'는 그 뒤 이명박 정부의 무기 도입 및 방위산업 개혁 의지를 상징하는 말처럼 됐다. 감사원은 물론 검찰까지 동원돼 방산업체와 무기 중개상, 군 관계자들의 비리 의혹을 샅샅이 훑었지만 '무기 도입 커미션 20%'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행에 따라 무기 도입 계약 규모의 1~5% 미만 수준인 커미션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기 전투기(F-X) 사업 등 1조원 이상의 대형 무기 사업에선 커미션이 1% 미만으로 파악됐다. 무기 도입 및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와 선입견을 갖고 군 및 방산업체 종사자들을 매도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실제로 대다수 방사청 등 군 무기 도입 관계자와 방위산업 관계자는 묵묵히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우리나라 방산 종사자들은 3만명이 좀 넘는 수준인데 이 중 연구 개발 인력은 26%에 이른다. 제조업 평균 연구 개발 인력 비중 8.9%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방사청 관계자 중에도 업체 관계자들과의 가벼운 식사 자리도 사양하며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군 무기 체계 부실·불량 및 비리 사례는 윤 일병 폭행 사망 등 군 기강 사건과 함께 군에 대한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군 무기 체계 부실 문제는 '연례행사'처럼 드러났지만 최근 사례들은 더 악성(惡性)이라는 게 문제다. 2006년 방사청 창설 이전에는 무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군 고위층의 권력형 비리가 많이 발생했다. 그러나 방사청 창설 8년 차에 접어들면서 실무 담당자들의 실무형 비리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 방산 전문가는 "실무형 비리는 생계유지와 관련돼 있어 이른바 '군(軍)피아' 및 방산업체를 상대로 한 유착 관계가 권력형 비리보다 더 끈끈하고 강력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서류를 조작해 2억원짜리 구형 수중 음파 탐지기(소나)를 41억원짜리로 둔갑시켜 이번 국감에서 집중 질타를 받은 해군 통영함 비리 사건이 그 상징적인 예다. 범행의 주역 두 사람은 같은 사관학교 선후배 사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대령급 이상은 퇴직한 뒤 2년 동안 업무와 관련된 사기업 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전역(轉役) 직후 이들을 방산과 무관한 계열사에 편법으로 위장 취업시켜 방산 관련 일을 하도록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를 막으려면 무기 체계 부실·불량을 예방할 제도적 개선책과 함께 다각적 특단 비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무기 사업 관련 군 기밀을 유출하거나 뇌물을 받는 등의 비리에 대해선 전 재산을 몰수당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정도로 강력한 처벌과 감사원·기무사 등의 감시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무기 도입 분야 관계자들의 전역 후 안정적 생활 보장에 정부가 나서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군피아 등 '끼리끼리' 문화를 견제하기 위한 방사청 등의 문민화 강화도 대책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