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프리미엄 조선 코너에서 시리즈로 게재하고 있는 '유용원 기자가 겪은 국방장관' 세번째로 김태영 전 국방장관을 다뤘습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등 우리가 정말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북한의 도발을 겪었던 분이지요.  관련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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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 기자가 겪은 국방장관들③

고아출신 김태영: 자수성가했으나 北도발로 물러난 悲運의 장관

유용원  논설위원

정치부 군사 전문기자

 천안함 사건 후 국회의원들에 시달리자 김 장관 부인 "여성의원들 직접 혼내주고 싶다"

3개월마다 500km 뛰었던 마라톤맨

“제일 중요한 것은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서 타격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미사일 방어대책을 강구해서 핵이 우리 지역에서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2008년3월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는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김학송 의원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국방부에선 군 수뇌부가 당연히 할 수 있는 발언으로 받아들였지만 일부 언론이 이를 ‘선제타격 발언’으로 확대 해석해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북한은 사흘뒤인 3월29일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김영철 중장 명의로 김 합참의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 사과와 취소를 요구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김 합참의장 내정자의 국회청문회 발언은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핵 억제를 위한 일반적 군사조치 개념을 언급한 것일 뿐 선제공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2008년 3월 28일 오후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한미합동참모의장 이·취임식. 이상희 당시 국방부장관이 김태영 신임 합참의장에게 깃발을 수여하고 있다. 요즘은 북핵 위협에 대한 대책으로 ‘킬 체인(Kill Chain)’이 공식화된 뒤 군 수뇌부가 공공연하게 “유사시 선제타격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당시 김태영 의장의 발언은 남북관계를 중시했던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의 발언이 논란이 된 뒤 김 의장은 상당한 강골(强骨)로 비쳐졌다. 그렇지만 실제는 보스형이라기보다 합리적인 정책형에 가깝다는 게 군내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는 국방부 정책기획국 차장(준장), 정책기획관(소장), 국제협력관(소장) 등 한미관계와 국방정책을 다루는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경기고 출신으로 재수해 육사 29기로 입교한 그는 이명박정부 첫 합참의장이자 창군 이래 최초의 포병 병과 출신 합참의장이 됐다.

1년6개월 뒤인 2009년9월23일 오전 8시 국방부 연병장에선 김태영 합참의장 이임식과 전역식이 열렸다. 그는 이날 41년(육사 포함) 동안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불과 1시간 뒤인 오전 9시 국방부 대강당에서는 제42대 김태영 국방장관 취임식이 열렸다. 김태영 장관은 합참의장 이임식 때 입었던 국방색 육군 정복을 벗고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이례적으로 합참의장에서 국방장관으로 바로 ‘직행’함에 따라 벌어진 일이었다. 장관 청문회에서 그는 재산이 7억원으로 비교적 적었고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무결점’ 후보자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이 발생하면서 김태영 장관은 근래에 유례를 찾기 힘든 ‘비운의’ 국방장관이 됐다. 2010년3월26일 천안함 폭침사건 당일 보고 과정의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를 받아 비판을 받았고, 국회에선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계속 시달려야 했다. 일부 여성의원들이 그에게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하자 김 장관 부인은 사석에서 측근에게 “자다가도 분해서 벌떡 일어난다. 내가 직접 국회에 가 여성의원들을 혼내주고 싶다”는 얘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4월 19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천안함 관련 현안보고 후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그해 11월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은 김 장관이 1년2개월여만에 하차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군 수뇌부는 북한 추가도발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해왔던 터여서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은 호된 질타를 받았다. 특히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하는 공습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군에 공습을 지시했으나 김 장관 등이 유엔사 교전규칙 등을 내세워 공습을 반대해 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전 장관은 최근 이의 진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과 옛 부하가 진실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일절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며 말문을 닫았다.

군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어떻게 통수권자가 부하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가”라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소식통들은 이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공습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적어도 포격도발 당일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뒤엔 공습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뒤여서 타이밍을 놓친 상태였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퇴임 후 측근에게 연평도 포격도발 대응과 관련해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단호한 대응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당시 공습을 했으려면 우리 전투기가 북한 SA-5 장거리 대공미사일(사거리 250㎞) 공격을 받을 가능성, 북한이 우리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탄도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서울에 쐈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런데 국민이 과연 이를 용납할 수 있었을 것인가. 단호한 대응에는 확전에 따른 피해를 각오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합참이 공개했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사진./뉴시스 제공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내가 전투기를 여러 번 타봐서 알지만 수십㎞ 떨어진 곳에서 작은 해안포를 쉽게 찾아내 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안포 등을 때리려면 평상시 타격목표가 지정돼 있고 훈련이 돼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엔 우리 군에 그런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청와대와 군 사이에 벌어진 일의 진상은 관계자들 증언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앞으로 철저한 진실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월 물망초인권연구소 조찬 세미나에서 “미국은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해 우리를 쉽게 돕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군이) 전쟁을 할 수 있을만큼 준비해야 북한의 국지도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후 우리 군에선 미 항공모함 전단의 급파를 요청했지만 미국 측에선 사태 악화를 우려하며 우리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으로 경질된 김태영 장관은 2010년 12월4일, 동갑내기이지만 육사 1기 선배인 김관진 장관에게 바통을 넘겨준다. 김관진 장관과 그는 같은 독일 유학파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육사 2년차인 1969년과 1970년에 독일 육사로 유학을 가 3년간 수학했다. 당시 육사 기수 중에 1명만 선발해 독일로 유학을 보냈기 때문에 두 사람은 2년 동안 이국 땅에서 동고동락한 셈이다.

합동참모본부의 핵심 직위인 작전본부장은 김관진 장관이 먼저 했다. 합참의장도 김관진 장관이 2006년 11월부터 수행하다가 2008년 3월 김태영 전 장관에게 물려줬다. 김태영 장관은 퇴임사에서 “다행인 것은 사관학교 시절부터 군 생활 내내 저의 든든한 조언자였던 김관진 신임 장관이 국방의 책임을 인수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3년 12월 30일 서울 국방부 육군회관에서 김태영 한민고등학교 이사장(전 국방부장관·왼쪽)이 천안함 전사자 고(故) 남기훈 원사의 맏아들 재민(15)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현역 시절 부하들과의 스킨십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병사가 전역하면 빼놓지 않고 회식자리를 마련할 정도였다. 23사단장 시절인 2002년 태풍 '루사'로 강원도가 큰 피해를 입었을 때 김 의장은 2주 동안 공관에 들어가지 않고 장병들과 함께 숙식했다.

그는 '마라톤 맨'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현역 시절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30분 이상 뛰면서 3개월마다 500㎞ 이상을 채웠다. “군인은 전투를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다섯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고1 때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고아가 됐지만 역경을 딛고 경기고와 육사에 입학한 사실이 최근에야 알려지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최근 국내 첫 군인자녀 기숙형 학교인 한민고 이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바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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