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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리포트> 한미 연합훈련 중단의 진짜 문제들

  작성자: 유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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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6-25 08:22:53

 

[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 한·미 연합훈련 중단의 진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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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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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포항신항에서 2018 한·미 연합훈련을 마친 해병대 장갑차가 부대로 복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투 동원 태세에 따라 갱도나 전투진지에서 며칠 밤을 새는 것은 기본이고, 하룻밤에 백리행군을 하고, 쉴 때에도 신발도 벗지 못한 상태로 쪽잠을 자야 했다.”
   
   몇 년 전 한 북한군 장교 출신 탈북자가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될 동안 북한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다. 이 탈북 장교뿐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에 ‘비상’을 걸어 북한군과 주민,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쳐왔는지 증언하는 탈북자들은 많다. 훈련기간 중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어 오히려 한·미 훈련이 기다려졌다는 역설적인 증언까지 나올 정도다. 북한이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이유다.
   
   이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한·미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 및 이행을 촉진시킨다는 명분으로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한·미 군당국은 지난 6월 19일 오는 8월로 예정됐던 프리덤가디언 연합 연습을 ‘유예(suspend)’, 즉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것은 1992년 ‘팀스피릿’ 중단 이후 26년 만이다.
   
   프리덤가디언 연습은 매년 8월 하순 실시돼온 UFG 연습의 일환이다. UFG 연습은 정부 차원의 을지 연습과, 한·미 양국군 차원의 프리덤가디언 연습으로 구분돼 실시된다. 보통 을지 연습을 4일가량 한 뒤 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여기에 1주일가량을 추가해 총 2주 가까이 실시된다.
   
   을지 연습은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민·관·군 합동 대응 훈련이다. 민방공 대피 훈련, 주요 시설 방호 및 피해시설 긴급 복구, 인명 방호 훈련 등으로 진행된다. 북한이 전면 남침할 경우에 대비한 방어 훈련의 성격이 명확한 것이다.
   
   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실제 병력과 전투장비 투입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시되는 지휘소 훈련(CPX·모의전쟁 훈련)이다. 북한의 전면 남침에 대해 일단 방어한 뒤 북한 지역으로 반격해 올라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의 핵공격보다는 재래식 전면 공격 대응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이번에 중단이 결정된 것은 군 차원의 프리덤가디언 연습이다. 나머지 을지 연습에 대해 정부는 아직 중단을 공식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을지 연습 중단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논의 중”이라며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판을 깨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을지 연습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UFG와 함께 3대 한·미 연합훈련으로 꼽히는 키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의 중단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내년 3~4월 실시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선의의 대화가 계속되는 한’ 연합훈련은 중단한다는 게 한·미 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들 연습 또한 중단 가능성이 높다. 이들 훈련은 한·미 연합작전계획 5015를 연습하는 게 주 목적이다.
   
▲ 지난 5월 한·미 공군 연합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에 참가한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photo 뉴시스

   
   주한미군 무용론, 철수로 이어지나
   
   작계 5015는 북한의 핵탄두미사일 발사 직전 선제타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핵공격보다는 재래식무기 위주의 전면전 대응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상당히 진전된다 해도 북 재래식무기 군사위협이 줄지 않는 한 이런 훈련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비핵화 협상카드가 돼버린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아직 본격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어적 성격의 한·미 연합훈련만 줄줄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실효성 논란이 있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조치 외에는 아직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조치를 언급했다지만 6월 21일 현재까지 이를 행동에 옮겼다는 징후는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끌 경우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계속돼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럴 경우 핵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도 전개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핵과 무력 도발에 대한 최대의 억지 전력을 우리가 더 이상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주한미군 무용론을 불러 미군 감축·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합동 훈련 대신 부대별, 군별 위주의 중·소규모 훈련만 할 경우 주한미군이 2만8500명이나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한·미에서 동시에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큰 진전이 없더라도 판문점선언을 근거로 연합훈련 중단을 계속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언론 기고를 통해 “판문점선언 2조1항은 남북 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약속하면서 적대행위의 개념을 육해공의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의 근원이 되는 행위로까지 확대했다”며 “그럼으로써 북한이 그간 군사적 긴장 조성을 넘어 북침 전쟁연습으로 매도해온 모든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할 근거와 명분을 만들어주었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북한이 만약 판문점선언에서 사용한 적대행위의 개념을 대북 안전보장에 원용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이는 한·미 양국으로부터 연합훈련 영구 중단 약속을 받아내는 셈이 된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에 대한 미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합훈련과 주한미군을 동맹이 아닌 돈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막대한 돈이 들었는데 이를 중단함으로써 많은 예산을 절감하게 됐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미 CBS 보도에 따르면 시간당 B-1B 폭격기는 9만5758달러(약 1억868만원), B-2A 스텔스 폭격기는 12만2311달러(약 1억3649만원), B-52H 폭격기는 4만8880달러(약 5455만원)가 각각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CBS는 이들 3개의 전략자산이 각각 괌 등으로부터 한반도로 ‘13시간의 왕복 비행’을 할 경우 총비용은 347만337달러(약 38억7289만원)가 든다고 전했다.
   
   한·미 연합훈련의 경우 소요되는 비용이 UFG 등 3대 훈련이 연간 700억~800억원, 20여개의 중소 훈련까지 포함하면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19년도 미 국방예산 6811억달러(약 760조1076억원)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인 셈이다. 북한의 집요한 무력화 전략과 ‘골수 사업가’ 미국 대통령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한·미 안보동맹이 연합훈련이라는 기초부터 허물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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