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대한민국 전투조종사 김일환 소령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퍼가실려면 리플좀 다시고 퍼가세요

출처:이글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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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7개월의 블랙이글 R/H WING 위치를 후배에게 맡기고

나는 작년 늦은 가을 그렇게 원주를 떠나왔다.

내가 택한 길은 F-16.!!!

내 이름은 'F-16 신예기 선발과정'의 명단에 올라있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항공생리훈련'이 나에겐 커다란

관건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훈련과정 중에서도'9G 완가속'과 '9G 급가속'

의 과정이 '나' 뿐만 아니라, 선발과정에 입과한 모든이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제껏 3년마다 찾아오는 항공생리 훈련에서 나는 매번 입과하여

순조롭게 이수한 적이 없었다. 말이 훈련이지 나에게 있어서 이과정은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이 아닐 수 없었다.

내몸이 선천적으로 중력 가속도'G'의 내성에 약한 것일까..??

아님, 가속도를 견뎌야하는 호흡법인 'L-1 기법'의 요령이 부족해서일까.

네차례의 항공생리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매번 7.33G에 두번의

의식상실, 세번째 통과하는 일정을 되풀이 하곤 했다.

따라서, 이번 9G의 영역은 그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아마, 곤도라(가속도 훈련장비) 탑승횟수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가속도 담당 훈련교관도 나만보면 "이번엔 준비 되셨습니까?"라고 말을

건넬 정도니......

어쨌든 항공생리 과정에 입과하기 위해 짐을 꾸려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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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9G..!!!

중력 가속도에 대한 인간의 한계를 측정이라도 하듯, 신예기 탄생에

발맞추어 그렇게 그렇게 중력 가속도(G)도 발맞추어 높아가고만 있었던

것이다. 9G 이상을 요구하는 전투기가 앞으로 나올까 하는 의문을

던지면서.........................................................

인체에 미치는 가속도에 대한 연구발표에 따르면 인간은 3G의 영역

에서도 의식상실을 초래하며, 미군 조종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G ~ 5G 영역에서도 GRAY OUT(뇌와 시신경에 혈액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야협소 현상이 나타나는 상태, 즉 의식상실 이전단계)

단계를 넘어 BLACK OUT(GRAY OUT단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의식상실의

단계)에 진입하여 의식상실을 경험한 조종사들도 상당수가 된다고

보고된바 있다.(물론 10G, 11G를 견디는 조종사도 있지만.......)

또한 무방비 상태, 즉 G 노출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하지않은 상태에서는

낮은 영역의 G(3 ~ 3.5G)에서도 의식을 잃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공중 전투상황에서, 'G'의 흐름을 참아내면서 적기와

교전해야 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평소 G에대한 내성을 길러야 하며

또한 이러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자신이 조종하는 항공기가 요구하는

최대 G 제한치에 패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종의 대응방법이나 기술이 필요하며, 바로 이것이

몇가지 방법중에 주로 이용되는 'L-1 기법'이라는 호흡법인 것이다.

즉, 인체 사지에 한껏 힘을 줌과 동시에 아랫배(복부)에 힘을주어

유지하고, 숨을 들이마신 후 "읍(흡)" 소리내어 숨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게 구강을 닫아 약 3초간 유지하며, 이후 짧게 숨을 내쉬었다가 이내

들이마시며 동일한 요령으로 계속해서 호흡을 지속해 나가는 기법이다.

(숨을 참으면 얼굴이 붉어지고 눈동자에 핏기가 서려지는 현상을 모두들

경험해 보았을 것임.).....이것이 바로 머리부분(뇌와 시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요령이며 머리부분에 공급된 혈액을 그대로 유지할수 있는

요령인 것이다......

유의해야할 사항은 짧게 숨을 뱉었다가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복부에

힘이 빠진다든가, 사지에 힘주었던 상태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힘을

빼버릴 경우 G에 노출될 확률은 급속히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호흡법을 하는 이유는 조종사가 선속을 주어 기동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G에대한 상대적인 현상, 즉 선속을 주어 선회하는 항공기의

평면상 구심점을 중심으로 몸이 밖으로 튕겨져 나가려는 현상(자연히

혈액은 신체의 하부로 쏠리게 됨)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G의 중력가속도에 따른 인체 변화는 머리쪽에 있던 피가 아래로 쏠리게

되고, 이로인해 혈액공급이 뇌와 시신경에 원할히 이루어지지 않아

앞서 언급한 'GRAY OUT'과 'BLACK OUT'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조종사가 'G'에 노출되었음을 알수있는 가장 보편적인 현상은 눈동자에

혈액공급이 되지않음에 따른 '시야협소'현상이다. 이 단계에 진입이

되었음을 인지한 조종사는 위에서 언급한 'L-1 기법'의 호흡법을 통해

혈액이 아래로 쏠림을 방지해야 하고 일단 아래로 쏠린 혈액은 머리부분

까지 끌어올려 줘야한다. 그러나, 피가 아래로 쏠렸다 하더라도 의식

상실이 바로 초래되는것은 아니며 단 몇초 정도는 의식이 유지된다.

GRAY OUT단계를 거쳐 BLACK OUT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G에 계속 노출이

되어있다면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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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곤도라(가속도 훈련장비)안에 내몸이 SEAT BELT와 HARNESS에

묶여 있음을 깨달았다.

이번 F-16선발과정에서 후배들과 같은 차반이 되어 선배라는 이유로

가장 첫번째로 탑승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두려움의 시간..............................

나의 시선 앞부분에는 GRAY OUT상황을 인지시키기 위한 초록색 전구가

양쪽에 하나씩 켜져있고, BLACK OUT상황을 인지시키기 위한 붉은색

전구가 가운데에 하나 켜져있는 것이 보인다.

밀폐된 상자(?)안에 묶여진 내몸이 어느새 분위기에 위축되어져 가고

있었다...............

항공생리과정 입과전에 서**팀장님이 말한 물 두컵을 마시고 훈련에

임하면 충분히 견딜수 있다기에, 연거푸 두잔의 물을 들이킨 탓에

아랫배도 점점 거북스러워져 온다.

밖에서 훈련교관의 훈련진행 멘트가 스피커를 통해 '곤도라'안으로

스며들고 있다.

...................................................................

드디어 완가속 9G 내성훈련이 시작되었다.

온몸에 힘을 주고있는 내모습이 느껴졌고 곤도라는 서서히 축을 중심으로

가속되어 돌아가고 있음도 느껴진다.

......1.5G.....................................................

"자~~ 준비되셨으면 STICK에 있는 TRIGGER를 당겼다 놓으세요."

훈련교관의 지시에 나는 TRIGGER를 당겼다 놓았다.

"자~~ 그럼 9G 완가속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본 장비는 1.5G상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준비되셨으면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고 한번 내뱉으

세요." 나는 긴장을 없에보려고 있는힘껏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예, 좋습니다. 9G 완가속 시작합니다. 자~~STICK을 당기세요!!"

................이렇게 중력가속도와 나와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9G 완가속은 약 3초에 1G씩 증가되면서, 1.5G~2G상태에서 9G까지 올라

갔다가 내려오는 훈련이다.

" 자~~ 2.5G...3G입니다. 호흡하세요!!!"

훈련교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의 입은 호흡을 하고 있었다.

서서히 몸이 짓눌려져 간다. '얼마나 견딜수 있을까'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것도 잠시...

"5G 통과하고 있습니다. 호흡 늦추시지 마시고 계속하세요!!"

--흡!!...퍼~흡!!...퍼~흡!!....-------

더디게 가속도는 증가되어져만 갔고 약 3초당 1G씩 증가되는 비율로

중력가속는 나를 괴롭혀만 갔다.

6G가 넘어서고 7G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스피커 음성을 통해

들을수 있었고, 버티고 있던 다리에는 약간의 경련이 시작 되었으며

불빛을 바라보던 시야는 숨을 내뱉으면 초록색 전구 불빛 두개가 사라

졌다가, 숨을 들이마시고 멈추면 다시 나타나곤 하는것이 되풀이

되어지고 있었다.

.........내가 지금 깨어 있는 걸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건가!?!!
.........도대체 내가 왜 이런걸 지금 하고있는거야???
.........그래, 이런생각이 드는걸 보니 아직 내가 의식을 잃지는
.........않았나 보다.

결국 경험해보지 못한 8G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말았다.

" 자~~ 8G입니다. 계속 호흡하세요!!"

나의 얼굴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는것이 피부가 쳐짐으로서 알 수

있었고, 눈꺼풀이 아래로 쳐저 그나마 보고 있었던 초록색 전구불빛

마저 보이지가 않았다.

나를 동여매고 있던 벨트와 하네스는 끊어지지 않으려고, 혼신을 다해

버티고 있는 내몸을 더욱 조여매고 있었다....

'9 G' !!!

" 자~~ 9G 입니다. 끝까지 호흡 늦추시지 마시고~~~~` 예, STICK 놓으

세요."

---흡!!..퍼~흡!!...퍼~흡!!...

나의 호흡은 STICK을 놓자마자 시작된 감속G에 더욱더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불과 몇초만에 9G에서 1.5G로 떨어지는 가속도의 여정.....

이제껏 한껏 머리로 끌어모았던 혈액을 나는 주체할수가 없었다.

................고요하다............
................나른하다............
................더이상의 남아있는 힘이 없다............

그때 스피커로 훈련교관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예~~ 잘하셨습니다. 호흡을 가다듬으시고 긴장을 잠시 푸십시요"

................................................................

나의 모습을 밖에서 후배들이 모니터를 통해서 모두 보고 있었고,

나는 다시금 치뤄야할 '9G 급가속'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관: " 자, 준비되셨습니까???"
나 : " 아니....잠깐만요, ...좀 더 있다가 할께요."
교관: " 김대위님, 9G를 느끼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나 : " 어휴~~~~ 죽을 맛입니다...."

..................................................................

밖에서는 다음 탑승할 후배들이 아마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을거다.

내가 한순간 쉬겠다고 후배들의 긴장된 마음을 더이상 갖게 해서는

안된다.....

" 준비 되었습니다". 라고 말했지만, 하지만 난 하나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

9G 급가속을 시작한다는 교관의 말이 들려왔고, 나는 또한번의 사경을

헤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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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G 급가속!!!
이것은 단 2초만에 1.5G에서 9G까지 올라가는 훈련이다. 또한 9G가
유지된 상태에서 20초를 견뎌야 한다. 20초 동안에 잠시 방심을 하게
되면 의식을 상실하게 되고, 그로인해 잡고있던 STICK을 놓게 된다.
이때 거세게 돌아가던 곤도라는 RELEASE된 STICK신호에 의해 서서히
멈추게 된다.
의식을 되찾기 위해서는 대략 5~15초의 시간이 소요된다.
깨어날때 일어나는 현상은, 경험에 의하면.....
몸에 경련이 일어나 팔다리가 떨리면서 깨어나는 현상과
혈액순환이 서서히 머리부분으로 스며들면서 떨구어졌던 고래를 조용히
드는 현상, 그리고 꿈을 꾸는 현상과 예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가는 현상...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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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곤도라는 다시금 1.5G로 돌아가고 있었고, 스피커에선 급가속을

알리는 MENT가 들여왔다.

" 자~~, 호흡하시고 당기세요!!!!!....."

앗, 그런데 호흡과 당기는 타이밍을 잡지못해 당기지는 못한채 한번의

숨을 소모해 버렸다....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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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마시고 참는데 1초, 1.5G에서 9G까지 도달하는데 2초!!!
따라서 한번의 호흡간격이 약 3초니까 호흡 한번 들이마시고는 9G
도달까지는 무슨일이 있어도 견뎌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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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

"네~~, 9G 도달했습니다. 호흡 멈추시지 마시고 계속하세요!!!"

마치 220V 전기충격을 받은듯한 내 몸둥아리......

늘어뜨려진 눈꺼풀 사이로 힘겹게 스며드는 초록색 전구 불빛.....

내 몸은 마루타가 된듯 본능적인 대응을 하고 있었다. 깨어있으려고...

...흡!!...퍼~흡!!...퍼~흡!!...

"10초 남았습니다. STICK 놓지 마시고...."

또한번의 일그러진 내 모습을 상상하며 중력가속도와 싸움을 하고있다.

...흡!!..퍼~흡!!..퍼~흡!!..퍼~흡!!...

"네~~, 20초 입니다.호흡 계속하시고 STICK 놓으세요...."

9G에서 내려오는 여정이 왜그리도 길게만 느껴졌는지............

스피커에선 "잘 하셨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의 귓전을 스치고 지나간다.

6G와 7.33G(지금은 7.3G)에서 세번씩이나 타곤했던 나였는데....

어떻게 9G를 ...........내가 정말 한번에 통과한 것이 맞는가...???

나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며 상자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서**팀장님께 전화를 했다. 물 두컵이 특효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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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에 대한 수치는 중요치 않다. 다만, 지금도 이러한 중력가속도를
좁은 항공기의 COCKPIT속에서 견뎌내며, 언제든지 적기와 조우되면
이겨낼수 있는 훈련을 통해, 영공방위에 최선을 다하고있는 대한민국
조종사의 노력어린 땀방울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또한 몸을 짓니기는 선속을 안고서,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위해 오늘도 밀집편대를 이루며 3차원의 푸른공간에 그림을
수놓고 있는 블랙이글 조종사들의 노력어린 훈련 역시 무엇보다 값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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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기위해 웃옷을 벗는순간....

사랑하는 내 아내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9G의 위력에 온몸은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들여져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