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둑코전투를 알아보다가 들어간곳이 맹호부대 포병장교 출신 장군님의 글을 전재한 블로그였습니다. 

비엣벳 같은 월남참전용사들의 사이트에서 보병입장의 상황설명은 읽어봤는데 둑코전투 당시 중대전술기지의 맹호 9중대와 함께 환상적인 포술로 적 증원차단을 완수한 포병에 대한 글은 본 바가 없어 마치 보물섬의 작가 스티븐슨이 같은 사건을 두고 짐의 시각과 리브지 선생님의 시각으로 각각 묘사한 것처럼 흥미롭게 읽어볼수가 있었습니다. 병과가 다르니 상황도 다르고 입장도 다르고 서로가 서로에게 약간씩 불평을 가지고있는것이 재미있더군요. 예를들어 목숨을 내걸고 포탄이 작렬하는 중대기지 바깥에서 포를 유도한 관측장교 한광덕 중위의 경우 혁혁한 공을 세운 용감무쌍한 군인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전투당시의 포병장교는 이런 회고를 합니다.

포대망 무전병이 부상하자 한중위가 지휘망을 이용해 포사격요청을 하고있었는데 지휘소에서 현장상황을 모르고 있는 가운데 관측장교에게 지휘망이 독점되자 현장 지휘관과 연결이 안되어 초반에 혼선을 빚은것과 관측장교가 황망한 가운데 포대상황을 모른채 포격유도에 말이 너무 많아져 사격제원과 포탄재고에 따른 사격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포대장교로서 짜증섞인 한마디를 하는 상황입니다. ㅎㅎ 결과와 과정이 똑같지만은 않은거죠 실전에선.

그러나 격렬한 일곱시간의 혈전이 끝나고 여명이 밝아오자 현장을 찾아간 포병장교는 한광덕 중위를 만나게 됩니다.

비록 명령에 불복했지만 한중위의 감투 정신은 모두를 탄복케 합니다. 다른기록에도 나와있지만 소대장 대리 이종세 중사만큼이나 정말 대단한 군인정신의 소유자라 하겠습니다.

어떤 전쟁, 전투에서도 그렇듯이 대승뒤엔 논공행상이 따릅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어느때고 이에 대한 불만과 불평은 인간사회에서 없을수가 없겠지요. 더구나 당시에는 기지를 사수한 9중대외에도 10,11 보병중대가 협공을 위해 출전 하였는데 아마 짐작에 그들보다도 밤새 핀포인트 타격을 수행한 포병대에 상급이 많이 부족했나 봅니다.

아무튼 2차대전의 수많은 기록에서 보듯이 한것에 비해 상은 언제나 부족한것이겠지요. 사기에 영향을 미칠만한 노릇이기는 하나 전과에 있어 보병대 임무의 위험성과 전시홍보의 효과등 여러가지를 헤아려 내려진 조치라고 판단할수 있겠습니다. 캡춰하진 않았지만 포병장교역시 그런 속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기술되어있네요.

다만 보병이 늘 3보이상 승차라고 부러워하는 포병대도 이런때엔 괴롭습니다.

요즘 말많은 60시간 무수면 체험훈련에 맞닿아 시사점을 주는 글입니다. 어쨌든 극한상황은 한번씩 체험해두는것도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대하고 술마시면 안주거리가 군대얘기밖에 더 있겠습니까. ㅎㅎ 젊을때 기왕 간 군대에서 해볼수 있는건 해보는게 좋겠죠. 말이 빗나갑니다만 암튼 대단한 전과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캡춰를 못했지만 재공격에 대한 염려로 전과확인을 그만두고 방어준비에 들어가게 되었으므로 184구의 시체에서 카운트가 멈추게 됩니다. 처음 시체들을 묻으라고 명령했던 워커 여단장도 즉시 명령을 바꿔 대기시키지요. 눈으로 보지않곤 아무도 이 전과를 믿을수 없을거라는 판단하에 사진기자들을 불러 현장을 찍게할 생각이 들정도의 압승이었던 모양입니다. “No body will believe it.”워커 여단장의 짧은 한마디에 모든게 담겨있는듯 합니다.  

 물론 이 승리엔 중대기지에 증원와있던 동맹군인 미 전차소대와 둑코비행장에 방열된 미군포병대의 분전도 그 활약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다만 다른 현장기록과 달리

이 글은 원격지의 포대에서 쓴글로 자세한 현장상황은 몰랐을터이므로 자세한 언급은 없네요.

 이런 현장감 넘치는 기록이 인터넷을 통해 남아있어 읽을수 있다는게 즐겁습니다. 아무래도 책으로 남기게 되면 다듬게 되고 다소 미화도 생길것이며 왜곡도 있을것인데 블로그에 적는것은 보다 더 개인적이고 직설적이라 보는 맛이 쏠쏠한듯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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