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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개들? 남아공의 용병회사 EO, 그리고 피의 다이아몬드

  작성자: ti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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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9-09-03 17:55:53

198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나미비아 식민통치와 앙골라/모잠비크 개입이 끝나가고 악명높은 아파르트헤이트도 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당(ANC)은 백인 정권당시 흑인 지도자들을 암살하고 고문 등 인권침해에 적극 가담한 남아공군 및 경찰 특수부대와 정보기관을 해체하거나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결국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 이들 부대에서 근무하던 군인이나 경찰 상당수가 해고를 당하게 됩니다. 고된 훈련을 겪고 생사를 넘나드는 작전에 투입되었던 군경의 정예 요원들은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죠.

같은 해에 전직 남아공군 중령이자 정보기관 출신인 에덴 발로우가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Executive Outcomes)'란 독특한 회사를 설립합니다. 이 회사는 설립 목적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를 들었습니다.

1. 합법적인 국가들에게 고도로 전문적인 기밀 군사 관련 고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2. 정확한 군사적, 전략적 조언을 제공한다
3. 현 수준에서 제공 가능한 가장 전문적인 육전·해전·공전 관련 군사훈련 패키지를 제공한다.
4. 각 군대에게 무기 및 무기체계 선택에 관하여 조언을 제공한다.
5. 철저한 기밀, 전문성, 헌신에 의하여 전적으로 비정치적인 용역을 제공한다. 

이 다섯가지 설립 목적을 본다면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대충 감이 잡힐 겁니다. EO는 세계 최초의 '용병 회사'인 동시에, 오늘날 중동을 종횡무진하는 사설군사기업(PMC)의 원조였던 겁니다. EO 설립 이전에도 용병은 모든 분쟁지역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것이 기업화되고 계산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으로 드러난 것은 EO가 처음일 겁니다.

냉전의 끝과 함께 찾아온 군축 바람 속에서 직장을 잃은 전직 특수부대원들은 이 회사로 모여들기 시작하죠. 앙골라와 모잠비크, 나미비아 등에서 흑인 게릴라를 상대로 싸우면서 잔뼈가 굵은 남아공 군경, 로디지아(현 짐바브웨)에서 무너진 백인 정권을 위해 싸웠던 병사들, 심지어 아프리카 식민지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흑인 게릴라들도 이 회사에 자원하기 시작하고, 짧은 시간 안에 EO는 500명의 군사고문단에 3,000여명의 고도로 훈련받은 병력을 보유하는 대규모 군사집단으로 성장합니다.

EO는 1992년 앙골라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는 UNITA반군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앙골라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주요 석유 생산거점을 보호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곳이 EO의 첫번째 시험대였죠. EO 소속 용병들의 사보타주와 잘 훈련된 앙골라 정부군의 공격에 붕괴 위기에 몰린 UNITA는 평화협상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앙골라 정부군의 용병 고용 계약을 중단할 것과 UN평화유지군의 진주를 내세우고, 결국 EO는 앙골라에서 떠납니다. 이후 UNITA는 공세를 재개하죠.

1995년 EO는 과거 영국 식민지이자 아프리카 최대의 전장인 시에라리온으로 떠납니다. 당시 혁명연합전선(Revolutionary United Front)이란 이름의 반군은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시에라리온의 수도인 프리타운까지 위협하며 전 국토를 휩쓸고 있었습니다. 무력하고 사기가 낮을 대로 낮으며 군기도 빠진 시에라리온 정부군은 당연히 종교적인 광기에 마약까지 취한 반군을 막을 힘이 없었고, 시에라리온 정부는 앙골라에서 능력을 발휘한 EO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죠. 여기서 EO는 사실상 무력화된 정부군을 대신해서 직접 전투에 나서고, Mi-24 헬기나 BMP-2 장갑차까지 동원하는 지경에 이르지요. 이와 같은 혈투를 통해 EO는 기세등등한 반군의 사기를 꺾고 시에라리온 정부군으로 하여금 숨을 돌릴 여유를 마련하는데 성공합니다(2006년 제작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이 당시 EO의 반군토벌 작전에서의 실제 활약을 소재로 하였다고 합니다).

시에라리온에서 EO는 세계적인 물의를 일으키게 되는데, 다름아닌 '피의 다이아몬드' 문제였습니다. 용병들에게 지급할 외환 재고가 없는 시에라리온 정부는 돈 대신 다이아몬드 거래 수익의 일부분이나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 등을 대신 지불했고, EO 역시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수출에 이런저런 형태로 개입했습니다. 그러나 분쟁지역의 다이아몬드 수익의 대부분이 정부군과 반군 양측 모두에게 무기를 수입하고 군인을 훈련시키는 등 전쟁을 지속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EO 역시 이런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죠.

결국 1998년 남아공에서는 용병 활동을 하는 회사를 금지시키는 법이 통과되고, EO는 해체를 선언합니다. 그러나 EO 출신 용병 대다수는 영국이나 미국 등의 사설 경호기업으로 넘어가거나 개인적으로 이전의 직업을 계속하게 되고, 이후 세계는 EO보다 훨씬 크고 조직적인 사설군사기업(PMC)의 등장을 목격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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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cutiveOutcomes.jpg

댓글 21

  • L 2010-06-11 추천 0

    예비군은 오히려 축소하고 최소한 미주방위군 수준의 훈련테세를 갖추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현재의 예비군은 민방위로 돌리되 현재 수준의 훈련태세를 유지하고.. 지금의 민방위는 재난대비의 임무로 계속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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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2009-09-04 추천 0

    흠...제가 알고있던 정보는 모두 낭설이었던가요? EO社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소식으로 후세인에게 고용되었다가 실패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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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리스펜릴 2009-09-04 추천 0

    이런 점에서 현재 예비군 수준이면 가상상황에서 충분한 인력지원이 되지만 축소해버리면 다시금 6.25당시처럼 '학도병'을 강제징집해야 하는 악몽이 부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의아니게 우연히 당시 학도병지원자분과 말씀을 나눈바 있는데...끔찍한 경험이 많으시더군요. 최대급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약 천만명의 징집이 가능하다고 봅니다만....일정한 현역규격의 전투력을 발휘한다고 보기엔 무리요소가 많고 현재의 예비군이 현역규격의 전투력을 발휘하는데 핵심이기도 합니다.(개인적으로 레포츠 서바이벌도 예비군관점에서 잘 활용한다면야....뭐 이건 희망사항일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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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리스펜릴 2009-09-04 추천 0

    개인적으론 후방에서 가상의 상황에선 예비군세력이 주력이며 예비군 지휘관들의 원활한 통신지원능력과 함께 강력한 '헌병세력'만 존재한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현역들은 당장 전선지원으로 투입되는편이 낫고요. 북괴의 특작부대가 어마어마한 전투능력을 과장하지만 결론적으로 '인간한계'를 넘어설수없고 사격능력이라는 현대전법을 제외한 모든면에서 전투능력은 현대 우리나라의 성인보다 낮은 편인게 사실입니다. 도주능력은 우수하겠지만...이는 능숙한 예비역이라면 '함정몰이'할수있다는걸 보여줍니다. 덕분에 과거 비정규전에 익숙한 하사관분들은 예비역을 바라보는 현역에게 이런 방향성 훈련을 많이 제시하곤 했지요.(속칭 토끼몰이라고 하던가??) 그리고 특작부대를 상대하는 예비군에 있어 최고의 훈련재료들은 현역시절 '가상침투'임무를 맡은바있던 특전출신분들인데...의외로 많습니다. 그런 분들중에 금연과 금주를 생활화 하시는 분들은 당시 감각이 거의 소실되지 않고 남아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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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리스펜릴 2009-09-04 추천 0

    후방에서 북괴의 특작부대 상대는 예비군과 민방위가 주력이며 이들이 역설적으로 특작부대보다 우위에 설수밖에 없습니다. 해당지형에서 완벽한 숙달능력과 이를 기반으로한 전투능력은 특수부대가 흉내낼수없는 것중에 하나입니다. 또한 대개의 특수부대가 그러하듯이 무장량이나 화력이 소수일수밖에 없고 전투를 회피할수밖에 없지요. 특작부대가 일정지역을 제압하더라도 해당지역의 예비군이나 민방위에겐 밀릴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2차대전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말리아 블랙호크다운에서까지 주욱 공통된 현상이며 해당지역의 '협조세력'이 승리의 필수요건이죠. 뭐 이건 넘어가고 개인적으로 장구류 변천사를 알수있어 좋은 사진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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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아범 2009-09-04 추천 0

    "Dogs of War" 참 오래만에 들어보는 소설 이군요~. 자세한 줄거리는 잊었지만, 용병세계를 쬐끔 알게해주는, 재미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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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UFFENBERG 2009-09-04 추천 0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아웃소싱같은것은 할이유가 없습니다.
    한반도는 인프라가 밀집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민방위와 예비군 편재에 포함되어있기에 모든 남성들이 전쟁 발발과 동시에 각 임무가 부여됩니다.
    그렇다보니 이미 전투및 비전투 인력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게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물량입니다. 이것은 어짜피 돈이 들어가는 일이기에 외부러부터 들여오겠지만 한반도 내의 모든 운용은 자체 인력으로도 충분하다 할수 있지요.

    한국전쟁당시 실질적인 혜택은 군수를 담당했던 일본이라 할수있습니다.
    마찮가지로 군수및 보급을 실직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나 국가가 이득이지

    PMC가 할일은 없습니다. 이미 충분한 경호인력도 한국에는 있습니다.

    남한이나 이스라엘처럼 의무복무제의 경우 모든것이 이미 준비된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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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lover 2009-09-04 추천 0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 정부가 꼭 PMC요원들을 고용하지는 않는다고 해도(어차피 신병육성이나 예비역 소집체계는 잘 갖춰져 있으니) 수송이나 조리, 군수 등 용역은 아마도 아웃소싱하지 않을까요... 아마 PMC에게 좋은 시장은 아닐 것 같습니다만(대규모 보병/기갑부대가 충돌하는 정규전이니만큼 용병들이 활동하기는 어려운 환경), 주요 요인 경호를 위한 PMC들이 진출할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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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개토대제 2009-09-03 추천 0

    하여튼... 필요악(니콜라스케이지가 주연하였던 영화처럼.....)적인 존재들(지금도... 무지하게나 필요한 존재일겁니다..-->(용병)... )이었군요....--->하여튼... 어느 영화 대사처럼... 강한 者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닌, 살아 남는 者가 강한 者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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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UFFENBERG 2009-09-03 추천 0

    EO가 해체된것은 EO가 어느 나라인지는 잊었지만 비행기편으로 직원들 파견을 하려다 첩보를 입수한 국제 기구에서 그 비행기를 통채로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다 투옥되었습니다.

    그후 본격적으로 EO가 해체된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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