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에서 패한 댓가로 많은 영토를 상실한 헝가리는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을 욕심에 2차 세계 대전 때 추축 진영에 가담하여 독일의 발칸 반도와 소련 침공 때 호르티 대공의 결정으로 파병을 합니다. 유고슬라비아 침공 때는 이태리 군과 독일군이 유고슬라비아의 북부 지역을 집중 공격하고 있을 때 중부 지역을 공격하여 기습적으로 수도인 베오그라드를 점령하고 사라예보까지 어려움 없이 진격을 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소련 침공 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헝가리 제 2사단 병력 중 2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큰 피해를 입고 쿠르스크 전투 이후 벌어진 우크라이나 평원에서의 전투 때는 헝가리 군 제 3 사단이 전멸을 당하는상황이 벌어집니다.

계속되는 패배로 호르티 대공은 추축 진영에서의 탈퇴를 결정하지만 이를 눈치챈 독일은 마가레타 작전을 명령하여 호르티가 히틀러의 초대를 받아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에 있는 궁전에서 회담을 하기 위해 헝가리를 비운 사이 헝가리를 점령하여 헝가리의 유전 지대를 확보합니다.

1944년 8월에 루마니아가 소련군에 항복한 데 이어 헝가리도 연합군에 항복할 것이란 첩보를 입수한 히틀러는 연합군이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평가하던 오토 스콜체니 중령을 헝가리로 보냅니다. 이 때 오토 스콜체니는 판저파우스트 작전을 벌여서 호르티의 아들을 납치하여 독일로 보내고 부다페스트를 포위한 후 헝가리 군의 항복을 받아냅니다. 이 때 호르티는 부다 왕궁에서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저항하지만 의미없는 몸부림을 깨닫고는 아들의 신변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헝가리 군에게 내린 소련군과의 전투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번복합니다.

이 때 독일군에게 협력한 헝가리의 반역자들이 화살 십자가 당으로 스잘라시란 친독 성향의 인물이 이끄는 당이었습니다. 이들은 독일군의 도움으로 방송국을 점령하고 정권을 장악하여 마지막까지 독일의 동맹국으로 남아 소련군에 저항합니다.

마지막까지 독일 편을 들어 자신의 조국을 망가뜨리는 것도 모자라 철저한 반유태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40만명의 헝가리 거주 유태인들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강제 수용소로 보내고 게토 지역에 가두어 영양 실조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고통을 겪도록 합니다. 특히 부다페스트 포위전 때는 전쟁의 승패를 떠나 이념적인 광기를 보입니다.

4년 전에 부다페스트에 여행을 갔을 때 2차 대전 때 헝가리 군 방공 사령부로 쓰였던 '치타델라' 란 곳에
갔을 때 처음으로 헝가리에서 있었던 유태인 대학살에 관한 글과 사진들을 보고 곳곳에서 유태인에 대한 테러와 학살이 2차 대전 기간 동안에 일어났지만, 전쟁 말기에 유태인 대학살이 극에 달했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소련군의 진격이 헝가리를 향해 있던 1944년 10월에 화살 십자가 당(Arrow Cross Party: ACP) 는 유태인을 절멸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깁니다.치타델라에 전시된 설명에는 이들에게 있어 전쟁의 승패보다는 이데올로기적 이유에서 유태인을 멸절시키려는 생각을 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태인들은 부다페스트에 있는 게토 지역과 강제 노동 수용소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이런 학살 계획으로 인해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는 일도 힘들어지게 됩니다. 10월 15일에 일어났던 학살을 시작으로 백주 대낮에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거리에서 유태인을 살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11월 23일에 다뉴브 강 제방에서 최초의 대학살이 일어납니다. 깜깜한 밤에 일어난 학살에서 기지를 발휘한 소수의 사람들이 사격이 시작되기 전에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어 하류로 한참 내려가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이 사건을 접한 국제 적십자사의 강력한 항의가 잇따르게 되면서 이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어지지만 근본적인 해결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들의 만행은 소련군의 진격으로 오래가지 못합니다. 1945년 1월 16일에 소련군이 진격해 들어왔을 때 헝가리 파시스트들은 그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유태인 거주 구역을 파괴하려 하지만, 화살 십자가 당 의 내부에서 반대가 일어나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게토 파괴를 반대한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그랬을까요?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양심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요? 아니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요?

그렇지만,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ACP 당원들은 부다페스트가 함락되기 전까지 부다 지역에서 도시를 파괴하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고 그 결과 부다페스트 포위전 동안 만 오천 명의 유태인을 포함하여 삼만 팔천명의 시민들이 사망하는 참극을 빚었습니다. 절망에 빠져 벌인 극단적 행동이라기에는 너무 심하네요. 애꿏은 시민들 죽일 무기랑 힘 있으면 소련군과 싸울 일이지, 왜 자기네 국민들을 죽였는지...그래도 치타델라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니 전쟁이 끝나고 학살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거리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사진을 보고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맞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화살 십자가 당의 당기입니다. 아무리 나찌의 짝퉁 정당이라지만 깃발까지 모방한 건 심하네요ㅡㅡ;;;

두번째 사진은 화살 십자가 당의 중심 인물인 스잘라시가 1946년에 처형 당할 때의 사진입니다. 소련군이 부다페스트를 포위했을 때 히틀러를 만나 부다페스트를 무방비 도시로 선언하도록 요청했지만 히틀러가 이를 망설임없이 거절하자 100만 명의 부다페스트 시민들을 독일로 피난할 수 있도록 요청하여 히틀러의 동의를 받아 조금이나마 인명의 희생을 줄입니다. 그러나, 나찌에 협력한 죄로 사진과 같이 처형을 당합니다.

세번째 사진은 헝가리의 호르티 대공입니다. 1868년 생으로 해군 제독 출신이며 1920년에 섭정으로 선출된 후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전 영토의 70%를 잃자 이를 되찾기 위해 추축 진영에 가담하지만 소망을 실현하지 못하고 독일군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체포됩니다. 전쟁이 끝난 후 뉘른베르크에 억류되었으나 전범 재판을 받지는 않았고 1946년 1월에 석방되자 포르투갈로 망명하여 그 곳에서 살다가 1957년에 사망합니다.

네번째 사진은 4년 전에 부다페스트에 갔을 때 찍은 치타델라 내부 사진인데, 사진을 보시면 벽면에 사진과 설명이 있는데 유태인 학살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화살 십자가 당의 고위 인물들과 독일군 장교들이 1944년 가을에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자신들이 파멸하는 쪽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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