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에서 링스헬기를 도입하던 당시, 웨스트랜드사는 절충교역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게 헬리콥터 설계기술을 전수해줬습니다. 이때 주기로 한 것이 전반적인 체게설계기법과 BERP형 로터블레이드에 관한 기술이었죠. 그런데....

보통 군용 장비 관련 기술을 이전받을 때는 으례 ADD에서 담당하게 되어있으나 당시 ADD에는 이미 회전익기 관련 부서가 해체된 뒤였습니다. 회전익기 관련 개발사업이 전무하다보니(원래 있기는 있었다는 듯). 그 결과 KARI(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관련기술을 이수 받습니다.

KARI에서는 관련기술을 가지고 헬기(특히 메인로터와 테일로터)관련 기술을 연구하였습니다. 자료 찾아보면 BERP보다 소음을 좀 더 줄인 형상에 대한 연구결과나, 덕티드팬 형태의 테일로터를 이용해서 소음을 줄인 연구결과도 나오죠.

KARI는 이 기술을 그냥 기술로만 두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산자부에 민간용헬기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건의를 하게됩니다. 산자부가 대충 견적을 뽑아보니 기술적인 부분에선 나쁘지 않은데 역시 수익성이 문제였죠. 민간용 헬기를 만들어서 당장 해외수출로 대박을 벌기는 불가능해 보이고, 그렇다고 국내 헬기수요라고 해봐야 뻔할 뻔자고.

그런데 마침 당시 육군에서 신형헬기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산자부가 군에 건의하죠. 신형헬기 개발 사업 한 번 벌여보면 어떻겠냐고. 이때부터 KMH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는 다들 아시다시피 공격형까지 한 사업으로 묶어서 진행될 예정이었고, 기술적으로 제일 까다로운 공격형 개발을 총괄할 ADD가 전체 사업을 주관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KMH가 계속 태클이 걸리자 KHP로 사업을 전환하여 기동헬기만 우선 개발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사업주관도 KAI로 바뀌었죠(ADD는 일부전자장비 개발 + 사업관리).

그럼 최초에 헬기사업을 건의한 KARI는...? KARI는 주로 민군겸용과 관련한 분야를 맡았습니다.

더불어 KARI에서 개발중이던 BERP형 메인로터와 덕티드팬 타입 테일로터는 안타깝게도 KMH에는 적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개발초기단계에서 고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BERP형 로터는 기술적인 성숙이 덜 이뤄졌다는 판단으로, 덕티드팬 타입 로터는 KHP가 이 방식을 쓰기엔 좀 큰 관계로(큰 헬기에서는 저 방식이 비효율적) 안쓰게 되었죠. 대신 웨스트랜드에서 받은 헬기 체계개발관련 기술 등은 활용이 되고 있는듯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