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헬파이어, 천검(보다는 스파이크ER) 이야기 와중에 브림스톤 이야기도 나오길래 몇 자 적어봅니다.

브림스톤의 경우 헬파이어와 거의 동일한 외형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만, 이 미사일은 본래 헬기탑재용으로 개발된 미사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2019년 현재, 이 미사일을 헬기에 탑재해서 실제 운용중인 곳이 없습니다(헬기탑재를 위한 테스트는 진행 중).

영국군의 경우 유럽전선에서 대규모 러시아 전차부대가 몰려 올때, 그 위를 토네이도 등의 공격기가 저공비행하며 자탄을 살포하여 격퇴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걸프전에서 저공비행 공격을 하던 다수의 토네이도가 격추당하는 등의 고통을 겪고나서 더 이상 이런식의 공격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때문에 방향을 바꾸어 전투기에 여러발을 탑재할 수 있는 소형 미사일을 만들기로 하였는데, 이게 바로 브림스톤입니다. 

전투기용 대전차 미사일로 유명한 매버릭의 경우 미사일 중량이 초기형은 200kg, 후기형은 300kg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미사일입니다(영국이 운용중이지 않다는 건 뒤로 하더라도). 이정도급의 미사일은 전투기들이라 하더라도 중량이나 항력등의 문제로 인하여 6발 정도 탑재가 한계이고, 실전에서는 거의 2~4발 정도만 탑재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영국은 한 번의 공격으로 여러대의 전차를 공격하기를 원했기에 가급적 미사일을 소형화하여 토네이도 전투기등에 한 번에 여러발을 탑재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에 개발을 시작한게 브림스톤입니다. 

일단 동시에 다표적을 공격하려다보니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기능이 필수적으로 필요했습니다. AGM-65도 발사 후 망각이 가능한 대표적인 미사일이지만, 덩치에 맞게 크고 고성능의 적외선 영상 탐색기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영국이 개발하고자 하는 소형 미사일에는 밑에 천검(스파이크) 글에서도 언급한바와 같이 적외선 영상 탐색기를 넣어 봤자 먼 거리에서 표적을 포착하는게 불가능하고, 발사 후 스스로 미사일이 표적을 찾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햇습니다. 그래서 전투기가 지정해준 표적 위치까지 일단 알아서 날아간 뒤, 표적을 찾는 미사일이 필요하였는데 이를 위해 관성항법으로 날아간 뒤, 목표물 근처에서 밀리미터파 레이더 탐색기로 표적을 찾는 미사일을 개발합니다. 전차나 차량등은 레이더 전파로 볼 때 특별한 패턴이 있으므로 적외선 영상 탐색기와 달리, 밀리미터파 레이더로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브림스톤이지요.

사실 작동방식등은 롱보우 헬파이어와 거의 동일하지만, 영국이 헬파이어 외형을 기초로 하였을 분 롱보우 헬파이어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진행된 것이라 알맹이는 전혀 다른 미사일입니다. 게다가 운용 개념도 롱보우 헬파이어는 롱보우 아파치에 맞춰져 있으나 브림스톤은 고정익기에서의 운용에 맞춰져 있죠.

그런데 이 관성항법+레이더 유도 방식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평지를 통해 기동해오는 대규모 기갑부대를 막는데는 효율적이지만 복잡한 시가지나 아군과 적군이 가까운, 오인사격 위험이 있는 지역에서의 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겁니다. 실제로 걸프전 이후 전쟁양상이 대규모 전투보다는 게릴라전 대응의 빈도가 높다보니 이러한 요구가 점점 강해집니다.

그래서 영국은 이번에는 브림스톤에 레이저 유도기능을 추가한 2중 모드 브림스톤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이 2중 모드 브림스톤을 다시 이곳저곳 개량하여 브림스톤2로 명명합니다. 

레이저 유도 기능은 밑에 설명드린대로 아군 지상군과의 협조에 유리하며, 레이더로 잘 식별이 안되는 소형표적이나 복잡한 지형지물 또는 건물 사이 등에 숨어있는 표적을 공격하는데 유리합니다.

이후 영국군은 브림스톤2를 운용해본 한편, 이것을 2016년 경에 AH-64E에 탑재하여 발사하는 시험을 진행해봅니다. 이 시험 결과가 만족스러웠는지 현재 영국군이 도입 진행중인 AH-64E에 헬기탑재형으로 개량한(주로 소프트웨어 개량) 브림스톤2를 개발하는 FAHW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진행중입니다. 

사실 미국 또한 헬파이어를 브림스톤과 유도방식이 거의 같은 차기 미사일(JAGM)을 진행중인 마당이다보니 기왕지사 영국또한 차기 헬기 탑재용 대전차 미사일 개발을 진행중인 셈이죠.(덧붙이자면 영국또한 헬파이어를 운용중이긴 합니다. 또 JAGM 사업의 전신인 JCM 사업 당시 브림스톤 기반 미사일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브림스톤의 경우 시작점이 헬파이어나 스파이크ER 등과는 좀 다른, 전투기용 미사일입니다. 다만 현재 영국군이 이를 헬기 탑재형으로 개조하고자 하고 있는 셈이고요.

덧붙이자면 브림스톤의 사거거리에 대해서는 약간 자료가 들쑥 날쑥한데, 브림스톤2의 경우 40km급으로 보는 자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추정치가 애당초 원본 브림스톤의 사거리인 18.5km보다 두 배정도 된다...라는 제작사의 언급때문이라서 좀 부정확한 편입니다. 더불어 원본 브림스톤의 사거리인 18.5km도 전투기 탑재시 기준입니다.

브림스톤이 알맹이는 헬파이어와 다르지만 애당초 크기와 무게가 거의 동일한 미사일인 만큼, 미국과 영국의 미사일 개발능력 차이가 넘사벽이 아닌 한은 두 미사일의 실질적인 사거리 역시 큰 차이는 없다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