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토론방
소련군 공세의 실제사례와 손실원인 : 소련군의 손실율 원인분석 5부
3-4. 소련군 보병의 대규모 공세 실제 사례
대체로 독소전은 거대한 전선에서 이루어지는 야전군, 집단군급 교전이 화두가 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소련군 전차군, 기계화군단이 돌파구를 통해 종심상으로 기동하고 이를 저지하고자 투입된 독일 기갑예비와의 치열한 교전이 항상 주된 관심사가 됩니다. 반면에 그 돌파구를 형성해낸 소련 보병의 공세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쉽사리 알 수 없고, 상세 묘사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David Glantz는 그의 저서에서 소련군이 오렐 북방에서 감행한 쿠투조프 작전간 1km의 독일군 방어선에 160~200문의 야포와 18대 이상의 전차의 지원을 받는 6~8개 대대급 보병의 집결과 공격준비사격과 이어지는 탄막을 이야기합니다. 1
독소전에서 소련의 입장에서 성공적 공세를 다루는 내용들에서는 끊임없이 좁은 전면에 소련군이 작전적 기만과 집중을 통해 달성한 병력집중을 통해, 독일군의 방어선에 달성한 압도적 보병, 전차, 포병전력의 우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집중된 병력이 어떻게 운용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보병의 집중과 돌파구형성과정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덜 묘사되는 항목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1942년 겨울 르제프에서는 대체 왜 소련군이 돌파구 형성에 실패하거나, 돌파구를 형성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보았는지, 반면에 어떻게 1943년 7월 11근위군이 단기간에 돌파구 형성에 성공했는지, 실패와 성공, 또는 커다란 손실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됩니다.
제한된 정보 내에서 소련군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돌파구를 형성한 사례들을 통해, 작전적으로 집중된 소련군 보병이 전술적 단계에서 어떻게 운용되었는지를 짐작해볼 뿐입니다.
1943년 7월 12일 쿠투조프 작전 : 8근위소총군단의 공세
쿠르스크에서의 독일군 공세가 한참이던 1943년 7월 12일, 서부전선군은 오렐 북방에서 쿠투조프 작전의 일환으로 독일 2기갑군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시작합니다. 주력인 11근위군은 독일 2기갑군 53군단의 측방에 공세를 감행해 돌파구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1943년 쿠르스크 북방에 대해 감행된 서부전선군 11근위군의 공세
11근위군의 8근위소총군단과 16근위소총군단의 6개 사단이 8포병군단의 지원을 받아 독일군 211보병사단과 293보병사단 사이의 전투지경선으로 밀고들어왔습니다. 독일군 293보병사단은 Zhizdra강 남쪽 고지에 훌륭한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소련 포병이 수시간의 포격이 사단의 좌측방어선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으며, 독일공군 6항공함대가 동쪽에서 감행된 브리얀스크 전선군의 공세에 모두 투입되었기 때문에, 일대 제공권은 소련의 1항공군이 장악했습니다. 결국 11근위군은 당일 오전에 돌파구를 형성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돌파에 성공한 8근위소총군단의 공세에 대해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쿠투조프작전에서 11근위군의 공세 중앙에서 Trostnianka, Ulyanovo방향으로 공세를 감행하는 임무는 8근위소총군단과 적의 전술방어를 돌파할 경우 투입되도록 계획된 기동집단에게 부여되었습니다. 추가로 11근위군의 공세구역에 전선군의 기동집단인 4전차군이 투입될 계획으로 있었습니다.
작전준비간에 11근위군의 담당구역은 3개 소총사단(217소총사단, 108소총사단 ,16근위소총사단)이 방어하고 있었고, 나머지 9개 소총사단은 후방에서 공세를 준비했습니다. 적 방어선에 돌파구를 형성하고 적의 대규모 예비가 접근하기 전에 적의 작전적 종심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11근위군은 1개 포병군단, 2개 전차군단, 4개 전차여단과 2개 전차연대로 증강되었으며, 1항공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8근위소총군단은 11근위군의 주공축선상의 돌파구 형성 임무를 맡았습니다. 돌파구역의 전체 넓이는 약 4km였고, 공세 첫날 도달해야할 종심은 12km로 적의 2차방어선을 돌파해야 했습니다. 전방선견대는 22km까지 돌파해야 했습니다. 8근위소총군단 우측에는 16근위소총군단이, 좌측에는 36근위소총군단이 마찬가지로 적 방어선을 돌파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 독일군 방어
오렐 돌출부 북방의 독일군은 10개월간 종심깊게 방어선을 구축했으며, 이는 주방어선과 후방의 2차방어선, 차단진지로 구성되었습니다.
주방어선은 연대의 주요진지와 사단예비로 구성되어 5~7km의 방어종심을 확보했고, 최초 진지들은 2~3열의 참호선으로 구성되어 150~400m정도 이격되어 교통호로 연결되었습니다. 주요 진지는 1200~1500m의 종심을 했습니다. 연대예비대가 위치한 2차 방어진지는 주방어선 최전방으로부터 1.5~3km 후방에 위치했으며, 사주방어가 가능한 강력한 진지와 지휘소 및 관측소와 포병사격진지로 구성되었습니다. 3차 방어진지에는 사단 예비가 배치되며, 전선으로부터 5~6km 떨어져 있으며, 2~3개 참호를 보유한 저지부대와 방어진지들로 구성되었으며, 각 방어진지는 화력과 공병장애물로 엄호되었습니다.
2차 방어선은 전선으로부터 8~9km 떨어진 위치에 구성되었으며, 사주방어가 가능한 잘 구축된 참호선, 대피소, 사격진지, 관측소, 탄약창으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주방어선에는 211보병사단의 일부와 과 293보병사단이 배치되어 있었고, 연대 예비는 각연대로부터 차출된 1~2개 중대가 2차 방어진지에 배치되었습니다. 사단예비는 1개 보병 대대 이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군단예비로는 5기갑사단이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8근위소총군단이 공세를 감행할 4km의 방어선을 담당한 독일군은 293보병사단의 510연대 소속의 1대대와 512연대 소속의 2개 대대로, 3개 대대 규모였으며, 독일군의 포병규모는 박격포를 포함해도 76mm급 이상이 60문이었습니다.
2) 전력비교
8근위소총군단은 11근위소총사단과 83근위소총사단, 2개 소총사단 총 18개 소총대대를 공세구역 1선제대로 투입했습니다. 추가로 26근위소총사단이 2선제대로 대기했습니다. 반면 이를 방어해야할 독일군은 3개 보병대대로 구성되었습니다.
당시 293보병사단은 사단포병으로 포병연대에 4개 포병대대에 총 35문의 야포만을 보유했기 때문에, 원래 편제상 10.5cm 경야포 36문, 15cm 야포 12문으로 총 48문의 편제장비 대비 73%의 포병전력만을 가지고 있었고, 53군단의 군단포병은 12문의 야포를 보유한 1개 포병대대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8근위소총군단은 박격포나 보병포를 제외하더라도 156문의 76mm야포, 131문의 122mm곡사포, 109문의 152mm곡사포, 24문의 203mm곡사포를 배속받거나, 11근위군 포병군에 의해 지원받았습니다.
293보병사단은 8근위소총군단만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되는 36근위소총군단의 공세에도 대응해야 했기 때문에, 가용한 야포전력은 3문 정도로 감편된 12개 포대의 절반인 6개 포대, 약 18~20문 규모를 크게 넘지 못했으리라 보여집니다. 실제로, 소련군은 공세과정에서 6개 포대만을 발견했습니다. 반면 8근위소총군단은 76mm 야포를 제외한다고 할지라도 268문의 야포전력을 보유해 10배 이상의 압도적인 포병전력의 우위를 달성했습니다.
또한 8근위소총군단은 1536자주포 연대(Su-122mm 12대, KV-1중전차 1대)와 43근위전차여단(경전차 19대, T-34 16대, KV-1중전차 7대), 2근위중전차연대(KV-1중전차 20대)의 지원을 받아 총 75대의 전차를 공세에 투입했습니다. 이중 2근위중전차연대와 1536자주포연대는 11근위소총사단에 예속되어 2근위중전차연대의 2개 중대는 27근위소총연대와 함께 적 방어선을 돌파하고, 나머지 2개중대는 돌격집단과 함께 주요 방어거점을 봉쇄하는 동안 이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1536자주포연대는 2근위중전차연대 지휘관의 지휘를 받아 전진하는 전차를 엄호하기 위한 화력지원을 하는 임무를 담당했습니다.
11근위소총사단에만 전차전력이 집중된 원인은 지형과 적의 방어로 인해 다른 지역(83근위소총사단)에서는 효과적으로 전차운용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차를 투입가능한 지역이 협소해 전차전력에 대한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43근위전차여단은 조기에 투입하지 않고 최초 적 진지를 점령한 이후에 투입하고자 했습니다.
작전 초기에 720대의 항공기가 집중되었고, 500대의 전투기, 70대의 폭격기, 150대의 공격기와 추가로 180대의 Po-2가 야간항공대로 11근위군에 할당되었습니다. 반면 독일군의 6항공함대는 브리얀스크 전선군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투입되었기 때문에 소련군은 압도적 항공우세를 누릴 수 있었으며, 총 2280소티가 작전 첫날 7월 12일에 할당되었습니다. 5
3) 전투대형
11근위군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8근위소총군단의 지휘관 Malyshev는 공세계획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렸습니다. 8근위소총군단의 전투대형은 2개 제대로 이루어져, 1선제대는 11, 83근위소총사단으로 구성되고 2선제대는 26근위소총사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선제대의 소총사단의 전투대형은 "단일제대"로 구성하도록 명령받았으며, 동시에 연대는 3개 제대로 구성됩니다.
11근위소총사단은 2근위중전차연대와 1536자주포연대로 도합 33대의 전차와 2개 공병중대의 지원을 받아 적의 방어선을 돌파한 후에 43근위전차여단의 지원을 받아 주요 방어거점의 적을 파괴합니다. 83근위소총사단은 전차지원 없이 다수 공병중대의 지원 하에 군단 좌익을 맡아 주요 고지대를 점령하고, 남쪽으로 진출해야 했습니다.
즉 8근위소총군단의 1선제대인 11, 83근위소총사단은 별도의 예비 없이, 사단당 부여된 2km넓이는 전면에 모두 투입했기 때문에, 사단지휘관은 별도로 예비를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각 연대는 3개 제대로 소총대대들을 배치했기때문에, 반대로 연대장이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은 다음 제대의 소총대대를 투입하거나 초월시키는 정도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각 소총사단의 공격전면은 2km이며, 모든 소총연대가 투입되기 때문에 소총연대는 700m정도 넓이에서 공세를 감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3개 제대로 배치되었기 때문에 소총대대의 공격전면 역시 700m 정도로 일반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대급 작전구역에서 연대 전체가 작전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돌파과정에서 연대는 전투지경선의 조정 없이 적을 우회하거나 침투하는 것과 같은 의사결정이 제한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강행정찰
1943년 7월 11일, 공세가 감행되기 하루 전에 1선제대의 각 소총사단에서 2개의 소총대대가 소총연대의 2,3선 제대에서 차출되어 강행정찰에 투입되었습니다. 11근위소총사단의 타격구역에 대해서 40근위소총연대의 2대대가 43근위전차여단의 T-34소대와 공병소대, 2개 76mm 포대로 증강되어 정찰에 투입되었고, 83소총사단의 작전구역에는 250소총연대의 3대대가 공병소대와 2개 화염방사기 분견대의 지원하에 투입되었습니다. 각 소총대대의 강행정찰을 지원하기 위해 다수의 포병 및 박격포의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정찰을 수행하는 각 전위 소총대대의 임무는 1200~1500m 깊이의 종심까지 전진해, 적 주방어선의 주요진지까지 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연대의 수색소대가 소총대대의 중대급에 배치되었고 보병포, 대전차포가 대대 측방에 배치되었습니다. 전차소대는 1열의 전투대형으로 배치되었습니다.
7월 11일 새벽 03:35경 11근위소총사단 공세구역에서 5분간, 83근위소총사단 공세구역에서는 10분간의 근위박격포부대가 제외된 군단 포병 전체의 기습적인 공격준비사격이 감행되었으며, 2개 전위 소총대대들의 강행정찰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차와 보병에 앞서서 공병과 화염방사기 부대가 앞서 나갔고, 최초 참호지대 앞의 지뢰와 철조망지대에 통로를 개척해냈습니다. 독일군은 포병의 준비사격에 의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포병습격으로 인해 발생한 먼지에 시야가 차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전위대대가 공세를 위해 전진하자마자 기관총사격이 시작되었고, 대전차포가 전진하는 전차에게 격렬한 포격을 가했습니다.
전위대대들은 큰 문제없이 최초 참호지대의 적을 공격했고, 40근위소총연대 2대대의 5중대가 최초 참호선에 돌입해 들어가 적의 저항을 분쇄하고 참호선에서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4중대는 최초 참호선 전방의 철조망에 도달했지만 강력한 기관총사격에 돈좌되었고, 6중대 역시 적 최초 진지 20~30m 전방에서 고착되었습니다.
250소총연대 3대대의 전투는 보다 성공적이었습니다. 새벽 6시까지 대대는 최초 참호선을 점령했고, 방어선을 강화해서 지속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지속적인 전투결과, 1개 소대가 독일군의 2차 참호선에 돌입했고, 잔여부대는 2차 참호선 전방에서 돈좌되었습니다. 상실한 방어선을 되찾기 위해 독일군은 2개 소대의 보병과 2~3개 전차(293사단에 돌격포가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움)의 6회에 이르는 공세를 감행했으나 모두 격퇴되었습니다. 대대 좌측방을 강화하기 위해 252근위소총연대의 3소총중대가 투입되었습니다. 적의 2차참호선에 돌입한 소대의 전투가 특히 치열했습니다.
11근위소총사단의 공격구역에서 독일군의 저항도 그보다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40근위소총연대 2대대의 4중대와 6중대는 반복적으로 적의 최초 참호선에 돌입하고자 시도했지만 독일군은 그때마다 강력한 기관총사격으로 이를 저지했습니다. 보병을 지원하는 전차들이 150m 정도의 철조망지대를 돌파하는데 성공했지만 전차중 1대의 차체가 파괴되었고, 1대는 대전차지뢰에 박살났으며, 3번째 전차는 철조망에 걸려 구덩이에 빠져버린 이후로는 보병들에게 그 이상의 지원을 하지 못했습니다. 독일군의 첫번째 참호선에 돌입했던 5중대는 독일군의 포병화력과 기관총사격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고, 후퇴해야만 했습니다.
7월 11일 23:00경 대대는 다시 독일군의 최초참호선을 점령하려고 마지막으로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독일군은 방어병력을 강화하고 치열하게 저항했습니다.
3개대대가 방어하는 독일군에 대해 2개 전위대대의 강행정찰을 감행한 결과, 8근위소총군단 지휘관 Malyshev는 독일군의 최전방 방어선의 윤곽 뿐만 아니라, 부대편성, 화력수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독일군 포병은 단지 6개 포대만이 발견되었고, 정찰과정에서 획득된 포로들은 독일군이 해당지점에서의 공세를 예측하고 5기갑사단을 예비로 준비해놓고 있으며, 2차 참호선에 병력이 배치되어 소련군의 공세를 야간에 격퇴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7
독일 293보병사단의 주저항선은 일반전초진지나 전투전초진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고 소련군의 공세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상태일 때 대전기 독일군은 연대가 2~3km 넓이의 전선을 방어해야 했지만, 293보병사단은 3개 대대로 4km 넓이의 전선을 방어하고 있었고, 소련군의 기록상 일반전초진지에 투입되어야할 독일군 수색대대의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볼 때, 넓은 전선에 분산배치됨으로서 전진배치할 병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증강된 2개 소총대대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주저항선에 적의 돌입을 허용할 정도로, 충분한 포병화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본격적인 공세에 앞서 포대의 사격위치가 노출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5) 공세의 시작
1943년 7월 12일 새벽 03:20경 쿠투조프 작전의 개시를 알리는 소련군 포병의 강력한 공격준비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독일군 방어진지의 종심 전체의 획득된 표적 위치에 기반하여 5분간의 신속하고 강력한 포격이 전선의 참호선과 종심상의 방어거점을 타격해 독일군 병력과 화기를 파괴하게 제압하고자 했습니다.
이어서 20분간의 포격을 중지해 독일군 보병이 포격에서 방어되는 유개호에서 나와 방어진지를 점령하도록 유도하고자 "침묵기간"을 둔 이후, 1시간동안 다시 체계적인 포격이 감행되었습니다. 04:45경 주요 방어진지에 대한 파괴 및 제압사격이 시작되었고, 120mm 박격포가 전차가 돌파할 경로의 지뢰지대에 대한 포격을 실시했습니다. 포병과 박격포 일부가 전선 너머의 고지 후사면에 대한 독일군 병력과 화기에 대한 제압사격을 실시했습니다. 소총연대에 배속된 동행포대는 요새화된 지점을 지속적으로 타격하고, 포병파괴집단은 방어 종심 3~11km 깊이의 독일군 포대, 지휘소, 통신소에 대해서 지속적인 제압사격을 실시했습니다.
소련 8근위소총군단의 06:00~16:00까지 초반 공세
공격준비사격동안, 06:00경 1선제대는 독일군 방어선 150~250m까지 접근해서 공격개시선을 점령하고, 06:55경에 전차 및 자주포와 함께 탄막을 따라 인해 지뢰와 포탄이 작렬하는 가운데 공세를 감행했습니다. 조직적인 저항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속속들이 2차, 3차 참호선을 장악했습니다.
주저항선의 1차 방어선을 장악한 이후, 군단장은 43근위전차여단을 투입했습니다. 43근위전차여단이 우회한 Починок동쪽의 무명고지에 고립된 방어거점들은 2근위중전차연대의 지원을 받는 11근위소총사단에 의해 9시경 점령되었으며 83근위소총사단도 계속 전진해 Перестряж를 점령했습니다. 12시경에는 전위부대가 Белый Верх을 점령해 독일군 주저항선의 2차진지를 완전히 돌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1근위소총사단 우측방의 242.8고지의 남쪽 능선에서 독일군 293보병사단의 잔여부대가 소련군의 공세를 지연시키기 위해 예비대를 어떻게든 확보하고 3차진지까지 빼앗기는 것을 저지하고자 시도했습니다. 20분간의 포격 이후 8근위소총군단은 이 지점에서의 독일군의 저항을 분쇄하고, 15시경에는 강 너머 지대를 장악해 3차진지까지 돌파했습니다.
소련 11근위군 8근위소총군단의 17시경 공세양상
17시경에는 강변 일대로부터 전체 전술적 방어종심의 돌파가 완료되었고, Старица에 대한 성공적이지 못한 공격에서 전환배치된 5전차군단이 투입되어 Ульяново를 공격했습니다. 83근위소총군단은 36근위소총군단 방면인 Дебри와 Долгая로부터 감행된 독일군 보병과 전차의 반격을 격퇴했습니다. 7월 12일이 끝나가는 시점까지, 11근위소총사단은 Старица를 장악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고, 83근위소총사단은 Ульяново외각에 도달했습니다.
공세 첫날의 결과로, 8근위소총군단의 소총사단들은 좌우측의 다른 군단이 주저항선의 2,3차 방어진지에서 치열하게 교전하는 동안 독일군의 주방어선을 돌파해 8~10km를 전진하여 2차방어선에 도달했습니다. 7월 12일이 끝나갈 때까지 독일군은 5기갑사단과 53군단의 예비를 투입해 2차방어선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전투에서 소련군은 결국 독일군 방어선을 무너뜨렸습니다. 8근위소총군단과 5전차군단은 공세 시작 3일동안 독일군 293보병사단과 5기갑사단을 패배시키고, 주방어선과 2차방어선을 돌파했으며, 30~35km의 종심까지 파고들었습니다. 2기갑군의 지휘권을 확보한 발터 모델이 9군에서 18기갑사단과 20기갑사단을 투입함으로서 7월 19일에는 돌파구 확대를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6) 공세 성공요인과 한계점
"소련군이 볼 때 초기 돌파에 가장 성공적인 요소"는 잘 준비되고 투사된 포병화력이었습니다. 공격준비사격간 집중된 포병 및 박격포 화력은 주교전지대의 모든 돌파지점에서 적은 피해로 돌파를 성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7월 12일 동안 11근위소총사단은 226명의 사상자를, 83근위소총사단은 54명이 전사하고 210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포병화력의 효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전투 직전의 전위대대들의 강행정찰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공격준비사격단계에서 적주력 방어부대와 포병 및 박격포 진지를 비롯해 방어 종심상의 도로 및 주접근로를 따라 대규모 화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적 예비가 전방으로 배치되도록 유도했습니다.
"소련군이 볼 때 초기 돌파를 성공시킨 다음 요소"는 소총부대들의 전투대형이었습니다. 8근위소총군단은 2개 제대로 구성해 1선 제대의 소총사단의 모든 연대를 1열로 전선에 배치했으며, 소총대대는 3개 제대로 배치했습니다. 이러한 전투대형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 조율되었습니다.
첫째로 이러한 전투대형의 구성은 적의 종심깊게 배치된 방어선의 연속적인 참호선을 돌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한 방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적에게 지속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둘째로, 돌파지역에 적의 대규모 포병과 전차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독일군의 방어선 전단에 과도하게 병력을 밀집시키지 말아야 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셋째로, 기존 전투경험에 의존하여 볼 때 가능한한 공세를 감행하는 부대와 참모들을 지휘통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허용되어야만 하며 특히 강력하게 중첩배치된 독일군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부대를 지휘하는 것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기 때문입니다.
넷째로, 요새화된 적 방어지대 전방 일대에 대한 공격준비사격을 통해 동시에 적의 포병 및 박격포 사격에 노출하지 않고 두터운 종심의 전투대형을 은밀하게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8근위소총군단은 의도했던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5전차군단이 공세지역에 투입되었지만, 두 군단은 Ульяново와 Старица의 독일군 2차방어선에서 저지되었고, 2일차인 13일이 끝날때가 되서야 돌파에 성공했습니다. 5전차군단은 8근위소총군단이 달성한 성공을 확대하지 못하고 보병지원으로 운용되었습니다. 이는 독일군의 예비인 5기갑사단이 2번째 방어선에 도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독일군 예비대가 2차 방어선에 미리 배치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공세는 강력한 포병 및 항공군의 지원하에 이루어져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쁜 도로여건 및 비가 내려 질척거리는 지면, 견인장비의 부족으로 포병은 적시에 2차방어선에 대한 공세를 감행하는데 실패했고, 1항공군은 적 예비가 2차방어선으로 기동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타격하지 않았습니다. 공세 첫날 독일군 전술방어선의 종심을 돌파하지 못한 결과, 독일군은 대규모 예비대를 3~5일동안 돌파구에 투입해 작전적 돌파를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동부전선에서 소련군 방어선 돌파성공 시의 공통점
8근위소총군단 같이 독일군의 방어를 돌파하는 사례들은 몇가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소련군의 작전적 집중이 공자로서의 소련군과 방자로서의 독일군에게 미친 영향과 당시의 양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공세를 감행하는 소련군의 특징
소련군은 공세를 감행하는데 있어서, 독일군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공세의 선봉에 기갑부대가 아닌 보병부대가 중심이 된다는 점입니다.
독일군 역시 보병사단이 돌파구를 형성하고 기갑사단이 돌파구를 통해 진입한다는 개념을 아예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갑사단이 공격의 선봉에 서고, 보병사단은 그를 후속해 고립되거나 포위된 방어병력을 섬멸하거나, 기갑사단이 노출한 측면을 방호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반면 소련군은 공세 초기에 기동집단이 전투에 휘말려 손실을 입지 않도록 아껴놓고, 돌파구 형성은 전적으로 소총부대, 대체로 소총군단을 포병과 독립전차여단이나 전차연대나 자주포연대(20여대 남짓의)로 보강해서 공세전면에 세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공격전면에서 보병을 지원하는건 보유 전차전력의 절반 이하로, 군단장들은 보병이 초기방어선을 점령한 이후에야 배속된 전차여단을 투입했습니다.
제병협동군이나 충격군과 같은 그럴듯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적 방어선에 가장 큰 피해를 입으며 돌파구를 형성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보병의 역할이었습니다. 보다 하위제대에 있어서도 독일군의 경우 공세 선봉에는 대체로 전차대대가 서고, 장갑척탄병들은 측면을 보호하는데 투입되는 반면, 소련군은 소총대대가 공병과 전차지원하에서 선봉에 섰습니다. 이는 소련군의 공세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보병손실이 높을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합니다.
두번째 특징은, 성공적인 작전적 집중이 달성되었을때, 상대적으로 좁은 전면에 대규모 "보병전력을 밀집"시킨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8근위소총군단은 1943년 7월 12일, 4km에 2개 소총사단이 각각 2km전면에서 공세를 감행했습니다. 각 소총연대는 700m 정도 전면에서 3개제대로 공세를 감행했습니다.
1944년 6월 23일 48군 예하의 42소총군단은 바그라티온 작전에서 총 6km전면에 공세를 감행했습니다. 중앙의 각 소총연대는 700m 전면에 2개 소총대대를 투입, 350m 전면에서 1개 소총대대가 공세를 감행했습니다.10
이는 대대단위에서, 편제병력 619명의 소총대대가, 80%정도 병력으로 운용된다고 가정시, 500명이 최소 350m 넓이에서 공세를 감행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2, 3선 제파를 고려하면, 공세가 돈좌될 경우, 후속제파가 초월하여 공세를 감행하면 병력 밀집도는 그 이상으로 증가합니다.
역사상 살상력과 전장에서의 병력분산에 대한 그래프
이 경우, 공세 선봉에 서는 소련군 소총병은 방자의 기관총이나 박격포, 야포 화력에 보다 많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Trevor N Dupuy는 인류역사의 전투에 있어 1제곱미터의 면적당 병력수를 기준으로, 무기의 살상력이 증가함에 따라서 전장에서 병력의 분산 정도가 이에 따라 증가해 살상력에 대응하는 과정을 제시한바 있습니다. 살상력의 증강에 병력분산으로 대응함으로서 오히려 이전 시대에 비해 손실율이 감소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소련군은 "작전적 집중"을 통한 방어선 돌파라는 목표를 위해서, 좁은 지역에 병력을 가능한 극대화함으로서 우세한 병력비를 달성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 대가로 높은 병력손실을 감수해야했습니다. 이는 전술적 역량과 무관하게, 소련군이 "작전적 집중"을 병력손실보다 더 우선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1944년 바그라티온에서의 42소총군단의 전투대형
세번째 특징은 작전적 집중으로 인해 야기되는 "전술적 경직성"입니다.
1943년 쿠투조프 작전에서의 8근위소총군단이나 1944년 바그라티온 작전에서의 42소총군단의 전투대형을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 1선제대 소총사단의 3개 연대가 모두 1열로 배치됩니다. 사단장에게는 가용예비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둘째, 1선제대 소총연대는 휘하 3개 소총대대가 3개 제파로 구성되거나(8근위소총군단), 700m에 2개 대대가 배치되거나, 소속 대대를 사단 예비로 배치됩니다.
이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소련군의 돌파과정에서의 공세는 군단지휘관에게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통제하에 이루어집니다. 사단장은 보유한 모든 전력이 대부분 전선에 배치되므로, 전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고 대응할 수 없습니다. 소총연대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휘하 3개 대대가 3개 제파로 구성될 경우, 연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공세 선봉에서 대대를 지휘하다가 후속 대대를 밀어넣거나, 초월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하위제대 지휘관에게 전황을 인식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전력을 집중하고 상위제대 지휘관의 통제에 둠으로서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에 가깝습니다.
전투대형의 배치만이 경직성을 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좁은 공격전면은 소총연대장이 양측방의 전투지경선을 조정하지 않고 적의 방어선을 우회하거나, 침투하는등 다양한 기동이나 전술행동이 가능한 공간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소련군의 보병교범은 우회, 포위, 침투와 같은 다양한 기동을 전제하지만, 이는 기동공간이 보장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결과적으로 작전적 집중은 공세과정에서 사상자를 유발하는 전면공격의 빈도를 높이게 됩니다.
만약 인해전술을 보병을 아무런 지원없이 적 방어선에 돌격시켜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소련군 보병의 공세는 인해전술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해전술을 적진의 돌파를 위해서라면 대규모로 밀집된 보병을 반복해서 투입해서 손실을 감수하고 적진을 돌파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소련군의 보병공세는 인해전술이라 불릴만한 요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8근위소총군단이 이런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피해를 입으며 돌파에 성공한 이유는 뭘까요?
2) 방어를 수행하는 독일군의 특징
1943년 7월 12일 293보병사단의 3개 대대가 8근위소총군단의 공세전면인 4km 넓이 전선을 방어하고 있었고, 사단의 포병전력은 단 35문의 야포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3군단 직할포병은 단 12문의 1개 포병대대였기 때문에 가용한 포병전력은 47문에 불과했는데, 문제는 293보병사단은 2개 군단의 공세를 추가로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해당 구역에 가용한 포병전력은 그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1944년 6월, 42소총군단이 공세를 감행한 6km 일대의 방어선을 담당한 것은 독일군 296보병사단의 521보병연대로서, 2개 보병대대로 구성되었으며, 사단 예비로 경보병대대(Füsilier)와 15~20대의 돌격포전력을 보유했습니다. 76mm구경 이상의 박격포와 야포 전력은 75문이었습니다.
1943년 293보병사단의 방어전면의 낮은 밀도와 부족한 포병전력은 대전 후반기로 갈수록 사단이 커버하는 방어선의 길이가 길어지고, 포대당 야포의 수가 4문에서 3문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돌파해오는 소련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살상할 수 있는 충분한 야포전력의 부족은 초기 8근위소총군단의 돌파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1943년 7월 오렐 돌출부에는 쿠르스크방면으로 공세를 감행하던 9군이 있었고, 1000문 이상의 야포, 특히 군단 및 9군 직할의 다수의 독립포병대대와 예비 기갑사단이 존재했습니다. 발터 모델이 2기갑군의 지휘권을 획득한 이후, 예비전력을 2기갑군 지대로 전환시킴으로서 소련군은 그 이상의 돌파가 불가능했으며, 11근위군은 총병력의 30%에 달하는 51,281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1942년 겨울의 르제프 전투와 달랐던 점은, 공세 전면을 방어하는 보병사단에 즉각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군단의 포병예비가 1943년의 2기갑군이나 1944년의 9군에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2가지 요소로 인해서 야기된 것인데, 독일군이 소모전으로 인해 장비를 상실한 부대를 재편하거나 신규부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기존 포대들이 감편된 점과, 소련군의 작전적 기만과 선택적 집중에 의해 독일군이 기만당했기 때문입니다.
전장의 불확실성
어떤 계획도 적과 최초로 접촉한 이후에 살아남을 수 없다. 대몰트케
결과적으로, 소련군의 작전적 집중에 골몰하는 공세작전과정의 특징과, 독일군의 점진적 전력소모와 정보전의 실패는 소련군이 1942년 르제프에서 끔찍한 피해를 입고, 1943년 쿠르스크의 반격간 돌파구 형성에는 성공하지만 스탈린그라드를 재현하는데 실패하고, 1944년 바그라티온에서 독일군의 등뼈를 꺾어놓는 긴 과정에서 소련군에게 최종적 승리와 함께 엄청난 병력손실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련군의 공세 양상을 살펴보면, 작전적 집중과 목표달성에 초점을 둘 수록, 전술적인 유연성은 감소한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1984년 미육군 야전교범 FM-100-2-1에서 소련군의 유연성 개념에 대한 미군의 평가를 통해서 짐작되어질 수 있습니다. 미육군의 분석에 따르면, 소련군은 하위제대에서는 제한된 유연성만을 허용하지만, 반면에 상위제대로 갈수록 더 높은 유연성을 보입니다. 소련군은 냉전기에도, 상위제대가 보다 많은 예비대를 보유하고 통제함으로서 전장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보다 집권화된 지휘통제가 더 유연하다는 관점입니다.
반면 이와 대립되는 유연성에 대한 관점은 독일군의 임무형전술(Auftragstaktik)입니다. 임무형전술은 보다 분권화된 리더십을 추구하며, 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제대의 지휘에 있어서 주도권을 보장하고, 요구하는 지휘철학입니다. 이는 하위제대에게 "지휘관의 의도"라는 컨셉에 따라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도록 권한을 부여함으로서 기회를 극대화하도록 하위지휘관을 독려합니다.
소련군은 공격과정에서 작전적 집중을 통해 확보된 전력을 기동시키고, 임무를 부여하기 위해서 고도로 상세한 작전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러한 작전계획대로 실제 진행되는 경우, 소련군의 작전적 집중의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반면에 전장의 불확실성이 장난을 치는 경우, 예를 들어 확인되지 않았던 독일군의 포병/기갑예비라던가, 독일군이 소련군의 공격의도를 사전에 인지하고 준비한 경우, 작전적 집중과 정밀한 사전계획, 그리고 상대적으로 경직된 전술제대의 운용은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1942년 르제프에서의 화성 작전이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전 후반기로 갈수록 독일군 전력이 소모되면서, 점진적으로 전장의 불확실성은 감소했기 때문에, 소련군이 르제프나 하르코프에서 겪었던 파멸적인 결과를 경험할 가능성은 계속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5년까지 소련군은 끊임없이 거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방어에 비해서, 공격이 보다 불확실한 전장으로 공자를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11근위군이 보여주었듯이, 일단 계획이 컨트롤하지 못한 적 종심상으로 진출했을때 소련군은 압도적인 포병전력을 효과적으로 투사할 수 없었고, 독일군의 예비대나 지연병력을 초기 돌파시점처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없었습니다.
미육군의 고전적인 포병교리는 야전포병이 공격시에는 분권화, 방어시에는 집권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격시에는 피지원부대에게 주도권을 보장하기 위해 방어시보다 덜 집권화된 통제가 요구된다. 근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주도권과 공격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서 포병부대 지휘관은 하위제대 포병지휘관에게 보다 큰 행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직접지원 및 화력증원 임무는 낮은 수준의 집권화 정도를 대표한다.
일반적으로, 방어작전중에 피지원 지휘관은 그의 화력지원에 있어 집권화된 통제를 유지한다. 이를 통해 그는 적의 주공을 발견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방어 상황에서는 야전포병자산에 대한 보다 집권화된 통제가 일반지원, 일반지원/화력증원 임무의 배속을 통하여 유지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공격작전간 불확실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위제대가 보다 주도권을 가지고 필요한 포병자산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권한과 즉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소련군은 공세과정에서도 가능한 상위제대 지휘관이 가용자산을 손에 쥐고 집권화된 통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물론 이러한 지휘통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련군, 특히 소련 포병의 질적 취약점들, 무전기의 부족, 숙련된 포병장교의 부족, 저질 사격통제장치와 같은 약점들을 작전구역내 포병의 밀도, 즉 양을 통해 극복하는 소련군의 해결책에는 더 적합했다고 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소련군의 선택이 소련군의 높은 손실을 가져온 원인으로 보는 것 역시 합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소련군은 이러한 선택을 통해 독일군의 전력약화를 틈타 공세의 성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공세를 감행하는 소련군의 선택은 적합한 것이었을까요? 손실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공세를 지속하는게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
- moresaz2 (112.175.xxx.xxx)
- 2018-06-20 22:47:03
- 진짜 좋은 글 입니다. 이런 글이 비밀에 많으면 좋겠습니다.
-
- 빤스지기 (112.175.xxx.xxx)
- 2018-06-19 22:29:39
- 1944년 중반 이전의 소련군과 그 이후의 소련군은 작전술 자체가 달라졌씁니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소련도 병력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고 병력을 많이 아끼는 작전술을 독일에게서 배워서 써먹습니다.
1944년 중반 이후의 소련군은 굉장히 기계화되고 능숙해졌씁니다.
-
- 똥포아빠 (112.175.xxx.xxx)
- 2018-06-22 14:39:12
- 많은 노력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발제글입니다.
비밀사이트의 수준을 높여주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
- 8thDiv (112.175.xxx.xxx)
- 2018-06-19 22:55:12
- 1944년 6월 22일부터 진행된 바그라티온 작전에서도 위에서 보여드린 공격준비사격-돌격-돌파구강화-전과확대를 위한 기동집단 투입의 종심작전 양상은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당시 총병력 233만명 중 76만 이상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소련군이 돌파구 형성 단계에서의 작전적 집중을 보다 분산시키는 시도를 한 시점은 냉전기가 되어서야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1943년 쿠르스크에서의 소련군의 종심작전 개념과 1944년 바그라티온의 종심작전 개념은 보다 능숙해진 부분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돌파구를 형성하는 소총군단이 전면 기계화되려면 냉전기가 되어서 소총사단의 차량화소총사단으로의 개편 이후에야 가능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