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추진기관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사실 학교다니던 시절 추진 교수님께는 부끄럽게도 추진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열역학에 데여서...).

몇 가지 책자와 인터넷 등을 통해 줏어들은 내용을 토대로 글을 작성하지만 이론적으로 틀린 설명이 있을 가능성도 다분합니다만, 얼마전에 가변 싸이클 엔진 관련하여 자료를 좀 찾다가 얻은 내용들을 한 번 정리해 봅니다. 틀린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시는대로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제트 엔진은 압축된 공기를 뒤로 분사하여 내보내는 것입니다. 로켓엔진과도 작동원리 자체는 동일하지만 로켓엔진은 오직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연료(및 산화제)만으로 작동하지만 제트엔진은 외부로부터 공기를 빨아들여 이것을 압축한 뒤 다시 뒤로 내뿜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명칭으로는 터보제트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터보'란 터빈을 사용하는 엔진이란 뜻입니다. 터빈이란 쉽게 말해 풍차나 바람개비 같은 것으로, 공기(혹은 물이나 액체 등)가 흐를 때 그 흐르는 힘에 의해 돌아가는 장치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자동차의 '터보'는 보통 배기가스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그 힘으로 다시 압축기를 돌리는 터보수퍼차저(터빈식 과압기)의 준말이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트엔진은 터보제트 엔진이며, 여기에도 터빈이 들어있습니다. 제트가 뿜어져 나올 때, 그 힘으로 터빈을 돌립니다. 터빈에는 구동축이 연결되어있고 이 축은 엔진 앞쪽으로 뻗어 나가 있어 압축기와 연결됩니다. 압축기는 공기를 압축하여 뒤로 보내고, 그 압축된 공기는 뒤로 뿜어져 나가며 터빈을 돌리면 그 힘으로 압축기는 다시 계속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이러면 무슨 영구기관 같지만 당연히 이대로 두면 돌아가지 않고, 압축된 공기에 연료를 분사하여 연소시켜서 추가적인 에너지를 만들어야 터빈을 돌려 압축기를 돌리고 남는 제트는 뒤로 분사하여 제트엔진이 추진력을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제트의 힘 대부분을 터빈을 돌리는데 사용하고, 대신 구동축이 압축기를 넘어 더 앞으로 뻗어나가 프로펠러와 연결되면 터보프롭이 됩니다. 혹은 별도의 터빈이 하나 더 달려 있어서 그 터빈에따로 또 구동축을 연결하고, 그 구동축에 다른 기계장치를 물리면 가스터빈 기관, 혹은 헬리콥터에 쓰는 터보샤프트 엔진이 됩니다.

참고로 압축기와 터빈은 작은 날개가 여러개 달려 있어서 대단히 흡사하게 생겼는데, 작동원리는 정반대입니다. 압축기는 그 스스로가 돌아가서 공기에 일을 하는 장치고, 터빈은 공기로부터 일을 받아 돌아가는 장치입니다. 즉 극단적으로 비교하면 압축기는 선풍기고 터빈은 바람개비인 셈입니다(압축기는 작은날개가 여러개 달린 형태, 즉 축류식 압축기 이외에 원심식 압축기라는 것도 있지만 항공기용으로는 드물게 쓰이는 편이라...)

현재 쓰고 있는 대부분의 항공기용 엔진은 터보제트 엔진을 약간 변형한 터보팬 엔진입니다.

 

위 그림이 터보팬 엔진의 개략도입니다.

일단 압축기(compressor)가 있고, 연소실(burner)이 있고, 터빈(turbine)이 있는 것은 터보 제트엔진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압축기 앞쪽에는 팬(fan)이 하나 더 달려 있습니다.

이 팬이란 것은 어떤면에서 압축기 하나, 혹은 여러개를 마치 프로펠러처럼 크기를 키워 놓은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터보팬 엔진은 기존의 터보제트 엔진에서 앞쪽에 팬을 더 붙이거나 맨 앞쪽 압축기 사이즈를 좀 더 키워서 터보팬 엔진으로 개조한 것도 있습니다.

보통 터보팬 엔진은(그리고 대부분의 터보제트 엔진도) 압축기-구동축-터빈이 두 쌍입니다. 본래 압축기와 터빈은 직경이 다르면 RPM 역시 서로 다른편이 효율이 좋습니다. 그러나 10~20개나 되는 압축기(정확히는 압축기 로터)를 전부 다른 속도로 돌게 하려면 감속기어가 엄청나게 들어가야해서 제트엔진이 너무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보통은 하다못해 두 종류만이라도 만들어서 서로 회전속도를 다르게 합니다. 위 그림을 보면 검은색으로 칠해진 부분과 회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있는데, 회색으로 칠해진 구동축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구동축 안쪽을 관통하는 이중구조입니다. 각각의 회전속도 자체는 터빈의 모양으로 결정하고요(여기에 더하여 압축기에서 회전하지 않는 부분에 안내깃의 각도가 RPM에 따라 바뀌도록 하는 등, 추가적인 설계가 더 들어갑니다). 보통 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가장 공기를 많이 압축하고 또 가장 먼저 연소된 가스를 이용하여 터빈이 돌아가는 부분을 코어(core)라 부르기도 합니다. 혹은 고압(HP, High Pressure)부라 부르기도 합니다.

제트엔진이 추진력을 많이 내는 방법은 둘 중 하나입니다.

1. 가스를 가능한 더 빠르게 분사한다.

2. 가스를 한번에 더 많이 뒤로 분사한다.

1번을 이루는 방법은 연소실의 온도를 높이는겁니다.

2번을 이루는 방법은 엔진이 가스를 뒤로 내뿜는 부분의 크기 자체를 키우는겁니다.

추진력, 그러니까 힘 자체는 1, 2 둘중 어느쪽이건 상관 없습니다. 단, 속도가 빨라질 수록 뒤로 내보내는 공기의 양을 늘리는 것 보단 내보내는 공기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게 유리합니다. 항공기 속도가 마하 1인데 엔진의 분사속도가 마하 0.5이면 당연히 추력이 제대로 안나옵니다. 엔진에서 나오는 제트의 속도는 더 빨라져야 합니다.

하지만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면 빠르게 내뿜는 것 보단 한 번에 많은 공기를 뒤로 내보내는 편이 연료효율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터보팬은 앞쪽 압축기 일부의 크기를 크게 키워서, 이 부분은 비록 뒤로 내뿜는 공기의 속도는 느리지만 대신 한 번에 많은 양의 공기를 뒤로 내뿜어 추진력을 얻습니다(사실 이를 더 극단적으로 한게 프로펠러라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프로펠러는 특수한 일부를 제외하면 마하 0.5~0.6 이상이 되면 효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집니다).

 

특히 여객기의 엔진은 앞쪽 팬의 크기가 매우 큽니다. 팬을 거친 전체 공기 중, 연소실까지 거치는 공기와 그렇지 않고 그냥 팬만 거치고 뒤로 보내지는 엔진의 비율을 바이패스 비((BPR, By-Pass Ratio)라 부릅니다. 여객기 엔진은 이 바이패스 비가 8~10정도 됩니다. 전체 공기중 연소실까지 들어가는 공기가 1이면, 그냥 팬만 거치고 뒤로 나가는 공기의 양이 8~10정도 된다는 소리입니다. 그렇기에 추력 자체도 연소실을 거쳐 뒤로 내뿜어지는 제트보다는 팬을 거쳐서 뒤로 분사된, '바이패스 된 공기'가 더 많이 만듭니다. 느린 속도의 공기로 추진력을 얻으면 소음 역시 줄어든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반면 전투기는 바이패스비가 작습니다. 보통 0.5미만이며 0.3 수준인 것도 있습니다. 일단 급기동을 하고, 초음속으로 비행해야 하는 전투기는 엔진을 동체 안에 넣어야 하므로 엔진 크기가 무작정 커질 수 없습니다. 또 바이패스 비율이 크면 전체 공기흐름의 속도가 느려지는데, 초음속 비행중에는(비록 추가로 애프너버너를 사용하지만) 분사되는 가스가 느리면 엔진추력 역시 줄어듭니다. 특히나 애프터버너가 없이 초음속순항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바이패스비율이 매우 작거나, 혹은 아예 없는 편이 유리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투기용 엔진은 저바이패스 터보팬 엔진을 많이 쓰며, 여객기에 비하면 하도 바이패스비가 작아서 '공기가 옆으로 새는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약간의 바이패스라도 그냥 터보제트보다는 아음속 순항시 효율이 훨씬 좋으므로 현재 개발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투기용 엔진은 터보제트 엔진이 아닌 터보팬 엔진을 사용합니다. 터보팬 엔진 사용시 바이패스되는 공기가 엔진 압축기 바깥쪽과 연소실을 냉각시켜줘서 엔진 효율이 높아지고 전투기에도 고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며, 애프터버너 사용시 연소실을 거치지 않은, 산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신선한 공기'가 애프터버너에 유입되어 애프터버너 연소효율이 좋아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여기서 엔지니어들은 한가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만약 비행중 바이패스 비율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면...?

 

이 간단해 보이는 아이디어는 1970년대, 그러니까 터보팬이 본격적으로 전투기에 쓰이던 시절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현재까지 실전 배치된 전투기에 적용된 사례는 없습니다.

 

가장 유명한 엔진은 GE의 YF120 엔진입니다. 바로 ATF 사업, 그러니까 현재의 F-22를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한 엔진입니다. 당시 P&W는 YF119를 제안하였고, GE는 YF120을 제안합니다.

 

YF120은 아음속 순항시에는 터보팬엔진으로 작동하다가, 초음속 순항시에는 바이패스 되는 통로를 거의 막아버리고 터보제트엔진으로 작동하는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나치게 신 기술이라 위험요소가 있다는 점, 정비소요나 무게증가의 소요가 있다는 점 때문에 결국 F119에 밀렸습니다(물론 GE는 기술 발전 덕에 YF120이 기존 F110 엔진보다도 전체 부품수도 더 적고, 터보팬-터보제트로 변화하는 장치로 인한 무게증가도 거의 없다고 항변했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러한 엔진 개념 자체는 1970년대부터 계속 연구되어 왔는데, 사실 1970년대의 연구 방향은 주로 마하 2~3급 초음속순항 전투기나 폭격기, 혹은 여객기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P&W는 다른 방향으로 연구를 했는데, 바이패스되는 공기에다가 일종의 애프터버너처럼 연소실을 하나 더 두는 개념이었습니다. 초음속 순항 모드에서 애프터버너는 없애는 대신 속도가 느린 바이패스된 공기만 한 번 연소를 더 해주어도 초음속에서 쓰기에 충분한 엔진이 나온다는 거였습니다(사실 GE도 비슷한 개념을 연구를 아예 안한건 아닙니다).

 

이 외에도 두 회사 모두 애프터버너 + 외부연소실이라던지, 앞쪽 바이패스 공기를 끌어오는 시점을 제일 앞쪽 압축기에서만 빼내는건지, 혹은 고압압축기에서도 추가로 빼내는건지 등등을 연구합니다(당연히 전부 미 공군, NASA등으로 부터 돈 받고...).

 

얼마전에 파리에어쇼에서 GE사가 공개했다는 신형 터보팬 엔진도 GE가 자비를 털어 개발한 것은 아니고, 미 공군의 사업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건 본래 차기 폭격기 혹은 무인전투기 용으로 애프터버너 없는 버전을 미 공군 연구소 주관으로 만들던 것인데, GE사가 이것을 약간 변형하여 애프터버너가 달린 전투기용 엔진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거죠.

 

파리에어쇼에서 공개했던 것은 제일 외곽쪽은 맨 앞쪽 압축기에서만 공기를 뽑아 바이패스 시키고, 그 안쪽에는 더 많이 압축된 공기를 뽑아 바이패스 시키는 개념으로 바이패스 되는 통로가 두 군데입니다. 이중 안쪽의, 더 앞축된 공기를 뽑는 바이패스 통로를 조절하여 전체 바이패스 비율을 조정하는 개념입니다. 이 엔진이 앞으로 실제 전투기에 적용될지, YF120처럼 시제 엔진만 만들어진채로 끝날지는 지켜볼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