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간단한 이유입니다. 더 느리니까요.

직관적으로 생각해봐도, 빠른 속도에서 방향까지 빠르게 전환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미사일 입장에서 제일 큰 문제는 흔히 G값으로 표현되는 관성력 때문입니다.

사람이 타는 항공기는 결국 사람이 못 견디기 때문에 9G로 기동이 제한됩니다.

미사일의 경우에는 물론 더 큰 값이 되지만 결국 미사일 자체의 구조물이 견딜 수 있는 가속도 값이 있습니다. 특히 대함미사일처럼 큰 미사일은 더욱 그렇습니다. 구조물이 크다는 소린 결국 무겁단 소리고, 무겁단 소리는 결국 똑같은 가속력을 받아도 더 큰 힘을 받는다는 소리입니다. 이를테면 100kg짜리와 200kg짜리 물체가 있을 때, 똑같이 10G의 선히를 하면 둘 다 중량의 10배씩의 힘을 받으므로 각각 1000kg, 2000kg의 힘을 받습니다. 공대공 미사일이 30G, 40G 선회가 가능한 이유도 따지고보면 미사일 자체가 가벼운 탓이 큽니다.

그렇기에 미사일도 마냥 견딜 수 있는 G값이 큰 것은 아닙니다. 보톧 대함미사일이 10~20G 정도 기동이 가능하죠.

만약 어느 아음속미사일과 초음속미사일이 둘 다 똑같이 기체구조물 한계상 20G 까지만 기동이 가능하다고 가정해보죠.

한쪽은 마하 0.8이고, 또 한쪽은 그 3배인 마하 2.4로 비행한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미사일(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의 선회율은 다음의 공식을 따릅니다.

선회율 = (중력가속도 * (하중배수^2 - 1)^0.5 )/속도

중력가속도는 흔히 말하는 9.8m/^2입니다. 하중배수수는 흔히 말하는 G값입니다. 여기서는 두 미사일이 똑같이 20G까지만 기동이 가능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럼 결과적으로 두 미사일의 선회율의 차이는속도의 차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데, 위 수식에서 보시다시피 선회율은 속도에 반비례합니다. 즉 속도가 3배 빠르되 같은 G로 선회하려면 선회율은 1/3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만약 속도는 3배빠른 상태에서 선회율도 똑같으려면 하중배수, 즉 G 값이 대략 2.5배 가량 더 걸립니다. 아음속 미사일이 일정 선회율로 선회시 20G가 걸린다면, 그 3배속도로 비행하는 초음속 미사일이 동일한 선회율을 가지려면 그 2.5배인 50G를 견뎌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사실 미사일 뿐만 아니라 전투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전투기가 무작정 빠른 속도에서 선회기동을 하는게 아니라 양력을 9G로 만들 수 있는 속도범주 내에서 가능한 느린속도(=코너속도)에서 기동을하죠(너무 느리면 양력이 모자라서 9G 자체를 못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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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초음속 미사일이 쓸모 없단 소리가 아니라, 초음속 미사일은 아음속 미사일보다 회피기동 성능이 떨어지는 대신(회피 기동을 아예 못한다는게 아닙니다) 그 속도 자체가 가장 큰 무기입니다. 초음속 미사일은 공격에 소요되는 시간 자체도 짧을 뿐더러  종말단계에서 적 대공 화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최소화되므로 일장 일단이 있는겁니다.

가장 좋은거야 아음속 미사일 수준의 회피기동이 가능한 초음속 미사일이겠지만,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습니다. 그러려면 엄청나게 좋은 소재를 써서 훨씬 높은 G에도 견디게 미사일을 만들던지, 아니면 무게가 왕창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고(=사거리 감소, 필요추력 증가, 필요 날개면적 증가 등등) 미사일 구조물을 엄청 보강하여 튼튼하게 설계하던지 해야 하죠(근데 미사일 자체구조물이 견뎌도 이번에는 전자부품들이 또 견뎌야 하는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