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올리기 뭐해서 약간 관련 있는 글을 첨부합니다. 도태시켜야 물건이라는데 이의 없습니다.

육군 야전 정비부대의 실상

        글 : 이치헌,사진 : 안승범

평시에는 상시 전투 태세를 유지하고 전시에는 전투를 수행하여 승리해야 하는 군에게 무기와 장비는 대단히 중요하다.

최신 첨단 무기체계와 장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라도 그것을 써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제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비 및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우리 육군의 정비부대들은 이러한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음에도 일선 전투부대에 비해 투자 순위가 밀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일선 정비부대가 처한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방에 있는 한 야전 정비대대를 찾아가 보았다.

자주포 포탑도 못 돌리고 못 드는 화포 정비고

전방 지역 부대들의 화포와 궤도차량 등 무기체계를 정비하는 육군 제○군수지원사령부 예하 ○○정비대대. 필자 일행을 맞이한 것은 한 눈에 봐도 지은 지 오래되어 보이는 막사와 정비시설이었다.

대대장실에서 대대장님과의 환담 후 처음 들른 화포 정비고는 80년대에 견인포 정비용으로 지어진 시설인데 현재는 K9 자주포의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견인포에 맞춰서 만들어진 시설이라 자주포는 K9은 물론 K55조차도 본격적인 정비를 하는 데 무리가 있어보였다.

내부가 비좁아 K9 자주포는 실내에서 포탑을 돌릴 수 없었고 천장 크레인은 한계 하중이 15톤으로 K9 포탑을 들어올리는 데 필요한 30톤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뿐만 아니라 가건물을 연상케 하는 부실한 천장 구조와 적정 온/습도 유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실내, 노후되고 조도도 낮은 조명등은 과연 여기서 정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다음에 간 곳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총체적 난국의 궤도차량 정비고

화포 정비고 다음으로 찾아간 궤도차량(전차, 장갑차) 정비고는 상태가 더 심각했다. 우선 건물 자체가 지은 지 30년이 다 되어서 매우 낡았는데 천장은 비가 새고 항온/항습을 위한 어떠한 설비도 없어서(에어컨은 고사하고 난방장치조차 없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데다 습기에도 매우 취약한 환경에서 장병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러한 실내 환경은 정비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쾌적한 환경이 되지 못하여 업무 능률이 떨어짐은 물론 정비를 요하는 입고 장비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실제로 이 정비대대는 도색장이 따로 구비되어있지 않아서 장비 도색을 정비고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장마철 등 습도가 높은 시기에는 도장면이 분리되고 기온이 섭씨 5℃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기에는 도료가 잘 굳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어떠한 항온/항습 시설도 갖추어지지 않은 정비고 안에서의 도색 작업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거기다 환기 시스템도 갖추어지지 않아서 도색 작업시에는 정비고 문과 창문을 열어놓고 작업한다는 말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정비고는 본래 동시에 전차 2대를 정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 날에는 K1과 M48A5K 각 1대씩 전차 2대와 K200 1대, K200A1 2대 등 장갑차 3대가 함께 입고되어 있었다.

야전에서 정비 소요는 많이 발생하는데 시설이 따라주지 못하여 가용 정비 용량이 초과될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정비고에는 조명 시설도 변변치 못하여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야간 작업에도 많은 지장을 주고 있었다.

 더 어이없는 점은 장병들을 위한 시설이 미비된 것으로 이 정비고는 샤워장은 물론 화장실조차도 없어서 안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큰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해법?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 현실을 끝내면 된다

현재 육군의 야전 정비부대는 모든 정비부대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앞의 두 정비고의 사례가 보여주듯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는 예산 투입 순위가 전투부대에 비해 밀려서 그런 이유가 크다.

 최신 첨단 무기체계와 장비를 도입하는 데에는 예산을 우선적으로 투입하면서 그 장비들을 정비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예산 순위가 밀리는 이상한 일이 예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음이라 하겠다.

앞에서 살펴본 정비대대의 예를 더 들어보자면 정비고만 오래된 것이 아니라 장병들의 막사도 전방 전투부대에 침대형 신막사가 지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도 아직 침상형의 구막사이며, 정비부대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인 차량들도 전투부대에 개량형(A1 시리즈) 표준차량이 들어올 동안 1¼톤 카고차량만 개량형이 보일 뿐 아직도 거의 모든 차량이 구형 차량으로 특히 야전 정비임무에 중요한 1¼톤/2½톤 정비샵밴과 구난차, 트랙터 등은 전 차량이 구형 차량이라 조속한 대체가 필요해 보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정비부대가 예산 투입 순위가 낮다는 증거가 될 것이며, 물론 이러한 시설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정비부대에 근무중인 장병들은 묵묵히 일하고 있지만 인프라가 따라주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설 등 인프라 개선 투자가 매우 시급한 이유다.

또다른 문제는 시설의 열악함과 더불어 병역자원 감소로 인해 정비부대도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점이다.

시설 등 인프라가 갖추어진다고 해도 정비 임무를 수행할 인력이 부족하면 원활한 임무 수행이 어려운 법인데 군지사 예하 정비대대들도 평시에 부대 인력이 완편되어있지 않아서 유사시에는 동원 예비군을 충원해야 한다.

그런데 정비대대는 전문 주특기 인원들이 많아서 해당 주특기 보유자를 동원 지정해야 하는데 보통 연고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동원 지정의 현실상 부대별로 주특기가 맞는 인원을 지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역시 교통비 등 예산상의 문제가 커 보인다.

따라서 특정 주특기 보유자를 동원 지정하는 것에도 당국이 신경써야 하겠다.

21세기의 전장은 전술 및 무기체계의 발달로 전/후방이 따로 없으며 출산율 저하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로 병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적은 인원으로 최상의 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신 첨단 무기와 장비 도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 무기/장비라 해도 지속적인 정비와 유지관리가 따르지 않으면 정작 써야 할 때 전력 발휘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야전부대에서 운용하는 장비는 야전에서 제대로 정비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신속한 전장 투입으로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예전부터 군인은 좀 불편해도 되고 인프라가 열악하면 정신력으로 버티면 된다는 이상한 사고가 만연해있는데, 유지관리되지 않아서 당장 전투에 쓸 수 없는 장비를 정신력이 커버해줄 수는 없으며 그게 가능하다면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되었어야 한다.

정치권과 재경 및 군 당국은 이 점을 명심하여 정비 및 유지관리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며 본인의 자녀들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국가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나올 것이다.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하는 것이 맞다.

(출처 디펜스타임즈 2013년 10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