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합니다.

제가 별 필요도 없는 억측과 가정을 더하는 것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지휘부로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문제를 파악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혹시라도 이럴 가능성을 놓치지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글 올립니다.



1. 외부 충격입니다.

지금 아니라고 하실 순 없다고 봅니다. 후행하던 속초함과 TOD로 상호 견시하고 있었고 해당함이 새떼라고 의심만 갈 뿐인 표적에 대해 발포했습니다. 속초함에서 선행하던 천안함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볼 수 있었고 그 상황이 외부 공격이 아닐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야간에, 그것도 최북단 접적 지역에서 무단 발포를 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예산 상황 잘 아실겁니다. 탄 한 발 가격이 아까운 판에 아무 정황 증거없이 10여 분간 일단 사격했다는 것은 외부 충격에 대한 증거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휘부에 전파되었을 겁니다. KNTDS는 그러라고 만들어 준 것이니까요. 후에 TOD 녹화 영상 반드시 공개하시길 바랍니다.

내부 충격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함정의 노후도, 피로도 상당합니다. 허나 함정이 그렇게 삽시간에 침몰할 만큼 붕괴되었다는 것은 인위적인 방법이 아니곤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선미 침수로 선수가 들려서 용골이 휘면서 절단되었다? 민간 선박도 그렇게 침몰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함정입니다.

여타 언론에 퇴역하신 여러분들께서 함정의 노후도를 지적하시는 글은 FFX의 추진에 조금이라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약간 다른 시각의 접근을 가지고 계신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도 있겠지만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함내 불순분자 지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참모총장께서 새로 이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인사철입니다. 2함대 내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부침이 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함대 내 지휘관들의 진술에 대해 유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히려 부사관분들의 설명에 더 진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정치권도 선거철입니다. 불순분자 운운은 유언비어입니다.


2. 북이 연관되지 않았습니다.

백령도 주변 경계 체계, 다 아실만한 분들이시고 고속정 같은 게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곳도 아니라는 것 다 아실 겁니다. 잠수정의 경우 제가 알기로 백령도 인근 해역엔 이미 SOSUS가 깔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에서 움직였다면 한미 정보 당국이 그걸 모를 리가 없습니다. 당시 파도도 잔잔했고 이런 얕은 해역에선 수중에서의 기동이라도 항적이 올라옵니다. 백령도 북방/동북방/동방/동남방에서의 접근은 반드시 접촉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흔적이 없습니다. 또한 북측의 반응을 봐도 그렇습니다. 현 정권에 불만이 있다면 분명히 이어서 드러낼 이유가 북측에겐 충분하고 또한 그걸 이용할 여지도 높습니다. 게다가 이번과 같은 큰 전적이 그들 입장에선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정도 아니고 함이 침몰했는데 군부라도 나서서 서로 자기가 했다고 전공 자랑을 해야 옳습니다. 헌데 반응이 없습니다. 뒤로는 고소해 할 수도 있습니다만 자기들이 했다고 나서지 않는 것은 북측의 기존 성향을 감안할 때 그들이 한 짓이 아니라는 생각, 강합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더욱이 미측도 북측의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현 시점에서 북한을 이번 사고의 주모자로 모는 것은 정치적 북풍 이외 아무것도 아닙니다. 군에서 오히려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예단 말씀도 그런 방향으로 이해합니다.


3.
a. 충격 요인_음향 감응 기뢰일 경우

해당 함정의 음문이 필요합니다. 음문을 획득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당 함정을 근접해서 녹음해야 하구요. 최근 2 함대의 해외 순항 훈련에 대한 검색을 해 봤습니다만 제 실력으로 검색되지 않습니다. 2001년 10월 이후 2 함대의 해외 순항은 중국의 청도 밖에 검색되는 것이 없군요. 더구나 이런 PCC급의 경우 기착지가 매우 한정되어 있을 겁니다. 해당 기착지에 대한 정보만 알아도 누가 천안함의 음문에 접근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기항지, 예상으론 중국의 북해/동해 함대사령부, 대만, 필리핀 정도입니다. 일본은 보통 1함대가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b. 충격 요인_중어뢰일 경우

백령도 인근 해역에 SOSUS 가 완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만일 접적 방향에만 부설되어 있고 다른 방향, 즉 서남쪽이나 남쪽으론 부설되어 있지 않았다면 잠수정이 아니라 잠수함도 접근 가능합니다. 인근 해도를 살펴보니 백령도 서방/서남방의 수심이 가파르게 낮아지더군요. 아 해군이 이쪽은 우리측 수역이라고 혹시 방심하여 대잠 정보 체계의 구비에 혹시 소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이 방면이 아측 잠수함/정의 이동 경로였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제가 본 해도 상으론 이 방향으로 잠수함/정의 접근이 비교적 용이합니다. 중어뢰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천안함의 음탐 체계가 일부 고장이 났거나 최근 훈련으로 인해 과도하게 운영되어서 일시 고장난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미쳐 컨택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4. 이와 같은 상황을 알고 있을 나라들

최소한 아해군 PCC의 조악한 음탐 장비의 수준과 백령도 인근으로 접근 가능한 수중 경로를 파악하고 있고 백령도 주변 수중 탐지 체계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만한 대상국으로 중국/대만/일본을 예상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둥해 함대에서 북해 함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백령도 주변 상황에 대해 인지할 뿐 직접 잠수함 이동 경로나 해도 작성을 할 수준은 아닌 걸로 압니다.

일본은 가능은 하지만 독자적으로 군사력을 운용하는 국가가 아니므로 제외할 수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일본이나 미국을 통해 관련 지형 정보나 군사 정보에 접근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럴 역량이 되는 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여타 미국/러시아가 있습니다만 그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행동할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5. 최근 정황

특이하게도 대만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마잉주 총통이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순방하다가 한국 시간으로 자정 대만 시각으론 2300시, 순방국 현지 시간으론 0100~0200시에 갑자기 긴급 안보 회의를 소집합니다. 순방 중인 국가에서 시차 적응이 잘 안되어서 그랬던 것일까요? 한밤중에 화상 회의를 하고 바로 전군에 비상 경계령을 발동합니다.

대만의 경우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안보 긴장이 있는 국가이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안보 회의 소집할 수도 있구요, 경계령 발동 할 수도 있습니다.

27일 밤, 마잉주 총통이 귀국했습니다. 바로 안보 관계 장관들에게 이번 사고에 대한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치하합니다. 치하? 우리와 어감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제가 과문한 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은 잘했다는 칭찬으로 들립니다. 외국에서 벌어진 사고로 인해 자국의 장관들이 대응을 잘 해줘서 치하한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문화가 다르니 단정하지 못합니다. 허나 우리 정부가 만일 그러했다면 이것은 상식 밖의 일입니다. 일본 자위대 함정이 침몰했고 우리군에 비상이 걸렸고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께서 귀국하자 마자 관련 장관들을 치하한다?



비밀에도 관련 기관에 근무 중이신 분들이 계실 걸로 압니다.
대만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최근 삼성전자 기흥 공장에서 변압기의 퓨즈가 소실되어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3 차례. 아직 원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삼성 측이 이런 걸 제어 못하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 물론 정전 사고는 종종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공장의 신축이나 이전 때문이지, 이번처럼 평상시 전력 운용 중에 퓨즈가 나가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만일 대만이 무엇인가를 위해 국내에서 일를 진행한다면 삼성전자의 정전이나, 이번 초계함 침몰은 제각각 벌어진 것이 아닌 연계된 사보타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대만이 벌인 일이라면 우리는 매우 낯선 문제에 봉착합니다. 이 추측이 그저 어이없는 상상이기만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