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토론방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군수와 보급이다.
여기 무기 토론방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각의 근저를 잘 관찰해 보면 군사력은 얼마나 좋은 무기와 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는가와 병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거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역사 속의 전쟁들을 살펴 보면 (아주 잘 살펴 보아야 하는데)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거의 대부분 군수와 보급에서 결정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무기 방에서 군수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별로 없어서 오늘은 이 부분을 좀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고구려가 수나라와 당나라를 다 물리쳤다고 하지만, 중국의 이들 왕조가 고구려 땅에서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그 긴 엄청난 거리의 보급로와 그 보급을 담당하는 인원들의 고생을 생각해 보면, 수긍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 아시아 의 전쟁에서 보급은 식량 보급을 말하는 것인데, 쌀만 보급해 주면 반찬은 병사들이 알아서 챙겨서 먹었던 듯하다. 어떤 분석에 의하면 병사들의 3 달 치 쌀의 무게는 85Kg 쯤 된다고 한다. 수나라 병사들이 요동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시간을 끌자, 전쟁을 빨리 끝낼 셈으로 30 만 명을 선발하고 보급 라인을 만들지 않고 병사가 직접 식량을 짊어지고 평양으로 쳐들어가게 했었다. 아마도 병사 1 인당 80 Kg의 쌀을 짊어지게 하고 행군을 시작했는데... 기병이 아닌 보병들에게는 지옥같은 일이었다. 병사들은 그 무거운 식량을 짊어지 갈 수 없어서 수 많은 병사들이 쌀을 땅 속에 파묻고 행군을 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걸 들키는 자는 사형에 쳐해졌음에도 말이다. 식량이 일찍 떨어지고 보급라인이 닿지 않는 고구려 땅에서 굶주리기 시작한 수 나라 군대는 결국 패퇴하고 말았다.
고구려는 청야 작전을 써서 그들이 식량을 현지 조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쳐들어 갔을 때 러시아도 청야 작전을 펼쳐서 프랑스군은 춥고 굶주린 상태에서 궤멸하고 만다.
2차 대전 때 미군이 독일을 이긴 것은 미국의 엄천난 보급 능력에 독일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 그 이유다.
2 차 대전 때의 일본 역시 미군의 엄청난 군수와 보급 능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독일이 U 보트로 대서양응 건너던 화물선들을 계속 격침했을 때 미국이 내 놓은 응급처방은 유보트가 격침시키는 화물선 대수보다 더 많은 화물선을 건조한다는 게 그 계획이었다. 실제 미국은 2 만톤급 화물선은 표준으로 하고 일주일에 2 척 씩 진수시킨 나라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할 때 가장 중요했던 부대들은 군수 관련 부대들이었다. 우리 눈에는 혁혁한 공을 세운 해병 1 사단이나 공격 헬기, 스텔스 전폭기 등에 관심이 집중되겠지만, 미군 야전군 사령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군수와 보급이었다. 전장까지 엄청난 길이의 도로를 군수 보급 트럭들이 줄을 지어 갔다. 미군의 M1 전차 1 대는 한번 주유하면 300 Km 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먹는 연료량은 엄청나다. 미군들이 소모하는 자원들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 불가로 자원들을 소모하는 나라다.
현대전에서 군수 보급의 1 차 물품은 탄약과 식량과 연료다.
만약에 어느 지점에서 어느 부대가 교전 중에 있다면 그 부대가 1 일 소모하는 기본 1 차적 물품은 매일같이 계속 전달되어야 한다.
보병 병사 1 인은 1일 300 발의 실탄을 사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보다 많다. 포병들의 포탄 역시 마찬가지 이고, 이들의 식량 문제는 오히려 간단해 보인다.
아마도 내 생각에 한국군에 연료나 식량 보급 문제는 별로 없어 보인다. 탄약의 경우 65 만 군대가 매일 하드한 전면 교전을 벌인다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탄약은 대략 3 일치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러나 65 만 군인의 매일 전부 풀타임으로 교전할 리는 없으므로 현재 보유 탄약이면 몇 주 또는 한 달 분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병력의 경우에는 동원 예비군 체제가 되어 있어 역시 일정 기간 문제가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
우리 나라의 경우 (미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 문제는 장비다. 전차나 장갑차, 항공기 이런 것들이 예비 물자로 창고에 쟁여 놓은 것은 없다.
전쟁이 개시되어 전차가 투입된 전쟁을 상상해 보자.
적과 전차전을 치열한 벌이고 우리가 승리하였다 쳐도 우리 전차대대는 이미 여러 대의 전차를 손실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절반의 전차를 잃고도 승리했다고 할 수 있는데, 절반의 전차를 잃은 전차대대를 다시 완편 대대로 만들기 위해서 병사만 보충해 주면 되는 게 아니라 전차도 더 보충해야 한다. 그런데 전차는 매일 매일 대량 생산으로 원하는 만큼 찍어 내서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닌 것이다.
미군을 한번 보자. 미 육군은 10 개 사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미국의1 개 사단은 한국군 1 개 사단에 비하면 2.5 배 쯤 큰 규모이긴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육군 10 개 사단이 편제상 필요한 전차는 약 2,500 대 쯤 된다. 그러나 미군이 보유한 전차 대수는 약 8,000 대 에 이르른다.
물론 이 숫자는 해병대 용과 합친 숫자이긴 하지만, 미군은 전쟁에 참여해서 빠른 속도로 장비들을 손실할 때 즉각 투입할 예비 전차들이 편제상의 대수 이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한국의 2 사단용 전차도 기갑 여단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왜관에는 예비전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군수라는 것은 아주 방대한 분야이고, 이는 물류, 창고, 유지 보수 등의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 곳이다. 미군의 군수 분야의 장교들은 대개 유명 명문대 석 박사 출신들이 즐비하고 마치 거대한 재벌의 공장의 물류 체계를 가동하는 것처럼 굉장히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예산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보급 부대나 수송 부대를 보면 그 열악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투 병과 출신들만 승진하고 장군이 되고, 그들의 관심사는 온통 무기와 병사에만 꽂힌다.
전장의 종심이 멀어지게 되면 엄청난 물량의 1 차 보급품과 장비들의 공급, 그 장비들의 수리 유지 정비 보수 체계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동될 지 몹시 의심스럽다.
우리 나라의 전차나 장갑차나 자주포 들은 딱 편제에 맞춘 숫자만큼만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쟁이 계속될 수록 전력은 계속 줄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롬 북한의 경우는 우리보다 더 열악하므로 다행이긴 하지만,
전시에 군대의 전투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단순 동원 계획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군수와 보급의 선진화를 착수할 때이다.
역사에서 군수와 보급이 강한 쪽이 항상 이겼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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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tVanguard (112.175.xxx.xxx)
- 2019-10-15 18:21:01
- 군수 체계가 아무리 잘 되어 있다 한들, 보급할 물자나 보충할 치장 장비가 부족하면 보급이 안되는건 당연하죠.
"나는 그냥 잘 모르겠으니까 무조건 미국이 알아서 모든것을 잘 해줄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분들이라면 한미동맹을 가볍게 여기거나 문재인을 지지하는 경우라면 자가당착입니다.
치장물자 부족은 장비를 잔여수명이 남지 않도록 쓰다가 치장전환 생략하고 곧바로 폐기하는 국군의 장비운영 행태상 늘 지적되어 온 문제이고,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과 전시공여 또는 지원에 관한 비밀협약이 있니 없니 하는 의문도 있었던 것이고요.
솔개79님 발제는 국군의 예비군 전력이 포병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무장으로 그쳐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고, 사실, 현역 부족에 빠져드니까 미국식으로 즉응 예비군을 신편하자는 현 정부의 국방정책의 헛점을 짚는 것이라고 봅니다.
국군은 2선 물자를 너무 적게 확보하고 있고, 공군, 해군은 육군보다 훨씬 심각하지요.
전쟁이 발발하면 무조건 미국에서 공여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뼛속깊이 이해하고 지지하는 분이라고 해도 위험한 발상이지만,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심지어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자들이 포진한 청와대를 모르쇠하거나 한미동맹은 더이상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보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혹여, 만의 하나라도 계신다면 정신적인 문제나 사상적인 문제가 심각하거나 지적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겁니다.
그냥, 경제력이 성장했으니까 "보급이 알아서 잘 될것이다"라고 접근하시는 안타까운 상태로 사는 분은 설마 여기에 없으실거라 믿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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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대한 (169.255.xxx.xxx)
- 2019-10-14 00:12:48
- 군수와 보급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승부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월남전의 미군과 월남군이 월맹군 베트콩보다 보급을 수십배는 더 많이 받았습니다만 전쟁에서 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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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엉이 (112.175.xxx.xxx)
- 2019-10-13 12:16:30
- 보급이 곧 군수가 아닌가요?
원래 보급을 군수라 했습니다.
그런데 정비가 끼어들어서 지네들도 군수라고 우기면서
군수라는 단어를 뺏어 갔습니다.
보급이 바로 군수입니다.
과거나 현재, 미래전장환경도 군수를 무시해서는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합니다.
한반도 종심이 아무리 짧더라도
군수체계가 잘못되면 전쟁에서 큰낭패를 봅니다.
물론 정비체계도 잘운영되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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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이런 (112.175.xxx.xxx)
- 2019-10-13 10:27:39
- 종심이 짧아서 더 문제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위 글의 주제에 강하게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단, 우리 나라에서 전시 인가된 장비와 비축물자의 준비 상태에 대한 염려가 큰 편입니다. 이 부분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예산을 제일 많이 잡아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그 만큼 비축하는 것도 어렵지만 대부분 물자들이 시효가 있어 정기적으로 사용 유무와 상관없이 폐기해야하니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쉽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준비된 군대는 지구 상에 미군 말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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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대한 (169.1.xxx.xxx)
- 2019-10-13 00:13:11
- 일본은 동맹국도 아니라는데, 일본 보고 군수보급 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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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델라인 (112.175.xxx.xxx)
- 2019-10-12 20:47:55
- 솔개님이 오늘 헛수고 글을 올리신듯 ...
밪제글의 뜻을 이해 못하시는분들이 모두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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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희45 (112.175.xxx.xxx)
- 2019-10-12 16:31:10
- 한반도에서 전쟁 터지면 군수,보급은 미국,일본이 맡기로 역할 분담된거 아닌가요?
북한은 중러로부터 보급받고, 우리는 미일로부터 보급받고.
미일이 중러보다 군수,보급 잘해주면 우리가 이길거고, 못해주면 우리가 지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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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선종 (58.231.xxx.xxx)
- 2019-10-12 15:56:52
- 아무리 근거리라 하더라도 군수보급은 생명줄과 같습니다. 지상에는 트럭이나 이것이 안되면, 일반차량을 징발해서라도 보급이 가능하지만, 공중보급(수송선등)과 해상보급은 대체할 민간장비가 많지 않아서 군 자체에서 장비를 확보 해야 하죠... 특히 해상 보급에는 크레인이 장착된 함선이 보급품을 함선으로 옮길때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어 이런 보급함이 많이 필요로 합니다. 물론 상륙함도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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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제다이 (112.175.xxx.xxx)
- 2019-10-12 15:39:26
- 대륙정벌이나 열도정벌 나간 다면 몰라도 한반도 안에서 보급이 안될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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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 (112.175.xxx.xxx)
- 2019-10-12 15:03:39
- 기본적으로 맞는 말씀이나 님은 러시아와 중국 군사기술에 대한 글에
그리 쓰셨더라구요.
국제구도상 자폭행위라 그리 못 하겠지만 만약 앞으로 중국이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2차대전식 총력 전면전에 가까운
전면전을 감행할 수 있을까요?
그리 못 하고 국지전 할 수 밖에 없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