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kfx와 관련된 논의를 보고 있으니 무언가 핵심이 빗겨가고 핵심이 아닌 곁가지가 논쟁의 중심이 되더군요. 이런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발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1. KFX C-103은 스텔스기가 아니다.

c501 지지자 분들이나 kfx 회의론자 분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죠. c103은 스텔스기가 아니다. c103에 환상을 품지 말라 라고 말입니다. 너무 당당하게 이야기해서 c103 지지하는 분 중에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분도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위 표를 보면 블록 2에서 내부무장창, 스텔스 통신장비, 캐노피 스텔스 코팅, 외피 스텔스 구조재로 교체라고 되어있습니다. 이러면 최소한 통신 스텔스와 레이다에 대한 스텔스는 갖추는 셈입니다.

적외선 스텔스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긴 합니다만 그것은 심지어 f-35 조차도 피해갈 수 없는 비판이죠. 파크파나 j-20도 적외선 스텔스와 관련해서는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을 보고 스텔스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성능에 대한 비판은 할지라도 모두 스텔스기로 인정하면서 정작 c103은 스텔스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게 이중잣대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남이 만들면 스텔스고 우리가 만들면 성능이야 어쨌든 스텔스가 아니다? 그건 자기비하와 사대주의의 극치입니다. c103이 기술 난이도가 높다든가 하는 비판이면 이해하겠는데 그냥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스텔스기가 아니다라고 낙인을 찍는 걸 보면 황당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c103이 스텔스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려거든 어디에 무엇이 부족해서 스텔스기가 아니다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고 그 근거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멋대로 입에 담아 진실을 호도하지 말고 말입니다.

2. KFX 에서는 쌍발이냐 단발이냐가 중요하다.

c103을 반대하는 분들의 글을 보면 우리 공군과 add는 쌍발에 환장한 쌍발성애자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공군이나 add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그냥 크고 아름다운 게 좋아서 쌍발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당당히 얘기합니다. 심지어 공군이나 add가 공군의 전력 증강을 무리한 쌍발 요구로 가로막는 문제집단이라고까지 얘기하죠.

그러면서 단발은 효율적이고 시장에서도 잘먹히니 아무 문제없다는 식으로 단발옹호론을 펼칩니다. 베스트 셀러 기체인 f-16을 예로 들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이는 핀트가 엇나가도 한참 엇나간 헛소리입니다. 우리 공군이 정말 무조건 쌍발 만세만 외치는 집단이라면 다른 것도 아니고 훈련기인 t-50에 단발엔진을 받아들였을까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공군쌍발론을 주장한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못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심각한 실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c103은 스텔스기를 목표로 하는 물건입니다. 스텔스기는 내부무장창이 필요한데 이는 동체의 체적을 늘리고 그로 인해 항력의 증가를 부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날개를 포함한 실제 사이즈에서는 c501과 별 차이가 안남에도 그보다 훨씬 높은 추력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c103이 단발이 아닌 쌍발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이 높은 요구 추력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단발이라도 요구 추력을 감당할 엔진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면 공군이나 add가 굳이 쌍발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c501이 단발을 선택한 것은 내부무장창을 포기해서 목표 추력이 낮기에 그런 것이지 단발이 쌍발보다 더 우월해서가 아닙니다. 만약 c501을 감당할만한 단발 엔진이 시중에 없었다면 c501도 역시 쌍발을 달았을 것입니다.

즉 문제의 핵심은 스텔스 성능을 목표로 한 c103과 스텔스를 포기한 c501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지 쌍발의 c103과 단발의 c501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를 쌍발과 단발의 비교로 몰아가면서 c103을 f-15, c501을 f-16에 갖다 대고 있습니다. 5세대기인 c103과 4세대기인 c501의 비교를 같은 4세대기인 f-15, f-16과의 비교에 억지로 때려맞추는 꼴인데 이게 얼마나 황당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짓인지 안다면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kfx에서 c103과 c501의 핵심 쟁점은 스텔스를 갖추느냐 마느냐이지 쌍발이냐 단발이냐가 아닙니다. 스텔스가 필요없다 주장하는 거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쌍발이냐 단발이냐를 놓고 비교해서 단발이 좋은데 공군과 add 가 삽질한다는 결론을 내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3. C-103은 F-15, C501은 F-16

위의 2번과 연결된 내용인데 몇몇 분들은 c103이 쌍발이니 같은 쌍발인 f-15에 비유하고 c501은 단발이므로 역시 단발인 f-16에 비유해서 c103 vs c501을 f-15 vs f-16으로 만들고는 합니다. 그러면서 f-16이 베스트 셀러였으니 역시 c103 보다는 c501이 낫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이해하기 쉽게 그 대상을 잘 아는 다른 것에 비유하는 것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요. 그러나 이런 방법은 때로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적용해서는 안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이 이 kfx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f-15와 f-16은 기본적으로 같은 4세대에 속하는 물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둘은 할 수 있는 일이 비슷합니다. 둘다 공중전을 할 수 있고 지상지원도 할 수 있죠. 그저 f-15가 강력한 엔진추력등으로 인해 보다 우수한 공중전 능력을 갖추고 보다 우월한 폭장력으로 지상지원을 더 잘할 뿐입니다. 대신 그만큼 가격이 비싸니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으냐 하는 것은 쉽사리 결론이 나기 어렵습니다.

반면 c103과 c501은 다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c103은 최종적으로 스텔스기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물건이고 c501은 스텔스를 포기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얻는 물건이지요. 즉 c103은 5세대기지만 그에 반해 c501은 4세대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스텔스기는 기존 4세대기와는 달리 전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존재입니다. 당장 전세계의 수많은 군사 강국들이 이른바 카운터 스텔스를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붇고 있죠. 4세대기만을 상대한다면 이런 카운터 스텔스같은 비용지출을 감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중전이라도 5세대기는 기존 4세대기들이 취하는 전술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새로운 전술을 이용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f-22가 모의 공중전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주었는지 알만한 분은 아실겁니다. 물론 c103이 f-22와 비교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스텔스 성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존 4세대기와는 분명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5세대 c103 vs 4세대 c501은 절대로 f-15 vs f-16으로 비교될 수 없고 비교해서도 안됩니다. 이는 단순히 잘못된 비교 수준을 넘어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논쟁 자체가 먼산으로 엇나가게 만들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런 비교를 한다면 의도적으로 사실 왜곡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자초할 뿐입니다.

4. KFX에서는 수량이 중요하다.

공중전이라는 게 사실 전투기 한대 한대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양쪽 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체를 가지고 있다면 결국 숫자가 중요해집니다. 이쪽은 3대인데 저쪽은 4대, 이쪽은 5대인데 저쪽은 6대 하는 식이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이쪽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능보다 수량이 중요하다는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이쪽의 파일럿 기량이 확실하게 우위에 있던가 기체의 성능이 확실히 우월하던가 하는 변수가 필요하지요. 저는 c103이 스텔스 성능만으로도 c501에 비해 확실히 우월한 위치에 설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이는 제 개인적인 추측이니 사람에 따라서는 충분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 c103이 c501에 비해 크게 우수한 성능을 갖추지 못했는데 비용은 더 많이 든다면 차라리 c103을 120 대 개발, 양산할 비용으로 c501 140 대 개발, 양산하는 쪽이 나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논쟁만으로 결론을 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만 문제는 몇몇분이 이 주장을 억지로 확대해서 c501을 옹호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겁니다.

현재 공개된 kfx의 생산 수량은 120대입니다. 추가 생산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썰 수준이라 별 의미가 없지요. 그런데 몇몇분들이 c103 120대 생산할 비용으로 c501 140대, 심지어 160대 생산하는 것이 한국 공군에 더 낫다는 말을 합니다.

일단 c103 120대 양산비용으로 c501을 160대 양산하는 게 가능하다는 근거가 뭔지부터가 의문이지만 백보 양보해서 그걸 인정하더라도 도대체 c501이 160대씩이나 만들어질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kfx는 우리 군이 100% 비용부담하는 사업이 아닙니다. 다른 부처에서도 상업적인 이유로 투자를 해서 이루어지는 사업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c103 120대 비용으로 c501 160대 만든다는 식 계산은 통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c501이 내세운 장점이 비용절감인데 저렇게 생산대수를 늘려버리면 결국 최종적으로 장점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 숫자 상의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을 하려면 가격이 낮아지면 그 남는 차액만큼 생산대수가 늘어난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근거 없이 수량이 중요하므로 c501을 선택하자는 주장은 허공에 붕뜬 허무한 주장이 될 뿐입니다.

5. 시장경쟁력에서 c501이 우월하다.

c501을 지지하는 분들의 단골 레퍼토리죠. c501이 c103보다 가격이 싸므로 시장경쟁력이 우월하다는 주장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c501 지지자들의 사실 왜곡을 통한 정신 승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주장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c501이 c103보다 싸다는 주장은 맞습니다. 얼마나 쌀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c501에 비용이 덜 들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시장경쟁력이 더 높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c103은 스텔스기를 최종목표로 하는 물건입니다. 그러니 싫든 좋은 그 경쟁 상대는 같은 스텔스기가 될 것입니다. (c103이 스텔스가 아니라고 하려거든 왜 아닌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반면 c501은 스텔스를 포기한 물건입니다. 그러니 경쟁 상대도 스텔스가 아닌 4세대 비스텔스기들이 될 것입니다.

즉 c103과 c501은 똑같이 한국에서 만든 전투기지만 실제로 노리는 시장은 명백히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경쟁력을 논하려거든 실제 시장에서 맞딱뜨릴 상대와 하는 게 맞지요. c103의 상대가 j-31이나 f-35라면 c501의 상대는 f-16이나 그리펜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c501이 싼가 아닌가를 논하려면 f-16이나 그리펜과 비교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c501 지지자들은 자꾸 c103과 비교를 합니다. 그래놓고는 c501이 싸니까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만 고장난 테이프처럼 반복합니다. 이건 같은 기아에서 만든 차 중 모닝이 더 싸니까 k3보다 경쟁력 있다 주장하는 꼴입니다. 애초에 노리는 시장이 전혀 다르고 경쟁 대상이 다르다는 것은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고 말입니다.

저는 c103을 지지하지만 실제 수출가능성은 별로 높게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c501 지지자분들이 진지하게 c103보다 싸니까 시장경쟁력이 더 높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자꾸 헛웃음이 나옵니다. c501의 시장 경쟁력을 논하려거든 c103이 아니라 f-16이나 그리펜보다 우월한 부분을 제시하면서 해주십시요. 그래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